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형 최다 집행국 이란...왜 수많은 여성이 처형되나?

'압도라만 보루만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처형된 여성 3명 외에도 올해 6월까지 여성 6명이 사형당했다.

사진 출처, Abdorrahman Boroumand Center

사진 설명, '압도라만 보루만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처형된 여성 3명 외에도 올해 6월까지 여성 6명이 사형당했다.

이 기사에는 사형 등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 묘사가 있습니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하는 국가 상위 5개국에 번번이 등장하는 이란이지만,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이란은 여성 사형 집행 건수에 있어서는 1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BBC는 이란 안팎의 인권 운동가를 만나 이란에선 왜 이렇게 많은 여성이 사형당하는지 살펴봤다.

인권 단체들은 이란이 대대적인 사형 집행에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32명이 처형당했다. 그중에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 당한 여성 3명도 포함됐다.

이란의 인권 단체 '압도라만 보루만드 센터'의 로야 보루만드 이사장은 "[이란에선] 살인죄에 대해 징역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서 "용서받거나 처형당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연간 통계에 따르면 이란보다 사형을 더 많이 집행하는 나라는 있어도, 여성 처형 건수는 이란이 가장 많았다.

그렇다면 왜 이란에선 이렇게 많은 여성이 처형당하는 것일까.

사형

'압도라만 보루만드 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처형된 여성 3명 외에도 올해 6월까지 여성 6명이 사형당했다.

이란 내 사형수 대부분이 남성인 것은 사실이나, 이들 여성 9명 외에도 점점 처형당하는 여성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보루만드 이사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2000~2022년 사이에 사형당한 여성이 최소 233명"이라고 말했다.

사형 집행을 준비중인 이란 교도 당국자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이란의 법에 따르면 국가는 살인죄로 내려진 사형 판결을 감형할 수 없다

그러면서 "그중 106명은 살인죄로, 96명은 마약 범죄로 처형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소수의 여성은 혼외 성관계를 이유로 사형당한 것으로 보인다.

보루만드 이사장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전체 사건의 약 15%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당국의 승인 없이 세부 사항을 누설한 관료나 정치범들을 통해 다른 사건들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많은 사형 집행 건수에 대해 보루만드 이사장은 부분적으론 융통성이 부족한 사법 체계를 꼽았다.

이란의 법에 따르면 국가는 살인죄로 내려진 사형 판결을 감형할 수 없다. 방법은 용서받는 길뿐인데, 용서 여부는 피해자의 가족에 달려있다.

'도움받을 수 없어요'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 아테나 대미는 남편 살해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40세 여성 사누바 잘랄리에 대한 형 집행 취소 명령을 받고자 끝까지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지난주 잘랄리에 대한 형이 집행됐다.

대미는 잘랄리가 살해한 남편의 가족들에게 용서해달라고 협상 중이었다.

대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살인 피해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교도소 당국은 우릴 도와주지 않았다. 주 정부에서 임명한 잘랄리 측 변호사의 전화번호만 줬을 뿐 다른 요청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교도소 측은 가족들이 위자료를 받고 용서할 수 있게 도울 때도 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루만드 이사장은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사형 집행 당할뻔한 2명과 신체 절단형을 당할 뻔한 8명을 구하는 등 일부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잘랄리와 같은 날 교수당한 다른 여성 2명 중 1명은 15세에 결혼한 어린 신부였으며, 또 다른 여성은 5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 아테나 대미

사진 출처, Atena Da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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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변호할 수 없는 여성들

인권 운동으로 7년간 감옥살이했던 대미는 이란 내 여성 교도소는 기본적인 시설도 부족하며 때론 수감자가 구타당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 절차 역시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게 대미의 설명이다. 남성 판사밖에 없으며 변호사도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이다.

이란 법원은 피고에게 변호사를 구해줘야 하지만 대미는 "이렇게 배정된 변호사들은 대부분 전직 판사가 검사 출신이기에" 법적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미는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무죄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피해자 가족의 증언이 피고인의 설명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 수감자들은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활동가들은 밝혔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여성 수감자들은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활동가들은 밝혔다

성차별적인 사회 제도

현재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이란 여성 언론인 아시에 아미니는 여성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사건을 자세히 추적해왔다.

아미니는 법체계 자체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아미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법에 따르면 아버지와 친할아버지가 집안의 가장이며 결혼 등 딸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소녀들은 강제로 결혼에 내몰릴 수 있으며, 가정폭력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 법원에선 이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아미니의 설명이다.

이란 여성 언론인 아시에 아미니

사진 출처, Javad Montazeri

사진 설명, 아미니는 법, 재판, 전통 관습에서의 성차별이 "이 여성들을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범죄자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사형선고를 받은 여성 중에는 "집안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하는 부모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아미니는 "상황이 이렇기에 어떤 여성들은 영원히 폭력을 견디며 살아간다"고 지적했다.

반면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 살해를 고민하는 여성들도 있다.

아미니는 "남편을 살해한 여성 중 일부는 자신이 직접 살인을 저질렀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폭력에 대해 도움받을 방법이 있었다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사형 집행

아미니는 이란 법정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16세 소녀 아테페 사할레 얘기를 꺼냈다. 사할레는 여러 남성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

이란 법원은 그런 사할레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는 대신, 2004년 사할레가 혼외 성관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아미니는 "강간이었으나 사할레는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자백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란의 형법에 따르면 혼외 성관계를 자백하면 채찍질 100대형에 처해진다. 그리고 혼외 성관계가 3번 반복되면 4번째에는 사형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사할레의 경우 이 비인도적인 법조차도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 전 사할레에 대한 채찍질 100대형이 2차례만 집행된 걸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하지 레자에이'라는 이름의 이 남성 판사는 사형 선고를 내렸고, 사할레의 목에 직접 밧줄을 걸었습니다."

한편 보복에 대한 열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형제 반대 운동을 펼치는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교수형이 집행된 어느 여성의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 발밑에서 의자를 직접 발로 차는 영상을 스트리밍 플랫폼에 게시한 바 있다.

모하마디는 이 여성의 남편 쪽 가족이 아들과 친지들에게 "가족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본다.

이란의 사형제 반대 집회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이란의 사형제 반대 집회

위협의 수단

한편 아미니는 법, 재판, 전통 관습에서의 성차별이 "이 여성들을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아니면 범죄자가 되는 방법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이란에서 왜 이토록 빈번하게 사형이 집행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각 교도소의 이런 비슷한 사건들을 추적해왔지만, 이렇게 잔인한 형벌을 내려 이란 정부가 어떤 이익을 얻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루만드 이사장은 이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현재 이란 교도소는 정치범과 마약 사범으로 넘쳐나고 있는데, 이러한 과밀 수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국이 살해당한 이들의 가족에게 사면과 처형 사이에서 신속히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루만드 이사장은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의 형이 집행되진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면서 극형을 둘러싼 이란 당국의 저의를 의심했다.

보루만드 이사장은 "최근 수도 테헤란에서 한 남성의 손 절단형이 집행됐다. 다른 도시의 죄수들을 수도로 데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공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처벌에 관한 정보와 소문이 더 사회 깊숙이 스며들게 하고,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서 공포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이란 정부는 관련해 의견을 요청한 BBC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이란 사법부는 합법적으로 사형을 집행했으며, 이란은 국제 조약에 따른 의무사항을 위반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고문 및 강제 자백 관련 보도를 거듭 부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