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 이란 여성들 '이제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입는다'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을 표현한 그래픽
사진 설명, 이란의 많은 여성들은 이제 히잡을 쓰지 않는다
    • 기자, 캐롤라인 홀리
    • 기자, BBC News

뜨거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이란 테헤란에서 찢어진 청바지와 배꼽이 약간 보이는 옷차림을 한 여성이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거리를 걷고 있다.

한 때 이란 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던 도덕 경찰이 다가와 히잡을 제대로 써달라고 요청하자 이 여성은 고개를 높이 들고는 “꺼져!”라며 응수한다.

테헤란에 사는 몇몇 이들이 전해준 이러한 대담한 저항 행위는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란에선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끌려간 마흐샤 아미니(22)가 구금된 상태에서 숨지기 전이었다.

아미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전역을 뒤흔들었던 대규모 시위는 당국의 잔혹한 진압으로 인해 몇 달이 지나면서 가라앉았으나, 시민들을 부추겼던 분노의 불길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이란 여성들은 정권에 저항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섰을 뿐이다.

'붕괴 중인' 히잡 규율

테헤란의 한 서방 국가 외교관은 현재 이란 전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약 20%의 여성들이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거리로 나서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규율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테헤란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도냐’라는 이름으로 통하는 20살 한 여대생은 암호화된 SNS를 통해 취재진에게 “작년 이후 정말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공공 장소에서의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 중 하나인 도냐는 “내가 이렇게 할 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 없다. 우린 훨씬 더 대담해지고 용감해졌다”고 덧붙였다.

“물론 도덕 경찰을 지나갈 때마다 무척 겁이 나긴 하지만, 고개를 들고 이들을 못본 척 한다”는 도냐는 “이젠 외출할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 입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도냐는 이에 따른 위험이 크다면서, 너무 무모한 일은 벌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반바지를 입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상황이 심각해질 때를 대비해 항상 가방에 히잡을 챙겨 다닙니다.”

도냐는 구금 중 성폭행 당한 여성들을 알고 있으며, 히잡을 쓰지 않은 대가로 시신을 닦는 벌을 선고받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취재진이 만나본 모든 여성들이 길거리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당국이 복장 규정을 어기는 이들을 잡아내고 벌금을 부과한다고 언급했다.

테헤란 거리에서 목격된 CCTV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테헤란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는 히잡 규정을 어긴 이들을 감시한다

한편 앞서 언급한 그 서방 국가 외교관은 비교적 부유한 동네인 테헤란 북부에선 공개적으로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20%를 훨씬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여성들의 저항이 수도에서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현상을 뛰어넘는, 한 세대의 움직임입니다… 교육 받은 이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 있는 모든 청년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과 마을을 넘어 전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외교관은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는 40년 넘게 여성들의 옷차림과 행동을 통제하려고 노력해온 현 이란 정권이 직면한 거대하고도 손 쓸 수없는 “터닝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위로 인해 (현 정권은) 막다른 골목으로 막힌 일방통행로가 됐다”면서 “이 통행로가 얼마나 길게 이어질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이 주도한 이 시위는 1979년 혁명으로 수립된 이란의 신정일치 정권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었다.

이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현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들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수천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중엔 시위 중 얼굴에 총을 맞아 실명한 이들도 있다. 체포된 이들도 최소 2만 명으로, 수감 중 고문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몇몇 시위 참가자들은 처형당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크레인에 매달리는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처형당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의 의도대로 이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테헤란 거리에 등장한 정권 반대 그래피티들

사진 출처, Supplied

사진 설명, ‘도냐’는 정권에 반대하는 그래피티가 지워졌다가도 다시 등장한다고 말했다

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

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가 다가오면서 당국은 또 한번 대규모 체포를 단행했다. 1주기를 기념하면서 벌어질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행동이었다.

이렇게 여성 인권 운동가, 언론인, 가수, 시위 중 사망한 이들의 유가족 등이 체포됐다.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듯한 학자들은 직업을 잃었다.

하지만 조용한 저항은 매일 이어지고 있다.

도냐는 테헤란 주민들이 정부 광고판을 계속 훼손하고 있으며, 지하철 벽 등에 “#마흐사’ 혹은 시위에서 사용된 주요 문구인 ‘#여성, 삶, 자유’ 등의 글귀를 적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계속 이 문구들을 지워내고 있지만, 끊임없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도냐를 포함해 취재진이 대화한 다른 여성들 또한 이는 여성들만이 혼자 벌이는 투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남성들도 대거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남자들은 민소매 상의 혹은 반바지 차림이거나, 얼굴에 화장을 하고 길거리에 나섭니다. 왜냐하면 남성들에게 불법으로 규정된 행동이기 때문이죠. 어떤 남자들은 누군가에게 좋아하지 않는 차림새를 강요한다는 게 얼마나 괴이한지 보여주고자 길거리에서 히잡을 착용합니다.”

도덕 경찰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으로 시위가 벌어지며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도덕 경찰의 길거리 순찰은 지난 몇주간 다시 재개한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도냐는 도덕 경찰들이 혹시나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진 않을까 우려하며 시민들과 직접적인 대립을 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이란 당국은 그 외의 방법을 동원해 여성들의 옷차림을 통제하고자 노력해왔다. 일례로 머리를 가리지 않은 여성들이 서빙한다는 이유로 사업장 수백 곳을 폐쇄했으며,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운전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거나 차량을 압수했다.

또한 현재 히잡을 쓰지 않고 돌아다닐 경우 5000~50만리알(156원~1만5000원)의 벌금을 부과받거나, 10일~2개월에 달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험이 있다.

이란에 사는 32세 여성 ‘바하레’는 테헤란에서 히잡 없이 운전하는 모습이 감시카메라에 포착되며 당국으로부터 경고 문자 3통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발각될 경우 차량을 압수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으로 이란 서북부 동아제르바이잔 주에서만 히잡 착용 규율 위반으로 압수된 차량이 439대에 이른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은 '바하레'의 뒷모습

사진 출처, Supplied

사진 설명, ‘바하레’는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었을 때 통쾌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히잡 벗기

이 뿐만 아니라 바하레는 도시의 지하철, 쇼핑 센터 접근이 금지됐으며, 무엇보다도 아들의 입학 1주년을 기념하는 학교 축하 행사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바하레는 지난해 9월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히잡을 벗었을 때 느꼈던 황홀감을 회상하며,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장이 두근거렸죠. 너무나도 짜릿했어요. 거대한 금기를 깬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히잡 없는 삶에 익숙해진 바하레는 심지어 히잡을 가방에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히잡 미착용은 단순히 히잡을 넘어 독재의 규율, 모든 이란인들이 지난 43년간 견뎌야 했던 고통에 대한 저의 시민 불복종 의식을 보여주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저는 (시위로) 자식을 잃고 상복을 입어야만 했던 부모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한편 히잡 미착용 및 이란 최고 지도자 비난죄로 지난해 10월 4개월간 수감됐던 이란의 여성 영화제작자 모잔 일란루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종말을 기대하는지 정확히 가늠할 순 없지만, 현 정권에 대한 분노가 팽배한 건 맞다고 언급했다.

일란루는 지난달에도 잠깐 다시 구금됐는데, 이는 당국이 자신을 위협하고자 벌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모잔 일란루

사진 출처, Mojgan Ilanou

사진 설명, 시위 중 사망한 이들의 묘지를 찾은 모잔 일란루

테헤란 소재 자택에서 일란루는 “이란 여성들은 이제 공포의 한계점을 넘어섰다”면서도, 최근 정권 탄압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정기적으로 올리던 인스타그램 계정도 지난 10일 간 비활성화했다고 털어놨다.

일란루는 “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면서 지난 50년 대 미국에서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지시를 거부해 체포되며 미국 인권 운동에 불을 지핀 인권운동가 로자 파크스 사건에 비유했다.

“파크스의 자리 양보 거부는 그 버스 자리에 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나는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 나를 봐라. 나는 힘이 있다’고 말하는 선언과도 같은 순간이었죠.”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란루는 이러한 시민들의 불복종이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란 내에서도 더욱 보수적인 지역에서도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란 사회는 아미니 (사망)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일란루는 “거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시장에서도 이제 남성들은 여성들을 존경하고 우리들의 용기를 높이 삽니다… 심지어 쿰, 마슈하드, 이스파한 등 매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도시에서도 여성들이 더 이상 히잡을 쓰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테헤란의 외교관과 마찬가지로 일란루 또한 이는 사회 계층 전반을 뒤흔드는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지하철의 길거리 판매원들도 이젠 히잡을 쓰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카르차크 감옥에 수감됐을 당시 11살의 나이에 엄마가 된 어느 가난한 젊은 여성과 이가 들끓는 비좁은 한 방을 같이 썼는데, 이 여성 또한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이젠 히잡 뿐만이 아니다. 일란루는 이란 여성들이 이제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결혼 계약 등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말했다.

한편 공장의 관리자로 일했던 엘라헤 타보콜리안처럼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던 이들도 있다. 타보콜리안은 10살 난 쌍둥이 자녀를 매우 그리워하고 있었다.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 교외의 어느 방에 세 들어 사는 타보콜리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에게 전화를 건다.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타보콜리안의 왼쪽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난해 9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번도 시위에 참여한 적 없었던 타보콜리안은 북부 에스파라옌 지역에서 이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았다.

엘라헤 타보콜리안
사진 설명, 엘라헤 타보콜리안은 이탈리아에서 수술을 받은 후 유리 의안을 착용하고 있다

“당시 전 아이들과 있었습니다. 개학 준비물을 사려던 길이었죠. 아이들은 제 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총상 이후 튀르키예로 탈출한 타보콜리안은 의료 비자를 통해 이탈리아로 건너가 그곳에서 외과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타보콜리안의 오른쪽 눈과 눈을 관통한 총알을 제거했다.

타보콜리안은 유리 의안을 착용하지만, 그 위로 눈꺼풀을 감았다 뜨기 위해선 또 한번 수술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언제 에스파라옌으로 안전하게 돌아가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대화할 때마다 언젠가 이란에서 더 좋은 날에 함께 하자는 희망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러한 좋은 날은 요원해 보인다.

인권단체들은 아미니의 죽음과 이어진 시위 탄압에 대해 그 어떠한 이란 당국자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끝까지 버티는' 이란 정부

이란 현 정권은 물러서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의회에 제출된 이른바 ‘히잡과 순결에 관한 법안’ 초안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에겐 500만~10억 리알(약 16만원~3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조직적으로 저항하거나… 다른 이들도 저항하도록 부추긴 이들”에겐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는 식의 새로운 처벌안이 담겨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UN 임명 인권 전문가들은 “성차별 정책의 한 형태”라고 표현했다.

미 뉴욕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이란인권센터(CHRI)’의 자스민 램지 부센터장 또한 이란 정부가 “끝까지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램지 부센터장은 이란 국민들 또한 항복하기를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언제든지 불이 붙을 준비가 된 화약고와 같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