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끝나지 않는 이유...'불법' 비판에 참가자들 '무관심보다 오해 받겠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활동가들이 휠체어에 탄 인원들을 중심으로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활동가들이 추석 명절 후 첫 출근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탑승시위를 하고 있다
    • 기자, 정다민
    • 기자, BBC 코리아

최근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가 추진하려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운동(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강연을 돌연 취소하면서 학생들 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 26일 예정됐던 강의는 당초 고려대 총학생회와 서울지역 인권연합동아리가 공동으로 주최하려고 했다. 하지만 고려대 총학생회 측은 강연을 사흘 앞두고 "업무 진행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앞서 고려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불법이라며 비난하거나, 시위로 많은 학생들이 시험이나 수업에 지각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총학생회가 반대여론을 의식해 행사를 돌연 취소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 의견이 전체 의견을 대표할 수 없다며, 고려대 총학생회의 강연 취소 결정을 비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는 26일, 학생회 생활도서관에서 단독으로 강연을 주최했다.

장애인 권리운동에 대한 엇갈린 시선

장애인 권리운동에 대해 비난과 지지 여론이 엇갈리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특히 지난 12월부터 전장연이 주도해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요구 방식의 적법성과 정당성 등을 놓고 비판 여론이 커졌다.

특히 지난 3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가 페이스북 게시글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비판했고, 이후 이 전대표와 박 대표가 4월과 5월 두 차례 TV 토론을 벌이며 관련 논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휠체어에 탑승한 인원을 중심으로 한 참가자들이 평일 출근 시간대에 서울 지하철 4호선, 5호선 등에서 진행하고 있다. 열차에 탑승해 지나는 역마다 반복적으로 타고 내리는 방법으로 시위가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열차 운행에 지연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승객중 일부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고성과 욕설로 비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는 여론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이 과격하다는 비판에 대해 "사람들이 전장연 시위에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것보다는 오해라도 쌓이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BBC 코리아에 "오해가 쌓이고 왜곡되는 것들은 또 한 번, 또 어떤 계기가 오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열차 안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목에 걸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추석 명절 후 첫 출근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탑승시위를 하고 있다

전장연 출근길 시위 10개월째 끝나지 않는 이유는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는 10개월째 중단됐다 재개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전장연 측은 핵심 요구인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에 대한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명확한 응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장연의 핵심 요구사항은 크게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 ▲장애인 교육(특수교육과 평생교육) 보장 그리고 이에 대한 ▲예산 반영이다. 특히 전장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의 직접 면담이 전장연의 "당면적 과제"라며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같은 부처와는 많이 만나지만 기재부에서 예산을 주지 않으면 (관련 정책 진행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9일 기재부는 처음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장연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전장연 측은 기재부 측에 2023년도 장애인권리 예산 요구안을 제시했고, 기재부는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기재부는 예산증액에 대해 답변이 없고, 전장연의 직접 면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전장연은 28일 38번째 '출근길 지하철탑니다'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오전 8시경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발해 여의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한 뒤 국회의사당역에서 내리며 약 1시간동안 시위를 가졌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뿐 아니라 탈시설 지원 문제 등 아직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문제까지 포함해 갈등 양상이 복잡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이동권부터 해결하자고 해도 좋다"며 다만 "이동권과 탈시설 모두 전장연이 오래 전부터 제기해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이동권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이동권 보장을 안하겠다고 한 정부는 없었다, 단지 안했을 뿐이다"라며 "하지만 탈시설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데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토론하고 어떻게 변화할지 이야기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이동권 운동 20년, 무엇이 변했나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그 과정까지 "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목숨을 건 투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1년 1월에는 설을 맞아 역귀성한 노부부가 오이도역 장애인 수직리프트를 이용하다 승강기 케이블이 끊어져 추락하면서 할머니는 사망하고 할아버지는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와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형버스'도 이때 처음으로 도입됐다. 특히 지난 2004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돼 장애인 이동권 개념이 처음 법에 명시됐다.

이에 따라 2007년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이 수립됐고, 201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31.5%의 저상버스화가 추진됐다.

하지만 국통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1년 말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은 10%에 그쳤다. 이후 국토교통부 201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41.5%의 저상버스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도입률은 19%에 그쳤다.

2021년 기준 전국 시내버스 중 30.6%가 저상버스에 해당한다.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높아진 도입률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버스를 타기 어려운 현실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21년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교통약자 중 지체 장애인의 시내 버스 이용률은 38.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27일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 중 62%를 저상버스화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이보다는 사정이 낫긴 하지만 여전히 '1역사 1동선,' 즉 지상의 외부 출구부터 지하 승강장까지 교통 약자가 별도의 도움 없이 승강시설을 이용해 지하철을 탑승할 수 있는 동선은 100% 달성되지 못했다.

현재 서울시의 '1역사 1동선' 확보율은 93.55%로, 전체 326개 중 21개역에 아직까지 엘리베이터 설치가 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4월 19일,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보행 이용환경 개선안을 내놓으며 2년 내인 2024년까지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장애인 승강기 설치율 100%여야 이동이 가능하다'

1급지체장애인 여동수씨가 지하철 역에서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해 4월 19일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1급지체장애인 여동수씨가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교통 약자의 이동 특성을 고려할 때 지하철 '1역사 1동선'이 100%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체 승강기 설치 달성 수치가 얼마나 높은가의 문제를 떠나 "아주 큰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통 약자의 이동 특성상 예를 들어 서울 시청역에서 승강기가 없는 명동역까지 간다고 할 때, 다른 역을 포함해 전체 95%든 97%든 승강기가 설치되었다 하더라도 정작 명동역에 없으면 명동역에 못 미쳐 내리거나 지나고 나서 내린다"며 "이런 이동의 특성상 승강기 설치율이 100%되어야 이동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역사 1동선'이 100%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교통약자의 동선이나 폭우와 같은 재난 등으로 인한 승강기 고장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실질적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고려대 학생회관에서 진행된 박 대표의 강연에 참가한 한 학생은 "건국대에서 장애인 회원분과 같이 왔는데 한 번에 (고려대까지) 오는 버스 있었지만, 저상버스가 올지 안올지 몰라 지하철을 탔다"며 "태릉입구역에서 환승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고 또 한참 떨어진 다른 곳으로 이동해 겨우 환승을 하는 등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걸려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보급률이 높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100% 설치된다고 해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폭우가 내렸을 때 이후 엘리베이터 수리가 느려 아직까지 이용 불가능한 엘리베이터도 있다"며 "엘리베이터 보급률을 120%, 200%로 만들어야 모두에게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는 지하철 외에도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 이동권' 문제 전반에 대해 "정부가 대처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공론화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국회나 정부의 조치가 달라진 것을 "별로 체감할 수 없다"며 바로 이러한 부분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인권적 문제가 아니라 예산이 있으면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가는 예산 차원의 문제로 접근하는 정부의 잘못된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시민의 권리에 대한 반응이 아닌 예산이 허락하는 한에서 대응하는 시혜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시책이나 장애인 혜택과 같은 용어 선정에서부터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 이동권이 누구나 누려야할 교육권 등 다른 기본권 문제와도 직결되는 "출발점이자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동을 안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된다고 할 때 학교를 가거나 직장을 가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병원을 가거나 하는 이 모든 것이 이동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동영상 설명, 휠체어 워리어: '출근 늦어진 게 그렇게 화가 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