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앤토니 저커
- 기자, BBC 북미 특파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으로 그 어떤 나라보다도 훨씬 더 크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자 미국을 방문한 현재 야당인 공화당에선 지원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UN 총회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리지 말아 달라고 열렬히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는 전 세계가 (전쟁에 대해) 지쳐가고 있으며, 그 결과 아무 대가 없이 우크라이나를 잔혹하게 짓밟는 행위를 허용하게 되리라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묻고 싶다. 만약 우리가 침략자를 달래고자 미국의 핵심 원칙을 포기한다면, 그 어떤 UN 회원국이 보호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1년 반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으며, 미 의회는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1100억달러 이상의 지원을 승인했다. 해당 금액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됐다.
- 군사 원조 496억달러
- 경제적 지원 285억달러
- 인도적 지원 132억달러
- 미국의 방위산업 역량 강화 184억달러
지난달 9일 기준으로 백악관은 할당된 자금의 91%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현재 의회에 군사 지원 140억달러를 포함한 추가 지원 240억 달러를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가 지출에 대한 지지는 미국 국민들, 특히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하락했다.
그렇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요구 사항을 설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미국과 다른 국가의 지원 규모를 비교하면?
우선 최근 자료를 통해 7월 말 기준 각국의 지원 규모를 비교해볼 수 있다. 7월 말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약 800억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EU 기관 및 그 회원국들의 원조를 모두 합친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개별 국가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큰 액수였다.

그러나 현재 미 의회가 현재 고심하고 있기에 추가 지원안이 신속하게 승인될진 불투명하다.
미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알리사 데무스 국제 방위 연구원은 이러한 추가적인 원조가 없다면 올여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몇 주 만에 중단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장에서 “비교적 중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우크라이나엔 부정적인 신호다.
데무스 연구원은 앞으로 겨울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우크라이나는 군사 작전을 축소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추가 지원책은 전쟁터를 넘어 이번 전쟁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다른 국가의 지원책 형성에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미국의 지원이 부족한 경우 다른 유럽 동맹국들과 협력국 또한 자국의 지원 계획을 재고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군사적 지원 규모가 가장 크긴 하지만, 전차와 전투기와 같은 첨단 기술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지원 또한 상당하다.
공화당 내 '지원을 늦추거나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추가적인 군사 원조가 필수적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은 일부 미 정치인들, 특히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비난하는 한편 추가 지원에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적 이익이 걸려있지 않다”면서 “그리고 설령 이익이 달려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돈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공화당 소속인 조시 하울리 미주리주 상원의원은 비공개 브리핑 참석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준비하시고 지갑 꺼내세요” 같은 말에 지쳤다고 토로했다.
“이건 우리의 돈이 아니다. 제발… 이건 미국 국민들의 돈”이라는 설명이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루크 코피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과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간의 의심스러운 관계를 생각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일부 공화당원에겐 싫어하기 쉬운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코피 연구원은 “이 두 이슈 모두 이번 전쟁과 어떤 식으로도 연결되지는 않지만, 상대방을 늪으로 끌어내리려는 전략이라면 특정 보수 운동의 반향을 일으킬 반우크라이나 서사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통된 의견은 국경 지역 경비, 재난 구호, 범죄 방지 등과 같은 국내 문제와 다른 우선순위에 돈을 쓰는 게 더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7510억달러였던 지난해 국방비 예산이나 1조2000억달러였던 사회보장 퇴직 수당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으로,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미 정부의 총지출 중 1.8%에 불과하다.
반면 7월 말까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한 금액은 800억달러에 육박하는데, 이는 많은 연방기관의 연간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다.

또한 이는 역대 미국의 주요 대외 지원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이기도 하다. 미 싱크탱크 ‘외교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국내총생산(GDP)의 0.33% 규모로, 1970년 이스라엘(0.18%), 1964년 중남미(0.15%), 1962년 파키스탄(0.08%) 지원 규모를 훨씬 웃돈다.
현대 기준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다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지원보다 훨씬 크다. 일례로 2020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 이라크에 지원한 금액은 각각 40억달러, 33억달러, 12억달러였다.
다른 해외 원조와 마찬가지로, 동맹국들이 더 많은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주장도 있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지난달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유럽이 나서야 한다”면서 “미국의 지지는 유럽의 행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이 단일국으로는 다른 동맹국보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더 많이 하는 건 사실이지만, 유럽 국가들이 각자 혹은 EU의 후원 아래 지원한 총 규모는 1400억달러로, 이는 미국을 앞지른다.
코피 연구원은 지원 규모를 순전히 숫자로만 비교하기엔 동맹국들의 지원 수준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을 에스토니아의 지원과 비교할 순 없다”는 코피 연구원은 “에스토니아 전체 경제 규모가 미국 버몬트주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피 연구원은 해당 국가의 GDP에서 대우크라이나 원조가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고 지적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노르웨이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은 전체 GDP의 1.4%로, 가장 높다. 에스토니아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발트해 3국 모두 1% 이상을 지출했다.
결국 이는 관점의 문제라는 게 데무스 연구원의 설명이다. 어떤 이들에겐 미국인 대부분이 잘 알지도 못하거나 관심도 없는 먼 나라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우크라이나는 세계 분쟁의 핵심 전쟁터와도 같은 곳으로, 이번 전쟁은 미국이 해당 국가를 도와 그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수호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미국인의 인명피해 없이도 적국의 힘을 떨어트릴 기회다.
데무스 연구원은 “순수하게 비용 편익적으로만 분석한다면” “어떤 걸 우선시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