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휴전… 이곳은 어쩌다 내전의 중심이 됐나

유엔은 에티오피아에서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급한 식량 구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유엔은 에티오피아에서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급한 식량 구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28일(현지시간) 반군과 내전 중인 티그라이 지역에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다. 내전 발발 8개월 만이다.

휴전 선언은 반군이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와중에 나왔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지난해 11월 발발 이후 500만 명이 넘는 국민을 식량 부족 상태에 몰아넣었다. 또 35만 명을 기근에 시달리게 했으며, 민간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반군을 향한 군사작전을 명령하며 내전을 시작한 아비 아머드 알리 총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 이웃 나라인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20여 년간 이어진 무력 분쟁을 끝낸 공로를 인정받아 그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휴전의 이유

An Ethiopian woman who fled the ongoing fighting in Tigray region holds a child in Hamdait village on the Sudan-Ethiopia border in eastern Kassala state, Sudan November 14, 2020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티그라이를 둘러싼 분쟁으로 수단으로 이동하는 난민도 늘고 있다.

수개월간 분쟁을 겪던 티그라이 지역은 반군이 장악한 상태로 휴전을 맞이했다. 주민들은 거리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깃발을 날리는 등 정부군의 철수를 반기는 장면들이 보고됐다.

최근 메켈레 밖에서 정부군과 티그라이 지역 집권 정당이자 반정부군인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TPLF)이 새로이 마찰을 빚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반군이 메켈레를 급습해 재점령하면서 내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인도적 휴전"을 선언했지만, 아직 정부군 철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친정부 성향의 임시정부 소속의 한 익명 관계자는 AFP통신에 "모두가 떠났다"고 말했다.

Map
1px transparent line

물론 인도적인 이유도 크다. 티그라이 지역은 내전 발발 이후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려왔다.

지난 10일 유엔은 보고서를 내고 티그라이 지역 내 35만 명이 기근에 처했다며 이를 "심각한 위기"라고 표현했다.

유엔은 또 이 지역의 식량 안보 단계를 최고 수위인 '재앙(IPC5)' 단계로 격상했다. 재앙 단계는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넓은 지역에 걸쳐 소수의 집단에 나타날 때를 의미한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등은 정부에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기근은 없다며 사태를 방관해왔다.

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날 농번기가 끝날 때까지 휴전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휴전은 구호물자 공급을 허용하고, 농부들이 농사를 지어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도울 전망이다.

이날 아비 총리와 대화를 나눈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휴전이 "시민들을 보호하고, 구호물자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내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에티오피아 연방·지방정부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에티오피아 연방·지방정부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분쟁은 지난해 에티오피아 중앙정부와 티그라이 집권정당 TPLF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중앙정부는 지난해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전국 지방선거를 연기했다.

그러나 TPLF 측은 중앙정부의 방침에 즉각 반발했다. 총선의 연기될 경우 아비 총리의 재임 기간 역시 연장되기 때문이다.

TPLF는 이후 아비 총리가 더는 총리의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9월 독자적인 지방의회 선거에 돌입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를 "불법선거"로 규정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아비 총리는 TPLF가 에티오피아 북부 단샤의 연방군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며 TPLF를 향한 군사작전을 명령했다. 내전의 시작이었다.

결국 메켈레를 점령한 정부군은 그곳에 친정부 성향의 임시정부를 세웠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십 만 명이 이웃 국가 수단으로 피난을 갔다.

양측 모두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Presentational grey line

깃발을 들고 기념하다

비비엔 누니스 BBC 아프리카 특파원, 나이로비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평화롭지만은 않게 메켈레를 빠져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성명을 내고 에티오피아군이 자신들의 사무실에 들어와 위성 장비를 해체했다고 비판했다.

메켈레에 있는 익명의 제보자들은 BBC에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휴전을 축하하고 있다고 밝혔다. SNS상에서는 티그라이 반군 지지자들이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TPLF는 주민들에게 침착하게 군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Presentational grey line

티그라이에 대한 5가지 사실

에티오피아의 북부 티그레이 주의 악숨 지역은 성경 속 시바 여왕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에티오피아의 북부 티그레이 주의 악숨 지역은 성경 속 시바 여왕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졌다

1. 로마 제국, 페르시아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문명 중 하나로 기록된 악숨 왕국이 바로 이곳 티그라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었다.

2. 악숨의 유적지는 현재 유엔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다. 이곳 유적지에는 서기 1세기에서 13세기 사이 지어진 오벨리스크, 성, 왕릉, 그리고 언약궤가 보관됐다고 알려진 교회가 있다.

3. 티그라이 지역 주민은 대부분 에티오피아 정교회 기독교인이다. 이 지역의 기독교 뿌리는 1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 티그라이 지역 주요 언어는 전 세계적으로 7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셈계의 언어 티그리냐어(Tigrinya)다.

5. 티그라이 지역 주요 농작물은 참깨다. 미국과 중국 등 많은 국가에 수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