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들레헴엔 기쁨도, 산타도, 축하도 없습니다'
- 기자, 샤이마 칼릴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지이자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자리한 베들레헴의 분위기는 올해 텅 비어 무겁기만 하다.
올해 크리스마스 기념행사는 취소됐으며, 보통 때라면 구유 광장을 가득 채웠을 관광객과 순례객 수천 명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베들레헴에 사는 마들렌은 “(올해) 베들레헴은 행복도, 기쁨도, 아이들도, 산타도 없다. 축제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구유 광장 한가운데 자리했던 유명한 트리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캐럴도, 크리스마스 마켓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대신 아기 예수가 큰 돌무더기와 철조망에 둘러싸인 채 태어나는 모습을 담은 기념 조형물이 가자 지구의 어린이들을 위한 헌사의 의미로 설치됐다.
이례적으로 텅 빈 예수탄생기념성당에서 아이사 탈지야 신부는 이곳 베들레헴이 마치 그림자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이 성당에서 12년 간 사제로 일했으며,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는 탈지야 신부는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이러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가자 지구에 형제자매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축하하기 어렵습니다 … 하지만 기도로 하나가 되는 건 좋은 일입니다.”
또 다른 베들레헴의 주민인 자왓 미카엘은 가족이 가자 지구 북부에 갇혀 있다. 미카엘의 부모, 형제 및 일가친척 수십 명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시티 동쪽 지역인 쉐하이야 지구 근처 성가정 가톨릭 성당에서 몸을 피하고 있다고 한다.
미카엘과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 아버지 한나 미카엘이 전화를 걸어왔다.

중간에 종종 목소리가 끊기는 등 연결이 불안정했지만, 미카엘은 잠시라도 아버지의 얼굴을 눈에 담고자 애썼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족은 잘 지내고 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2주 이상 만에 처음으로 성당 밖으로 나왔다는 아버지는 성당 주변은 온통 건물 잔해뿐이라며 모든 상점이 불에 탔다고 전했다.
“완전한 파괴”라는 설명이다.
아버지는 의사소통도 잘 안되고 마실 물도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먹을 것 또한 턱없이 부족해 “배부르기는커녕 생명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아버지 한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얼마나 달랐는지 설명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날 보통이라면 성당을 장식했겠죠. 캐럴이 울리고 사람들은 서로 도우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미카엘의 가족은 이미 끔찍한 아픔을 겪었다.
1주일 전 미카엘의 할머니이자 마찬가지로 해당 성당에서 지내고 있던 나헤다 칼릴 안톤은 화장실에 가던 중 복부에 총상 2발을 입고 사망했다. 미카엘의 고모인 카말 안톤 또한 할머니를 도우려 달려들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세상을 떠났다.
미카엘은 취재진에게 그 직후의 모습과 장례식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 출처, ANTON FAMILY
미카엘의 가족은 전쟁 초기부터 이곳 성가정 성당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젠 사랑하는 이들을 이곳 성당에 묻고 있다.
미카엘 일가는 이스라엘 저격수들로 인해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측은 조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버지 한나는 눈물과 함께 가족 2명이 눈앞에서 살해당했다고 말하며 “충격이었다 … 견딜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내 한나는 취재진에게 자신이 울어서,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너무 힘드네요. 너무 많은 걸 견디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한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큰 소리가 들렸다. 이에 미카엘은 마지못해 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다.
한편 크리스마스 날 아침 베들레헴에선 몇몇 주민들이 돌무더기 속에서 탄생하는 아기 예수 조형물 주변으로 모여들자 교회 종이 울렸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선 아랍어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중 한 곡은 아이들을 위한 살람(아랍어로 ‘평화’)을 염원하는 가사를 담고 있었다.
수십 명이 중앙에 모여 큰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연설 전통을 이어가고자 베들레헴에 등장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검정과 흰색 체크무늬가 섞인 팔레스타인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예수탄생기념성당에 들어서기 전 “매우 슬픈 크리스마스”라고 표현했다.

사진 출처, EPA
피자발라 추기경은 “우리는 전쟁 중이다. 끔찍한 전쟁이다. 우선 가자 지구 주민들을 생각한다. 가자 지구의 사람들 … 200만 명이 현재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폭력은 폭력만을 낳기에 이러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이제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입니다.”
이곳 교회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자리한 구유 광장은 보통 스타 거리 양옆으로 기념품 상점이 빼곡히 들어서 평소라면 사고, 팔고, 흥정하는 이들로 붐볐던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팔레스타인의 유명한 바늘땀 스카프, 쿠션 커버, 기념품 등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채 가게 밖에 걸려 있었다.
이맘때는 이곳 시장이 크게 붐비는 시기다. 올해는 아니다.
구유 광장 바로 옆 지역 시장에서 상점을 운영한다는 아부드 수부는 “가자 지구의 많은 이들이 죽은 상황에서 축하할 순 없다”고 말했다.
수부는 자신의 도시와 장사가 이렇게 돼서 너무 슬프지만, 올해만큼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게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구 저 반대편이 아닌, 팔레스타인에 살기에 행복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