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서의 보도: 트라우마와 피로에 지친 가자 지구 사람들

몰려드는 차를 바라보는 사들
사진 설명, 이스라엘 공습 이후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부상자가 도착한 가운데 길 따라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 기자, 아드난 엘-버시
    • 기자, BBC 아랍어 서비스
    • Reporting from, 가자 지구, 칸 유니스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앞엔 청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청년들이 마치 장례식 행렬을 바라보듯 줄지어 서 있었다.

이곳 나세르 병원의 응급실엔 또 한 번 긴박한 침울함이 흐르는 밤이 찾아왔다.

수술복 차림의 의료진들은 더 많은 부상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트라우마와 피로에 지친 상태였다.

이윽고 경적소리와 전조등 불빛과 함께 자동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사람들은 그 안에 실려있던 청년을 들것으로 옮긴 뒤 서둘러 응급실로 돌진했다.

그때 먼지로 뒤덮인 또 다른 차량이 도착했다. 4~5살 정도 밖에 안 된 아이였다. 이 소년은 제 발로 걸을 수 있었다.

지난 1일 이스라엘 공군이 남부 지역에 집중 포격을 가한 이후 가자 지구에서 2번째로 큰 도시인 칸 유니스 소재 병원들은 그야말로 포화상태다.

앞서 하마스와의 임시 휴전이 결렬되면서 지상전이 다시 확대됐고, 이에 이스라엘 탱크와 군인들이 가자 지구로 진입하고 있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의 보건 당국은 교전 재개 이후 최소 12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즉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전쟁으로 현재까지 가자 지구에선 1만600여 명이 사망한 셈이다.

10월 7일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기습해 최소 1200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삼아 가자 지구로 끌고 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국,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 상태다.

칸 유니스를 중심으로 한 구역 나누기

전쟁 초기,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에게 북부 지역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에 230만 명에 달하는 가자 지구 주민 중 다수가 남부로 떠났다.

하지만 남부 주요 도시 칸 유니스에도 전쟁이 번지면서 이들에겐 더 이상 도망갈 곳이 남아 있지 않다.

칸 유니스 소재 유러피안 병원에도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며 복도 및 부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어린아이는 “우리가 놀고 있을 때면 폭발음이 난다. 그럼 재빨리 벽 근처 텐트로 달려가 자는 (척을) 한다”고 말했다.

이 아이가 말하는 동안에도 폭발음은 이어졌다.

“두렵습니다. 우리 위에서 창문 유리가 산산이 조각나며 떨어집니다.”

파괴된 건물 잔해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UN 관계자는 가자 지구 전역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시시각각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 머무는 한 여성은 칸 유니스 동쪽의 알-파카리 지역이 “안전 지대”라는 전화를 받고 이곳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그 지역에도 포격이 이어지고 있으며,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한다.

“우리에게 안전한 지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살만한 지역이라는 것도 없어요.”

75세의 남성도 안전한 곳이란 없다며 동의했다.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이 남성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있다. 우리 (노인들은) 이 일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계속 울리는 (폭발) 소리를 들어보세요.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안전 지대로 떠날 기회를 잡을 수 있나요? 안전이라는 건 어디 있죠?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딜 가나 저들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안전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칸 유니스의 시내 지역에선 ‘사마 일완’이란 이름의 여성이 빈 물병 2개를 흔들며 아이들이 마실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일완에겐 여섯 자녀(딸 5명과 아들 1명)가 있다.

“우리는 마치 고양이나 개 같은 처지가 됐습니다. 적어도 고양이나 개는 대피할 곳이 있겠죠.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그저 길거리에 발이 묶였습니다.”

칸 유니스에서 보도 중인 엘-버시 기자
사진 설명, 아드난 엘-버시 BBC 아랍어 뉴스 기자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밖에서 보도하고 있다

나 또한 삶이 조여들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 전쟁이 발발한 이후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토록 지독한 상실감을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든 의지력과 통제력을 빼앗긴 기분이다.

가족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이들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하지만,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나는 원래 북부 지역에 살았지만, 남부가 “안전하다”는 이스라엘 군대의 명령에 따라 가족들을 이끌고 가자 지구 남부로 도망쳤다.

현재 칸 유니스에는 혼자 지내고 있고, 가족들은 가자 중심부에 머물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 이들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났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이 첫 번째 도로를 폐쇄했는데, 두 번째 도로는 매우 위험하다.

나는 가족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더 남쪽인 라파 지역으로 가 보도를 이어 나가야 할까. 아니면 보도를 멈추고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할까. 그래서 최악의 순간에 최소한 다 함께 죽을 수 있도록 해야 할까.

이건 차마 선택이라 부를 수도 없는 선택이다. 그 누구도 이러한 끔찍한 선택의 기로에 서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