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저 같은 여성은 탈레반의 표적입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호소

낙서가 잔뜩 칠해진 여성 모델의 포스터 앞을 부르카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낙서가 잔뜩 칠해진 여성 모델의 포스터 앞을 부르카를 쓴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 기자, 소다바 하이데어, 메그하 모한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한 날, 미용실 밖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의 광고 포스터에는 검은 낙서가 생겼다.

시내에 있던 미용실들도 문을 닫았다. 가게 일부는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앞으로 다가올 현실을 두려워하고 있다.

몸을 숨기고 있다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아프순(가명)은 BBC에 미용 산업이 아프간 여성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다리(Dari)어로 '타칸 코르덤(takaan khordum)'이란 문구를 다른 언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대략적으로 '삶의 중심을 흔드는 희대의 사건'을 의미하는데, 타칸 코르덤을 겪고 나면 삶은 영원히 바뀌게 된다. 인생의 중심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사건이 한 예다.

아프순은 이 감정을 지난 8월 15일 처음으로 느꼈다.

그 전까지 그는 헤어드라이어 소리에 섞인 샴푸와 매니큐어 냄새 속에서 일하는 게 행복했다.

이날 오전 10시, 그는 자신이 일하는 미용실 동료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그런데 동료는 전화로 "오늘은 나오지 말라"며 "문을 닫을 것이다. 다 끝났다"라는 말을 전해왔다.

침대에 앉아서 아프순은 휴대폰을 확인했다.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친구와 가족에게 받은 수십 통의 문자와 소셜미디어 게시물 수백 개를 훑어봤다.

엄청난 공포가 몰아쳤는데, 얼어붙는 듯한 춥고 아픈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메시지는 모두 똑같았다.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했다는 내용이었다.

16일 만에 서방 군대와 외교관들도 모두 떠났다.

아프순은 "끝났어"라고 혼자 되뇌었다. 몸을 피할 시간이 온 것이었다.

눈에 검은 낙서가 칠해진 신부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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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눈에 검은 낙서가 칠해진 신부의 포스터

20대 중반인 아프순은 자신을 '현대 아프간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운전을 할 수 있고, 커리어 야망도 있다.

아프순은 자신이 태어난 시대인 90년대를 기억하지 못한다. 탈레반이 미용실을 금지했던 시기다.

그는 미용실이 일상의 일부였던 공간에서 자랐다. 2001년 탈레반을 축출한 미국 주도의 침공 이후, 20년 동안 카불에만 200개 이상의 미용실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도 미용실 수백 개가 있었다.

10대 시절의 아프순은 화려하게 보이고 싶어서 잡지와 소셜미디어를 뒤졌고, 가족 내 다른 여성들과 함께 미용실을 방문하곤 했다.

다양한 색상의 네일 페인팅과 스모키한 콜(khol· 아랍에서 눈언저리를 검게 칠하는데 쓰는 화장 먹) 아이라이너를 그리고, 두꺼운 속눈썹을 붙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윤이 흐르는 드라이한 머리와 휘황찬란한 긴 헤어스타일 등 그는 그 세상에 속한 모든 걸 사랑했다.

결국 아프순은 성공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이외에 그가 원했던 것은 없었다.

카불의 다른 미용실처럼 아프순의 미용실에도 창문이 있었다. 거기엔 화려하고 우아한 여성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아름다움이 당신의 것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포스터는 남성이 대부분인 카불 거리에서 고요하고 여성 세대가 어울리는 공간인 미용실 내부를 보지 못하게 가리는 역할도 했다.

미용실 안에는 항상 1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있었다. 의사, 기자, 가수, TV 스타,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부, 엄마와 함께 온 10대 소녀들 등 손님은 다양했다.

결혼식 준비든 간단한 시술이든 미용 비즈니스는 건실했고, '이드'와 같은 이슬람 축제 기간에는 미용실이 너무 바빠 예약을 잡는 일도 며칠이 걸리곤 했다.

그는 "나는 여성들을 사랑한다"며 "여성들이 자유롭고 빛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남자들과 떨어져 있는 곳에서 쉴 수 있었어요."

그러나 탈레반이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지난달 15일 일요일, 그의 오랜 노력은 하루 만에 무너졌다.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화장한 아프간 여성 모델

사진 출처, Nilab Adelyar

사진 설명,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화장한 아프간 여성 모델

거의 자정이 아까웠던 시간, 아프순은 목소리를 낮추고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두려움이 감지됐다.

그는 이날 바로 집을 나와 대피처를 찾았다고 한다.

아프순은 "미용 업계의 여성, 특히 나처럼 작업물을 공개적으로 보인 사람들은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하지 말라는 친구의 전화 이후, 카불 주민들이 여성이 나온 포스터에 덧칠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프순의 친구 한 명은 자신이 모델을 했던 포스터에 직접 칠을 했다.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고, 미용 사업을 하는 여성들에 관한 관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여성들이 얼굴이나 목을 내놓는 일을 그들(탈레반)이 승인할 일은 없어요."

그는 "그들은 여성은 시선을 끌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강조해왔다"라며 "아프간에서 미용 산업은 끝이 났다"고 했다.

얼굴이 긁혀져 있는 광고 포스터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얼굴이 긁혀져 있는 광고 포스터

아프순은 카불을 탈출하는 비행기 좌석을 확보할 수 없었다. 관련 초대장이나 서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겐 출구가 없다.

아프순은 매일 그룹 채팅으로 동료들과 연락을 한다.

지난달 24일이 돈이 들어온 마지막 날이었다. 이제 더 이상 들어올 돈도 없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그들 모두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아프순은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다음을 확신하기란 어렵다.

지금은 옷을 어떻게 입을지, 심지어 언제 밖으로 나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아프순이 생각하는 미래는 짙은 검은색 물감으로 칠해져 있고, 그는 회복을 기대할 수조차 없는 충격 속에 빠져있다.

"살아 있는 것만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겁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섭고 절망적인 것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

"매 순간 탈레반이 저를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