우크라 남부 드니프로강에서 벌어지는 드론 전쟁

드니프로강
사진 설명,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은 드니프로 강을 끼고 있는 지역으로,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주요 전선 중 하나다
    • 기자, 제임스 워터하우스
    • 기자, BBC, 우크라이나 특파원
    • Reporting from, 우크라이나 헤르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드니프로강을 끼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은 그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 드니프로강 서쪽 축축한 강둑에 서서 강 너머 러시아 군이 직접 보이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 군이 저기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취재진이 드니프로강 서쪽에 자리한 어느 버려진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을 땐 마치 날카롭게 경고하듯 포격소리가 울렸다.

전쟁에서 포격이 놀라운 소식은 아니지만, 이번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서 주요 혁신 중 하나인 드론이 동원됐다는 점에 주목할만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건물의 측면에 바짝 붙어 건물 내부에 난 계단을 따라가니 어느 가정집의 거실에 도착했다. 따뜻한 공기가 맴도는 이곳은 마치 군대 막사처럼 개조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우크라이나 군인들 머리 위로는 딸기향 담배 냄새가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안락의자에 앉아 에너지 음료 ‘몬스터’ 캔을 들고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 뒤로 펼쳐진 꽃무늬 벽지는 결코 이들이 선택한 인테리어는 아니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꽃무늬 벽지로 장식된 거실에서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
사진 설명, 드니프로강 서쪽 지역의 어느 건물에서 만난 군인들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FPV(일인칭 시점) 드론을 조종하고 있었다

드론 조종사 아르템(20)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러시아가 강 건너에서 드론을 날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크라이나 제11 방위여단 ‘사모수드’ 분대의 티무르 사령관은 “우리가 아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 드론) 조종사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우리에겐 좌표가 있기에 지금 그곳으로 드론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바닥을 내려다보니 드론 10여 대가 눈에 띄었다. 모두 수류탄을 장착한 상태였다. 이곳 부대의 비공식 마스코트인 고양이가 드론 프로펠러에 코를 비비고 있었다.

드론
사진 설명,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간단하고, 저렴하며, 효과적인 무기이다

아르템이 VR 헤드셋을 착용하자 드론 한 대가 밖으로 날아갔다.

아르템이 강 건너 러시아 점령지로 해당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우리는 TV로 지켜봤다. 화면 속에선 명백한 생명의 흔적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아르템이 조종하는 드론은 몇 km를 날아가 어느 산업 지역에 도착했다. 드론은 마치 이곳처럼 버려진 듯한 아파트 단지 옆을 맴돌다 창고도 지나쳤다.

계단에서 창문 옆 안테나를 발견한 아르템은 곧장 그 안으로 드론을 조종했다. 이윽고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아르템은 숨을 내쉬더니 헤드셋을 벗었다.

아르템은 "처음 이 일을 했을 땐 감정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젠 그저 평범한 일인 듯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본격적인 침공] 이전엔 컴퓨터 게임을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충분해지고 있네요!"

드론 카메라 화면
사진 설명, 드론은 강 건너편 러시아 점령지 내 목표물을 쫓아 몇 km를 날아갈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또 다른 드론도 날렸지만, 그 드론에 연결된 화면은 강을 건너자마자 파란색으로 변해버렸다. 러시아가 방해 시스템을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번째 드론을 같은 방향으로 날려 이번엔 강을 무사히 통과했고, 아르템은 다시 드론을 이곳 아파트로 귀환시켰다.

러시아의 안테나가 파괴됐음을 파악한 아르템은 드론의 배터리 수명이 10분 정도 남은 가운데 무엇을 더 탐지하거나 파괴할 수 있을지 살폈다.

아르템이 속한 이 부대는 러시아가 공급망으로 사용하는 주요 도로를 노린다. 민간인들은 현재 이곳에서 운전이 금지됐기에,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들은 이 도로를 다니는 모든 차량을 조준한다.

아르템은 러시아의 체크포인트를 발견해 그곳으로 드론을 날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러시아 측이 총을 사용하면서 드론에 연결된 화면은 이내 파란색으로 변해버렸다. 아르템은 또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우리가 같은 장소를 아무리 많이 타격해도 러시아 군인들은 끊임없이 채워진다"는 티무르 사령관은 “저들은 마치 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드론은 약 500달러(약 66만원) 정도로, 모두 날아가고, 목표물을 탐지하고, 파괴하는 간단한 방식을 따른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유의미하다. 티무르 사령관에 따르면 드론으로 1억3600만달러 상당의 ‘S-35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파괴한 적도 있다고 한다.

티무르
사진 설명, 드니프로강 주변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의 사령관 티무르는 “우리가 같은 장소를 아무리 많이 타격해도 러시아 군인들은 끊임없이 채워진다”는 티무르 사령관은 “저들은 마치 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론이 사용된다는 건 전선 10km 이내에선 러시아군인들이 숨을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침략자인 러시아 군인들도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겨냥해 똑같이 드론을 동원한다.

지속적인 드론을 통한 감시 및 적군의 폭격 속 헤르손에선 생명의 흔적이 점차 말라가고 있다. 크린키 마을 근처에서 드니프로강을 몇 번 건너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에서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주로 탐색의 형태로 이뤄지며, 이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헤르손의 눈 덮인 공원의 어느 아치형 다리 밑에서 취재진은 이동식 방공 부대를 만났다. 취재진은 러시아 드론이 지켜보고 있기에 소규모로 이동해야 했다.

취재진이 방탄복을 입고 걸어가는 동안 개를 산책시키는 시민들은 약간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외면했다.

제124 영토방위여단 부사령관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내 콜사인은 ‘킹’"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50구경 기관총이 장착된 영국제 트럭 주위에 몰려 있었다.

부사령관은 “우리는 24시간 7일 내내 근무를 선다”면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드론을 격추한다”고 말했다.

이동식 방공 부대
사진 설명, 헤르손의 이 이동식 방공 부대는 적의 탐지를 피하고자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긴다

"러시아의 공장들은 군사적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힘을 키우고 있죠. 지금 이 시점에서 러시아는 거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킹 부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올해 안에 대규모로 강을 건너 진격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이에 부사령관은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우리는 단지 하루빨리 이러한 진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맡은 일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패키지가 정치적 대립으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현 상황에 적응하는 한편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영국으로부터 25억파운드(약 4조20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 패키지가 우크라이나에 막 지원됐는데, 이중 2억파운드가 드론에 배정됐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론 100만 대를 자국에서도 제작해 국경 지대에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헤르손 외곽의 얼어버린 벌판에선 조종사들이 수류탄 대신 플라스틱병을 묶어 드론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드론 조종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14시간만 훈련받으면 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들에게 무료 훈련 참여뿐만 아니라 가정집에서 전방에 보낼 드론을 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조종사
사진 설명, 14시간의 훈련이면 드론 조종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드론 부대의 지휘관인 스티치는 방한모 너머 이번 소모전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현재 우리는 기술 싸움,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누가 먼저 무엇을 별명하고, 그것을 잘 사용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선의 양상이 크게 변하려면 여려 혁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인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은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착 상태에 빠질만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사실 우크라이나에게 언제나 문제는 동맹국으로부터 무엇이 지원되느냐가 아닌, 언제 지원이 도착하느냐였다.

스티치 지휘관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항공기가 탄생했다"면서 "이제 우리는 미래의 드론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20년 안에 전쟁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