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맥주의 맛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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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윌리엄 파크
- 기자, BBC
상쾌한 탄산과 홉 향이 가득한 시원한 맥주는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료 중 하나인 맥주의 맛도 기후 변화로 인해 달라지고 있다.
갈증을 달래주고 감칠맛 가득한 풍미를 가진 갓 따른 맥주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음료도 드물 것이다. 체코 과학 아카데미 글로벌 변화 연구소 소속 연구원 미렉 트란카는 "맥주는 쌉쌀하면서 또 달콤하기도 해서 한 모금 더 마시고 싶어지는, 말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맛"이라고 말했다.
맥주의 풍미는 홉과 효모, 맥아 보리라는 세 가지 재료의 화학적 화합이 복잡한 교향곡을 이루며 만들어진다. 그런데 기후 변화때문에 요즘 보리와 홉의 생산은 위기를 맞게 됐다. 트란카와 동료들은 맥주 양조업자들이 술을 만들 때 넣는 이른 바 '귀족 홉'은 "점점 더 재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란카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유럽 최대 홉 재배 지역에서 노블 홉의 생산량은 20% 줄어들었다. 노블 홉에 들어 있는 주요 화합물은 맥주 특유의 쓴 맛을 내는 알파산이다. 하지만 이 팀의 연구는 2050년쯤이면 홉에 있는 알파산 수치가 3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제 맥주는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일까? 맥주의 풍미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맥주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료이자, 판매량 기준으로 가장 인기 있는 술이다. 인류가 농업을 발견한 이래로, 맥주는 사회의 일부였다.
곡물을 발효시킨 알코올 음료에 대한 역사적 증거는 기원전 5700년 전 중국 신석기 시대 유적지 '지아후'와 서기 2~8세기까지의 모체 문화 같은 히스패닉 이전의 안데스 사회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근동 지역(터키, 이란)에는 메소포타미아 설형문자와 인장에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즉 고대 세계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맥주가 만들어졌다는 역사적 증거가 있는 것이다.
먼 옛날 농부들은 옥수수나 쌀, 시리얼 같은 곡물을 발효시키면 사람을 취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 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하게 됐다. 술은 오늘날 전세계 술집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고대 세계에서도 사교의 윤활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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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은 처음에는 향료가 아닌 방부제로 첨가되었다.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발효 과학을 연구하는 교수 토마스 쉘해머는 "중세 시대에 사람들은 홉이 맥주에서 항균 작용을 해 술이 시큼하게 변질되는 것을 막아주고 유통기한을 늘려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쉘해머는 산업혁명과 가마, 스테인리스 스틸 통이 도입되기 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홉을 불로 건조시켰고 이 때문에 맥주에서 볶은 홉의 풍미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홉이 들어간 색이 밝은 '라이트 비어', 혹은 라거 맥주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강철이 널리 보급된 후에 대량으로 생산됐다.
그러면서 홉은 맛의 균형을 잡는 역할도 하게 됐다. 맥아의 향과 풍미는 달콤하기 때문에, 홉의 쌉싸름한 맛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홉의 향긋한 풍미는 맥주 양조에서 단순히 기능적인 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의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풍미는 매우 다양했다. 당시에는 맥주를 만들 때 홉 외에 히더 꽃, 스프루스 꼭지, 세이지, 로즈마리, 주니퍼 등 다양한 허브와 향신료를 대체 향료와 보존제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맥주에 들어있는 항균성은 쓴 맛의 원인이기도 한 알파산과 베타산이라는 화합물에서 나온다. 쉘해머는 "끓이는 단계에서 알파산은 다른 화합물로 형태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화학적 재구성이 쓴맛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인디언 페일 에일(IPA)과 같은 맥주는 쓴 맛을 더욱 강조하게 위해 알파산 함량이 높은 홉으로 맥주를 만든다.
트란카에 따르면 홉의 인기는 산업 혁명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풍미에 영향을 주는 홉의 특징이 색이 더 밝은 라이트 맥주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홉은 다른 재료들에 비해 일관된 맥주의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향료보다 더 인기를 끌었다.
색이 밝은 맥주가 가장 인기 있었던 곳은 라거 맥주가 발명된 중부 유럽, 특히 체코와 슬로바키아, 독일 지역이다. 이곳에서 주로 재배되는 홉은 노블 홉이라고 불리는데, 라거 맥주 특유의 풍미를 주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트란카는 "노블 홉 재배는 꽤 역사가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체코에서 이 유서깊은 품종의 홉, 즉 노블 홉을 재배하면 프리미엄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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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카와 동료들은 노블 홉 품종에 초점을 두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추적했다. 그 결과 기후가 변화하며 올라간 기온 때문에 독일과 체코에서 노블 홉 재배가 시작되는 시기는 1970년 대비 2018년에 13일 정도 빨라졌다. 홉이 익는 시기도 20일 가량 당겨졌다.
트란카는 기온 상승과 더 잦은 가뭄때문에 2050년쯤이면 노블 홉 수확량이 1989년에서 2018년 당시 기록 대비 4.1~18.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알파산 함량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쉘해머는 고온과 가뭄의 영향중 일부는 관개 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약 46℃ 이상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는 식물이 성장을 멈추고 특정한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트란카는 "하지만 19세기 또는 그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재배했던 것과 같은 품종의 홉, 체코에서 인기있는 라거에 쓰이는 이 고귀한 홉을 재배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즉 홉 재배 농민들에게 몇 가지 선택지가 있는 셈이다. 계곡이나 개울가 등 물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홉 재배지를 옮겨 식물 뿌리가 물을 더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군데 군데 관개 시설을 추가하거나, 기후에 강한 품종으로 재배 작물을 바꾸는 것 등이다. 이러한 방법은 모두 기후 변화로 인해 포도 재배가 위협받고 있는 와인 분야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쉘해머는 어떤 면에서 보면 효모와 맥아, 홉을 조절해 완벽한 맛을 낼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이 포도라는 한 가지 재료에만 의존하는 와인 만드는 사람들보다 운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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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맥주 양조협회 기술 양조 프로젝트 책임자인 척 스카이펙은 이러한 해법이 모두 쉬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북미는 유럽보다 관개가 더 보편화되어 있지만, 관개 시설을 도입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품종을 바꾸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홉은 다년생 작물이기 때문에, 매년 토양에 남아 있다. 차와 커피, 포도 같은 다른 다년생 작물처럼, 재배하던 작물의 품종을 바꾸려면 식물 전체를 파내야 한다. 물론 씨앗으로 파종하는 작물이라면, 다른 씨앗을 뿌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품종 변경이 훨씬 쉽다.
하지만 쉘해머는 홉 품종을 바꾸면 바로 몇 년 정도는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북서부 지역에 있는 작물 재배자들에게 '작물 품종을 바꾸면 첫해에는 수확량이 75% 정도로 줄 수 있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와인용 포도의 경우, 포도나무 전체가 자라서 생산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여러 해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죠."
스카이펙은 북미를 포함한 모든 주요 홉 재배 지역에서 시행 중인 육종 프로그램이 새로운 맛과 향을 가진 품종 및 기후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품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에 더 잘 견디는 더 깊고 조밀한 뿌리 구조를 가진 품종을 찾는 것도 이러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그리고 발견된 새로운 품종은 숙련된 양조업자는 물론, 비터 맥주 및 에일 맥주 양조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는다. 그는 "새로운 육종 프로그램이 미국 내 수제 맥주 및 독립 맥주 운동을 상당 부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카이펙은 달라지는 기후에 더 잘 견디는 새로운 홉 품종이 육종되고 있지만, 새로운 홉 품종을 개발하는 것부터 본격적인 생산에는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새로운 실험용 품종은 열을 더 잘 견딜 수 있지만, 여전히 필요한 물의 양은 비슷할 수 있다. "맥주 양조업자들도 저마다 다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수제 맥주 제조업자들은 맥주에 한 가지 종류의 홉만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다양한 맛과 향을 섞어서 다양한 수제 맥주에서 다채로운 특성을 구현하려 하고 있어요. 반면 조금 더 보수적인 독일의 전통 맥주 양조업자들은 수년간 일관되게 유지해온 맥주의 특성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아서 새로운 품종 도입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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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틀랜드의 '홉워크스 어반 브루어리' 설립자 크리스천 에팅거는 자신의 브루어리에서 만드는 일반 맥주 중 하나는 2~5가지 홉이 들어가는데, 만드는 사람이 홉의 생산량 변화를 고려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홉의 생산량을 예측하고, 고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산량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양을 확인해서 제조법을 조정해야 합니다."
에팅거는 물 부족이 미국에서 홉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홉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맥주는 9000년 동안 인류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접근성과 경제성입니다. 맥주를 만드는 우리는 이러한 접근성을 계속 이어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에팅거는 30년 동안 맥주를 만들어 왔다. 그 과정에서 업계가 재생 농업 기술을 도입하여,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도 목격했다. 잡초를 억제하고 침식을 줄이며 토양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홉 식물 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 피복 작물 재배나 토양이 더 많은 수분을 보유할 수 있게 탄소가 풍부한 유기물을 첨가하는 바이오차(바이오 숯) 기술이 그 예다.
"지속 가능성이 가진 좋은 점은 이러한 시도가 지구에 더 좋기 때문에 사람들이 탄소발자국 절감에 동참하려 한다는 점과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더 효율적이고 가격경쟁력도 생긴다는 점입니다."
스카이펙은 최근 미국에서는 그 해 수확한 홉의 고유한 특징을 살린 "신선한 홉 맥주"가 트렌드라고 말했다. "새로운 실험과 다양성에 관심이 많은 맥주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트란카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맥주를 받아들이든 익숙한 라거를 고수하든, "맥주에게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맥주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