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발사… '미국 압박하며 게임 중, 결국 핵실험까지 갈 것'

북한이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공개했다

사진 출처, KCNA via EPA

사진 설명, 북한이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공개했다

북한이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쏘아 올렸다. 올해 들어 7번째 ICBM 발사다. 하지만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한 채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3일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40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고각 발사로 최고 고도 약 1920km, 비행거리는 760km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이를 최신 ICBM인 '화성-17형'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일본에서는 해당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어 한 시간 가량 뒤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약 330km로 탐지됐는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의 계열로 추정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만전을 기하라"며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주문했다.

한국 합참도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2일 10여 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최소 25발 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또 100여 발의 포병사격도 이어졌다.

특히 이 중 SRBM 한 발은 북방한계선(NLL) 이남인 강원도 속초와 울릉도 인근에 떨어져 울릉도에 처음으로 공습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NLL 이남 한국 측 영해에 근접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긴장 고조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연장선'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BBC에 "북한이 연일 도발 강도를 높이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은 결국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이 모라토리엄(핵∙미사일 실험 유예)을 깼고 이후 바이든 정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미가 종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내놓으면서 북한이 도발 속도를 높이는 국면이 됐다는 것이다.

위 전 본부장은 "여기에 연합훈련 등이 다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북한 도발이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북한이 긴장 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게임을 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협상 입지를 올리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극적인 대화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부러 7차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전망은 지난 1월부터 나온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긴장 국면에서 핵실험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싱가포르 합의를 깨뜨리는 것으로, 결국 북한이 지금껏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목함지뢰 폭발 사건 당시에도 긴장이 엄청 고조됐지만 북한이 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면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2010년 연평도 사건처럼 국지전 및 충돌로 갈지, 아니면 극적인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북한이 모두가 기대하는 시기에 핵실험을 할 리 없다"고 관측했다. 자신들의 카드가 읽히는 셈인데 굳이 그 시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북한이 지난 9월 25일을 시작으로 일종의 '속도전'을 벌이고 있고 그 끝은 7차 핵실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미사일 발사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북한이 단기간에 속도전을 통해 뭔가 결말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 도발은 한미동맹 강화로 이어질 뿐'

미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해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한국, 일본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행동은 북한이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북한 주민의 복리보다 우선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전화통화도 이뤄졌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 오전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전화 협의를 하고 "북한의 거듭된 도발은 한미∙한미일 간 협력 강화로 이어질 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들은 또 북한이 이날 발사로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결의를 명백히 위반했으며 한반도와 역내 및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한반도 긴장 고조 책임은 오롯이 북한에 있으며, 이런 책임을 흐리거나 전가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민주주의의 보존과 보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출처, EPA-EFE/REX/Shutterstock

사진 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2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민주주의의 보존과 보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의 '핵군축' 담판 목적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결국 미국과의 담판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문제는 이전 협상과는 전혀 다른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박원곤 교수는 "이전 협상들이 모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면 이제는 북한이 전혀 다른 '핵 군축'을 꺼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것이 북한이 늘 해오던 '벼랑 끝 전술'인데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어느 정도 관리가 되고 있다고 쉽게 얘기하지만 사실 이것은 벼랑 끝에서 멈추겠다는 게 아니라 벼랑 끝으로 뛰어내리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단순한 긴장 조성을 넘어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외교적인 방법이나 남북 핫라인 등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처음부터 전면전을 하겠다고 해서 시작하는 전쟁은 거의 없다"며 "이렇게 작은 충돌과 서로간의 불신과 오해로 시작해 확전이 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도발과 압박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핵 역량 및 입지 강화를 목표로 결국 7차 핵실험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역시 북한에 뭔가를 양보할 가능성이 없는 만큼 지금의 강대강 구도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추가 독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지난달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을 언급하며 "그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 독자 제재도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검토 과정에서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 독자제재 조치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