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위: 드디어 마주 앉은 전장연과 서울시장, '22년 기다렸다' vs '예산 반영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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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간 논평이나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공방을 이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서울시청에서 첫 면담을 가졌다.
당초 30분 간 열릴 예정이던 면담은 50분 가량 진행됐다. 결론적으로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전장연은 3일 혜화역에서 진행할 지하철 선전전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전장연을 상대로 지하철 운행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서 양측은 아직 법정 공방 중에 있다.
법원이 지금까지 두 차례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1차 조정안은 서울시가, 2차 조정안은 전장연과 서울시 양측 모두가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법원의 2차 조정안이 무산된지 일주일여 만에 열린 양측의 면담은 이전까지 양측이 강한 메시지로 서로를 비판했던 것에 반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 진행됐다.
오 시장은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정부와 시민들에게 전장연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전장연이 탑승 시위를 자제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오 시장은 "더이상 극단적 시위를 하지 않으셔도 정부도 서울시도, 서울시민들도 (전장연의 메시지를) 알고 있다"며 "정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대중교통의 속성상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손해를 봐서는 안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든지 시위하셔도 좋고 요구하셔도 좋은데 지하철을 세우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요구해 온 탈시설 예산 증액과 관련해서도 전장연의 메시지를 이해했다면서 앞으로 탈시설과 관련된 여러 의견을 고루 청취해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전장연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면서도 "중앙정부나 서울시가 예산을 짜는 데 있어 장애인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하는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역지사지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전장연 측은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날부터 22년째 장애인 평등권 시위를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수차례 예산 증액과 인프라 확충 약속을 어겨온 데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계시거나 씁쓸한 점은 저희가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해달라고 이번에 새롭게 요구한 게 아닌데 그렇게 알려진 점"이라면서 "이미 약속되었던 부분을 서울시가 아직까지 지키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과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애인 이동권 부분에 있어서도 "지역간 교통 인프라 불평등의 문제로 인한 장애인 지역간 이동권 차등의 문제가 크다"며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책임있게 예산을 배정해서 해결해달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탈시설 문제에 있어서도 탈시설 예산 증액 요구가 "전장연만의 주장이 아니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에 기반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동안 무슨 일 있었나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2021년 12월 처음 시작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이달로 1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전장연의 핵심 요구는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확대다. 하지만 전장연은 지난 12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그동안 요구해온 장애인권리예산 증액분 1조 3044억원 중 0.8%인 106억원만 반영돼 시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줄곧 '예산 증액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기재부'와의 대화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무관용 대응'을 강조하면서 관련 갈등은 '서울시 vs 전장연'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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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전장연의 '고의 열차 운행 지연'에 대한 3000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전장연이 같은 해 1월 22일~11월 21일 7차례에 걸쳐 전동 휠체어를 타고 열차 승·하차를 반복해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켜 공사에 열차 운행 불능 손실, 승객들에게 돌려준 열차 지연 반환금, 임시 열차 운행 및 질서유지 인건비 등 손실금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12월 19일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 측에 각각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위 중단'을 골자로 한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전장연에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시위를 하면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지난달 1일 이에 대한 수용 입장을 전했다. 전장연은 보도자료에서 "법원의 조정안이 공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미이행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명시하지 않아 불공정한 조정안"이라면서도 "재판부가 조정한 지하철 탑승을 기꺼이 5분 이내로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하루 뒤인 지난달 2일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적 조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조정안 거부 이유로 "열차 지연뿐만 아니라 역사 내 전단지 부착 등도 불법행위"라며 "법원은 5분 초과 시위에 대한 금액 지급만 규정했을 뿐, 이외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탓에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전장연이) 시위를 계속 이어갈 우려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또 5분 내 시위에 대해서도 "동일 선로 위를 달리는 지하철 특성상 한 전동차가 출발하지 못하면 해당 노선의 열차가 모두 움직일 수 없다'"며 "이를 악용해 5분 이하 시위를 강행할 경우 전체 노선의 열차가 그만큼 멈추게 되며 지연 여파가 후속 열차에 이어진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결국 1차 조정안이 무산되며 지난달 10일, '5분 초과'라는 시간이 삭제되고 '열차 운행을 지연시킬 경우, 전장연은 공사에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2차 조정안이 나왔다.
이번에는 양측 모두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달 24일 전장연이 불수용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공사도 25일 2차 조정안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다. 공사는 이에 따라 조정 절차가 종료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공사는 이에 앞서 2차 조정안이 나온지 하루 만인 지난달 11일, 손해배상 청구액을 5145만원으로 올리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사는 또 이보다 앞선 지난달 6일, 이 소송과 별개로 전장연이 2021년 12월 3일부터 작년 12월 15일 1년간 75차례 진행한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6억 145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에 대해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 1년여간 전장연 시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입증 가능한 손해 규모는 6억원이지만 사회적 비용은 수십억,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전장연이 계속 불법 시위를 한다면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장연 시위 중단과 재개 반복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시와 공방 속에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서울시는 11월 전장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한 데 이어 12월부터는 계속되는 지하철 시위에 무정차 통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2월 14일 전장연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는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동차를 세우지 않고 통과시켰다. 이에 전장연은 12월 19일부터 미리 장소를 알리지 않고 1호선과 5호선 등에서 출근길 '기습 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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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오 시장은 지난 12월 20일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전장연에 '휴전'을 제안했다. 당시 오 시장은 "경위가 어찌됐든 장애인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한쪽에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도를 넘어선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한 법집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지하철 탑승 시위가 계속될 시 법적 조치를 단행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 달라는 오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12월 21일 아침 오이도역에서 예정됐던 지하철 선전전을 열지 않았다.
12월 24일 새벽 국회가 202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전장연은 그동안 요구해온 장애인 권리 예산의 0.8%만 반영됐다며 1월 2∼3일 삼각지역에서 시위를 재개했다. 이대도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회원들의 지하철 탑승을 제지하며 열차 무정차 통과로 대응했다.
1월 4일 전장연이 오 시장과의 면담을 조건으로 1월 19일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하자, 오 시장이 1월 4일 페이스북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적으면서 면담 제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오 시장과 전장연은 면담 성사 후에도 신경전을 이어왔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손해와 손실을 입는 시민들이 오히려 약자"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이에 대해 지난달 31일 "우리가 사회적 강자냐"면서 "오 시장이 밝힌 입장은 시민과 장애인, 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며 전쟁을 앞둔 권력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고 반박했다.
전장연은 2일 면담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는 신뢰의 문제"라며 "이는 국가가 장애인들의 죽음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