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다이어리: '우리는 매일 죽고 있어요'
- 기자, 라라 엘 지발리, 헤리엇 올렐
- 기자, BBC World Service
가자 지구의 네 사람이 BBC 월드 서비스에 폭격 속 삶을 전했다. 이들은 긴 낮에 음식과 물을 찾아 헤매고 긴 밤에 공습을 피해 피신하며 아침까지 살아 있기를 기도한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10월 7일부터 가자 지구에 폭격을 가해 팔레스타인 사람이 1만1000명 이상 숨졌다. 이 사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됐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최소 242명이 인질로 잡혔다.
불안정한 통신망과 정전으로 인해 연락이 어려웠지만, 가자 지구의 네 사람은 가능할 때마다 메시지와 동영상을 보냈다.
경고: 이 기사는 일부 독자에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합니다.

사진 출처, 압델하킴
10월 13일 금요일
지상 침공이 임박한 상황, 이스라엘 비행기가 가자 북부 주민들에게 "안전과 보안"을 위해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전단을 뿌렸다.

사진 출처, 파리다
파리다: 파리다는 가자시티에 사는 26세의 영어 교사다. 파리다는 첫 메시지에서 "이웃집 세 채가 파괴됐다. 우리 모두 대피해야 하지만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저 기다릴 뿐입니다. 친구 몇 명은 실종됐고, 어쩌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부모님의 상황은 모르겠어요."
파리다는 형제자매, 그들의 어린 자녀 6명과 함께 걸어서 남쪽으로 향한다. 일가족은 일주일 가까이 걸었고 길거리에서 잠을 잤다. 그들의 목표는 이스라엘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와디 가자 이남으로 가는 것이다.
아담: 같은 날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는 청년 노동자 아담이 5일 만에 다섯 번째 대피를 준비 중이다.
아담은 "가자 북부에서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남쪽으로, 특히 칸유니스로 향하도록 요청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칸유니스는 공습을 받고 있어요. 집 근처에도 공습이 있었어요."

사진 출처, 아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완전히 포위하면서 식량·의약품·휘발유 재고가 부족해졌고 아담은 파킨슨병을 앓는 연로한 아버지를 돌볼 수 없게 됐다. 병원에도 아버지를 위한 병상이 없었다. 전날 밤에는 병원 마당 바닥에서 잠을 청했다.
칼리드: 가자 북부 자발리아에 거주하는 의료 장비 공급업자 칼리드는 가족과 함께 대피하라는 전단을 받았지만 피난을 거부한다.
칼리드는 한 영상 메시지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배경으로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어쨌든 우리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드는 시장에서 벌어진 공격에서 살아남은 사촌의 어린 두 자녀를 돌보고 있다.
그는 "부상자가 많아 의료품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일부 의약품은 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데 정전으로 저온 보관에 실패해 상해버렸다. 이런 품목은 긴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칼리드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의료품을 전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10월 16일
월요일 민간인 수송 차량 행렬이 지정 대피로 2곳 중 하나인 살라 알딘 거리에서 남쪽으로 향하던 중 공격을 받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70명이 사망했고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였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개입을 일체 부인했다. 이날까지 팔레스타인 사람 2785명이 사망했다.

남부에서도 공습이 벌어지자 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북부에 그냥 남기로 했다. 남부에서 피난처를 찾던 다른 사람들은 귀향하기로 했다.
파리다: 며칠 동안 길거리에서 잠을 잔 파리다는 망연자실 상태다. 파리다는 "지금의 심정이나 현재 상황을 설명할 말이 없다"며 "주변에서 많은 폭격이 있었고 아이들은 전부 울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에서는 매일 밤 잠들며 내일 아침 깨어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히잡을 쓰고 가족과 함께 앉아 있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습에 대비해야 하니까요."
10월 17일 화요일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에서 폭발이 일어나 47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에는 병원 마당에 대피 중이던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관여를 부인했으며, 해당 폭발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 로켓의 오발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압델하킴: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 압델하킴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공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가자 중부의 알부레이 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압델하킴은 친구 몇 명이 병원 폭발 현장에 있었다고 말한다. 한 명은 부상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가족을 모두 잃었다.

사진 출처, 압델하킴
그는 횃불을 비춰 촬영한 영상에서 "나는 23살이고 지금은 살아있다"고 말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제 이야기가 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 머리 위에 떠 있는 전투기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요."
"여기는 물도, 약도, 전기도, 생필품도 없습니다. 저와 동생들은 사흘 동안 작은 빵 한 조각을 나눠 먹은 것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12일 동안 다 합쳐서 10시간도 못 잤습니다. 너무 피곤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돼서 쉴 수가 없어요."
압델하킴과 다른 봉사자들은 그의 집에서 기부물자를 나눠주고 있다. 그는 "구호 물품과 담요를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도 손을 보태고 있다. 이집트에서 올 구호 트럭을 기다리는 대신 우리가 먼저 나서기로 했다"고 말한다.
10월 20일
금요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이 파괴되자 압델하킴이 무너진 건물 영상을 보내왔다. 가족들이 앞다퉈 대피하는 동안 뒤에서 미친 듯한 비명이 들려온다.
압델하킴: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로켓이 날아왔어요. 간신히 집에서 빠져나왔습니다. 이웃들은 여전히 잔해 아래에 있습니다." "이웃을 구하러 갔지만 아무도 못 찾았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매시간 죽음에 둘러싸여 살고 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은 기적적으로 살아 있습니다. 집을 일부 고쳤으니 머물면서 죽음을 기다릴 수 있게 됐군요."
10월 25일
수요일 압델하킴의 이웃이 또다시 공습을 당했다.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사람 6972명이 사망했다.
압델하킴: 이번에 압델하킴은 흐느끼는 음성 메시지와 문자 메시지 몇 개로만 소식을 전했고 "나는 도움이 안 됐다. 사방에 널린 시신 파편을 보고 온몸이 마비됐다. 여기 있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 순교자가 되는 중"라고 말했다.
이집트의 라파 국경지대를 통해 구호 트럭의 가자 지구 진입이 허용됐지만, 이를 통해 제공된 물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엔(UN)은 피난민이 140만 명 이상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아담: 아담은 가족을 위해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에 힘들어하면서 "긴 줄을 서지 않고 식량을 구하려면 아주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자면 마음속 뭔가가 무너집니다. 병원 마당에서 자도 마음속 다른 뭔가가 무너집니다. 빵을 사려고 줄을 서고 물을 구걸하는 동안 마음속 많은 것들이 무너집니다."
칼리드: "폭격이 계속되는데 어떻게 빵을 구하러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음식을 보관할 냉장고도 없습니다. 상한 음식, 썩은 토마토를 먹고 있고, 콜리플라워에서는 벌레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다른 게 없으니까 그냥 먹는 수밖에요. 곰팡이가 생겨도 제거한 다음 남은 걸 먹어야 합니다."

사진 출처, 칼리드
파리다: 파리다의 가족은 가자 북부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파리다는 "남부에는 머물 곳도 없고 기본적인 생필품도 없다. 주변에는 무거운 폭탄들이 떨어졌다. 우리는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하루에 4~5분 만이라도 앉아서 친구나 가족과 연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쁩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리다가 살던 거리에는 폭탄이 떨어졌고 집이 일부 무너졌다.
10월 27일 금요일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을 강화하면서 가자 지구의 인터넷과 전화망이 완전히 끊겼고 48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됐다. 아담, 압델하킴, 파리다, 칼리드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통신망이 복구되자 그들은 어두운 기억을 전해왔다.
압델하킴: "어젯밤 강력한 폭격이 있었습니다. 통신도 끊겼고 구급차도 사람을 구하러 갈 수 없어서 폭격을 당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아담: "저는 괜찮습니다. 신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통신이 두절된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그때 저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곁에 있어 달라고 할 수도 없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무력했습니다."
파리다: 파리다는 눈물을 흘리며 "친구를 잃었고 집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형제가 부상을 입었어요. 슬픔이 마음을 침식합니다. 우린 괜찮지 않아요. 완전히 망가졌어요."
칼리드: "그날은 평범하다고 느꼈지만 인터넷이 복구되자 뉴스가 밀려들었습니다. 집과 마을이 다 파괴됐어요. 여러 일가족이 죽었습니다. 상황은 비극적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세상과 단절시킨 후 학살이 시작됐습니다."
10월 30일 월요일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시티에 접근했고, 가자 북쪽에서 남쪽으로 통하는 주요 대피로인 살라 알딘 도로에서 목격됐다.

사진 출처, 칼리드
칼리드: "저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신이시여, 우리에게 죽음과 안식을 가져올 다음 폭탄은 언제 떨어집니까?' 이런 생각을 해요."
이것이 칼리드가 전한 마지막 소식이다. 10월 31일 칼리드가 살던 자발리아에 이스라엘 공습이 이어진 뒤 칼리드와 연락이 끊겼다. 팔레스타인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 공습으로 최소 101명이 사망하고 38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이 아닌 하마스 고위 지휘관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미국·영국·유럽연합(EU) 등이 테러 단체로 지정한 하마스가 민간인 지역에 조직원을 숨겨놨다고 비난한다.
파리다: "제게는 꿈이 있고, 좋은 가족과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멋진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계속 '우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말하는 모든 것을 기록해 주세요. 저는 집계된 숫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아담: "세상이 우리를 이 상황에 방치한 것에 대해 영원히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분이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UN 전문가들은 가자 지구의 “대량 학살”이 목전이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4주 만에 팔레스타인 사람 1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대다수는 민간인이며, 그중 어린이가 4000명 이상이다.
업데이트: 11월 11일 토요일
열흘간의 침묵 끝에 칼리드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병원 22곳을 포함해 의료 시설 36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는 소수 시설만이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칼리드: “인터넷, 수도, 전기가 모두 끊겨서 생존을 알리기 위해 통신이 가능한 지역까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가자시티 북쪽의] 란티시 아동병원에 보급 물자를 전하기 위해 탱크 몇 미터 이내로 접근해 목숨을 걸고 나섰습니다. 복도와 계단에 환자가 그득해 빈 공간이 1cm도 없었습니다."
"병원에 의료품이 다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분유도 없습니다. 의사들은 마취 없이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북부 가자 주민들은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차례대로 몰살되고 있습니다. 폭격으로 죽지 않는 사람은 질병으로 죽고, 질병으로 죽지 않는 사람은 식량과 물 부족으로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IDF는 이후 란티시 병원 관계자와 IDF 고위 장교가 환자 대피를 위해 구급차 준비를 논의한 전화 내용을 BBC에 공개했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란티시 병원에 하마스 기반 시설이 위치한 증거로서 폭발물, 자살 조끼, 10월 7일 하마스 공격에 사용된 오토바이가 지하실에 숨겨진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학교 및 란시티 병원 옆 사다리와 연결된 깊은 수직 통로 영상을 보여주며 "테러 터널"이라고 덧붙였다. BBC는 사실 여부를 따로 확인하지 못했다.
*가자 지구 사망자 수는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 지구 보건부가 발표한 수치입니다.
추가 취재: 하야 알바다르네, 메리 오라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