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임금 투명성' 추구 노력, 임금 격차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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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임금 투명성을 높이고자 기업의 급여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주가 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선 기업의 급여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성별 및 여러 차별 요소로 인한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 9월 서명한 이 법에 따르면 15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선 채용 공고에 반드시 임금 범위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100명 이상 규모의 사업장은 직원의 인종, 출신 민족, 성별 간 임금의 중간값 및 평균값을 주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서 캘리포니아주는 급여 투명성 법을 마련하거나 도입하기 직전인 지역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일례로 콜로라도주에선 지난 2021년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뉴욕시는 오는 11월 '임금 투명성 법' 입법을 앞두고 있다. 또한 메릴랜드주 정부는 이미 채용 공고에 급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코네티컷주와 네바다주 및 로드아일랜드주의 법률은 채용 과정에서 임금 수준을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임금 차별의 심각성 인지가 해결의 출발점이며, 이러한 임금 투명성 법안을 통해 기업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게 지지자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정규직 여성의 소득은 정규직 남성의 83%밖에 되지 않으며,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여성들은 백인 여성보다 적게 번다. 또한 장애인이나 성소수자(LGBTQ+) 등에 대한 임금 차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임금 격차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여성은 비교적 육아로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더 크며, 저임금 부문 노동자 중엔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그러나 또 다른 원인도 존재한다. 바로 기업이 특정 집단의 근로자에게 적은 임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인 남성에 비해 여성, 그중에서도 유색인종 여성에겐 낮은 임금 수준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과 유색인종 근로자들은 비교적 낮은 월급 수준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채용 공고에 임금 수준을 공개하면 이러한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임금 정보를 공개한다면 근로자 집단별 임금 상승률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균형은 없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잠재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노동시장 내 분위기와 청년 근로자들의 기대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법이 제정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을 통해 고용 경쟁의 장을 어느 정도 공정하게 조성하거나, 해당 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들도 비슷한 조처를 하도록 자극할 순 있지만,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임금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엔 작은 첫 발걸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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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핵심 수단'
미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의 노동시장엔 아직도 '임금 불투명성'이 존재한다. 급여 정보의 접근성이 낮아 전통적으로 기업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다.
그 덕에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흔들리거나 노동시장에서 인재들의 몸값이 치솟아도 그에 맞는 보상을 재빨리 지급하지 않아도 됐다.
또한 근로자들 입장에선 적절한지 따져보고 싶어도 참고할만한 정보가 마땅치 않았다. 실제로 이러한 분위기 덕에 기업들은 월급 수준을 더 낮게 책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금 투명성 법안이 도입되면 이러한 기업들은 벌금을 내거나 법적 소송 등에 휘말릴 수도 있기에 많은 기업이 전통적으로 임금 비공개 문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제 일부 기업엔 임금 투명성 제고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리뷰와 연봉 등을 공개하는 미국의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수석 경제학자인 대니얼 자오는 임금 투명성 법 제정 증가 현상에 대해 고용시장 내에서 투명성, 즉 공정성을 높이려는 오랜 압력이 작용한 결과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술의 발달이 변화를 촉진했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글래스도어'와 같이 연봉 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가 생겨나면서 근로자들은 산업별, 지역별, 경력별 임금 정보를 한데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오는 이러한 플랫폼 덕에 "특히 새롭게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의 투명성에 대한 기대를 촉진하고 관련 문화를 조성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산업계 전반에 걸친 낮은 실업률 및 노동력 부족 현상 또한 고용시장 내 투명성 제고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용시장이 견고한 덕에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한편, 근로자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임금 투명성 제고 및 공정한 근로 조건을 위해 노력하는 영국의 플랫폼 '오거나이즈' 소속 파블리나 드라고노바는 경제 상황이 좋건 나쁘건 간에 임금 투명성 제고의 장점을 보여주는 사례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드라고노바는 "지난 수십 년간 임금 투명성 제고가 성별 및 인종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면서 "이 덕에 입법자들이 관련 법안 마련에 더욱 이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발표된 논문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06년부터 35명 이상 규모의 기업에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 공시 대상 기업 내에선 성별 임금 격차가 좁혀졌으며, 기업의 수익성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사한 임금 공개법을 시행한 캐나다나 영국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한편 자오는 임금 격차 해소 외에도 임금 투명성 제고엔 또 다른 잠재적 이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채용 과정 시 급여 수준을 공개하면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급여에 대한 기대치가 서로 너무 다르다면 면접을 진행하지 않는 등 급여 투명성 제고는 고용주 및 구직자의 구인 구직 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오는 임금 수준을 공개하면 근로자들이 공개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깨닫게 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월급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이 자신감을 얻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고용시장의 불투명성이 완화되면서 이직률도 낮아지고 안정적인 장기근속을 택하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고용주와 직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병통치약이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금 투명성 법이 이러한 장점을 선사해줄 수도 있지만, 이를 노동시장의 공정성을 한 번에 이뤄줄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임금 범위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유색인종 등의 집단은 명시된 범위 내 최하위 급여를 제안받고, 백인 남성과 같은 집단은 최고 급여를 두고 협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영국에선 2017년부터 250명 이상 규모의 기업은 매년 성별 임금 격차 보고서를 발급할 의무가 있는데, 일부 기관은 법의 허점을 악용해 임금 격차를 축소해 보고하기도 한다.
또한 기업이 임금 격차를 정확하게 공개한다고 해서 반드시 업무 환경이 더 공정하고 공평해진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된 바 없다.
이에 대해 뉴욕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마벨 아프라함 경영학과 부교수는 "(이러한 법은) 기업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촉매제가 될 순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반드시 모든 종류의 임금 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사회 불평등이 근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임금 격차 해소가 공정한 노동시장의 완벽한 동의어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브라함 교수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따르면 기업과 고용주가 애초에 왜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지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는 과정이 그 기업의 임금 격차 해소의 주요 예측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을 들여 고민해보는 집단이나 리더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오거나이즈'의 드라고노바 또한 이에 동의 했다. "[임금 투명성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이며, 근로자 간 임금 평등과 형평성 실현이라는 우리의 숙원을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는 전체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금 투명성을 실현한다고 해서) 근로자들에게 반드시 좋은 일터가 된다는 법도, 기업의 사업이 번창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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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투명성의 소원을 들어줄 지니'
비록 임금 투명성 법이 직장 내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현재로선 캘리포니아주의 입법이 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낙관적인 의견이다.
우선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자 '메타, '알파벳', '월트디즈니'사 등 거대 기업들의 본사가 자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노동 변호사인 사라 러셀 또한 캘리포니아와 뉴욕시와 같은 지역의 변화가 특히 영향력 있다고 언급했다. "캘리포니아주의 테크 기업이나 뉴욕시의 금융업계가 시행하는 건 다른 국가나 지역의 같은 업계에도 빠르게 보급돼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또한 러셀은 규모가 작아 임금 범위와 데이터 제공할 의무가 없는 기업일지라도 더 나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선 공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취업자 수가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여전히 견고한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이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올해 말 뉴욕시에서도 관련 법이 통과되면 미국 인구의 약 25%가 임금 공시 의무법을 갖춘 지역에 거주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오는 "이미 청년들은 급여 정보 등 직장 내 투명성을 점점 더 기대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구직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내놓지 않는다면 구직자들은 기업이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지 의구심을 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금 투명성의 소원을 들어줄 지니가 이제 막 램프에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