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 유학 위한 '출국 금지'

두바이로 가고자 카불 공항 보안검색대에 줄을 서고 있는 여학생들의 모습

사진 출처, BY ARRANGEMENT

사진 설명, 흐릿한 사진 속 두바이로 가고자 카불 공항 보안검색대에 줄을 서고 있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 기자, 누르 굴 샤파크
    • 기자, BBC 아프가니스탄 서비스

아프가니스탄 학생 낫카이(20)는 "탈레반이 대학을 폐쇄한 이후 유일한 희망은 장학금을 받아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내용의 민감성을 감안해 신변 보호 차원에서 가명을 사용했다)

낫카이는 아프간에서 대학에 다닐 기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공부를 쉬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줄기 빛처럼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대학에서 에미라티 억만장자 사업가 셰이크 칼라프 아마드 알 합투르가 후원하는 장학금을 받게 됐다.

8월 23일(현지시간) 낫카이는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기대에 차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곧 좌절됐다.

낫카이는 갈라진 목소리로 "탈레반 관리들이 우리 항공권과 학생 비자를 보더니 여학생은 학생 비자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행 금지

낫카이는 좌절에 차 공항을 떠났다. 최소 60명 이상이 비슷한 처지였다. BBC가 입수한 사진에서는 검은 히잡을 두른 어린 여학생들이 충격에 휩싸인 채 짐 옆에 서 있었다.

분주한 공항 보안검색대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탈레반 관계자는 남성 보호자를 동반한 여학생들조차 출국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항 관계자는 여성의 경우 남편이나 남성 보호자(마흐람)를 동반해야만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자 형제, 삼촌, 부친 등 친족 남성만이 마흐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하지 않았다.

낫카이는 "비행기 안에 마흐람과 동행한 여학생이 3명 있었는데 (탈레반 정부의) 권선징악부 관리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은 어느 국가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상 아프간을 지배하고 있으며 지난해 여성의 단독 여행을 금지했다.

하지만 낫카이는 해당 금지령이 고등 교육을 위해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무력한 형제

한편, 나머지 학생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

여동생과 공항까지 동행했던 샴스 아마드(가명)는 당시의 고통을 설명했다.

그는 "대학이 문을 닫은 뒤 장학금이 동생에게 새로운 희망을 줬다. 하지만 그 아이는 희망을 품고 집을 떠났다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고 말했다. "동생의 모든 권리는 박탈당했습니다."

아마드는 일부 여성들이 동행할 마흐람의 비자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돈을 빌리기까지 했지만 제지당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 학생들 중 일부는 정말 무력하고 가난합니다. 외무부에서 요구한 서류 확인 비용 400아프가니(약 6600원)도 없습니다."

대학 광고판에서 지워진 여학생들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대학 광고판에서 지워진 여학생들의 모습

장학금을 찾아서

탈레반 당국이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한 이후 2022년 12월 아프간 여성을 위한 장학금이 발표됐다.

BBC는 총 100명의 아프간 여성이 해당 장학금을 받는 데 성공했으며, 해외에 거주하던 일부 아프간 학생들은 이미 두바이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과정이 완료되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으며, 학생들은 8월 28일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두바이대학 및 장학금의 주요 후원자 셰이크 칼라프 아마드 알 합투르는 이 여학생들의 입학 진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했다.

알 합투르는 X(구 트위터)에 영어로 된 영상 메시지를 올렸다. 이 메시지에서 그는 이슬람 아래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며 탈레반 당국을 비판했다.

이 영상에는 공항에서 제지당한 아프간 여학생이 영어로 남긴 음성도 담겨 있었다.

음성을 남긴 학생은 "우리는 지금 공항에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부가 두바이행 출국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흐람과 동행한 사람도 제지당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카불 대학교 입구 밖에 서 있는 여학생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탈레반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많은 제한을 가했다. 이들이 공부하거나 직업을 가지는 것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제적 비판

탈레반의 이번 조치는 인권 단체와 외교관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여성인권부 부국장 헤더 바는 "탈레반이 이미 여성 교육을 단절시켜 극도의 잔혹함을 보였는데, 이를 넘어서는 경악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공부를 돕지도 못하게 학생들의 손발을 묶는 것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전 유엔 청소년 대표 슈쿨라 자드란은 대학 측에 여학생들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탈레반은 이에 대해 어떠한 성명이나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권선징악부 대변인 모하마드 사디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모른다고 말했다.

탈레반 고위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도 본인이 현재 여행 중이라 정보가 없다며 의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거리 시위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많은 시위를 벌였지만, 집권 탈레반의 정책을 바꾸지는 못했다

낫카이는 현재 실의에 빠져 있다.

낫카이는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두바이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성을 받아들이거나 존중하지 않는" 탈레반에 더 할 말이 없다고 한다.

한편, 아프간 여학생과 그들의 교육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전 세계에 호소했다.

"여자인 것이 범죄인 나라에서 저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정말 슬픕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