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브릭레인 벽화 거리에 등장한 '중국 공산당 정치 선전 그래피티'

하얗게 칠해진 벽에 크게 그려진 붉은색 한자 문구

사진 출처, LEI_UK@INSTAGRAM

사진 설명, 지난 주말 초 런던 브릭레인 거리에 나타난 커다란 붉은 글씨의 중국 정치 슬로건

벽화 등 길거리 예술로 유명한 영국 런던 브릭레인 지역에 중국 공산당 이념을 찬양하는 그래피티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지난 주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벽화가 그려진 벽을 흰색 스프레이로 덮은 뒤 커다란 붉은 글씨로 이와 같은 슬로건을 적었다.

한자 2자로 된 단어 12개로 구성된 이 “핵심 사회주의 가치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정치 구호다.

하얀 벽과 붉은 글씨가 조합된 정치 프로파간다 슬로건은 중국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한편 온라인에선 과연 해당 글씨가 거리 예술로 간주될 수 있는지, 정치 프로파간다와 표현의 자유 간 상호 관계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또한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새로운 그래피티가 빠르게 그려지는 등 해당 벽은 경쟁의 장으로 변모했다.

일부 시민들은 “아니요”라는 글씨를 그 위에 덧칠하거나, 이러한 슬로건에 반박하는 문구나 이미지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피티 & 포스터 및 전단지 부착” 죄로 지난 5일 벌금 800파운드(약 130만원)가 부과됐다는 내용의 이미지도 나타났다.

아울러 해당 그래피티가 이미 작고한 한 유명 거리 예술가에 바치는 작품 등 브릭레인 벽을 덮고 있던 오래된 작업물들을 덮어버린 것에 대해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당 사회주의 슬로건은 시 주석 이전 후진타오 주석이 2012년 처음 발표한 것으로, 부강, 민주, 문명, 조화,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헌신), 성실, 우선(우호)을 뜻한다.

논란이 된 그래피티에 반대하는 문구를 적는 시민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한편 이러한 슬로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그려 넣은 이들이 실제로 진지한 태도로 임한 것인지, 반어법적인 반응을 노린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들 중 한 명인 왕한정은 자신들의 작품엔 “정치적 의미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왕은 인스타그램에 그래피티 사진을 올리며 중국어로 “다양한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자” 정치적 요소를 택한 것일 뿐이라고 적었다.

왕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 그래피티는 서방 세계의 문화적 중심을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런던의 자유”라면서 “사회주의 건설로 서방의 잘못된 자유를 해체하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른 쪽의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다”는 문구도 덧붙였다.

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이 24개 글자가 상징하는 의미는 “중국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벽화는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도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내부 시민들, 특히 자국 정부를 옹호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이들은 브릭레인의 이 그래피티는 표현의 자유의 일환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화 수출”이 자랑스럽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국수주의자들은 과연 해당 그래피티가 “고도의 블랙 유머” 즉 은근하고 애매한 언어로 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외 국가에선 이 그래피티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왕의 인스타그램 댓글 중 최대 ‘좋아요’ 수를 기록한 어느 댓글은 “표현의 자유 탄압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당신이 늘어놓은 단어로 타인의 예술을 잔인하게 파괴한 행위를 정당화할 순 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감히 베이징 한복판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해 쓸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당신이 사랑하는 조국은 당신을 체포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댓글도 높은 ‘좋아요’ 수를 기록했다.

왕 또한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반응이 격렬하다고 인정했다. 왕은 BBC에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 악의를 드러내기 위해 이번 일을 이용하고 있다. 이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 7일 오전 왕은 해당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댓글창을 가렸다.

한편 왕과 함께 그래피티를 그린 지노 황은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은 미완성”이라고 적었다.

“여느 다른 그래피티처럼 이 작품 또한 그 위에 다른 그림이 덮고,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 그래피티가 매일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눈길이 닿는, 이 지역 동네의 일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더 큰 담론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