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분명한 개선점 보이지 않으면 계속할 것'

파리바게뜨 매장 간판이 보인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23일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모습
    • 기자, 정다민
    • 기자, BBC 코리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김 모(28) 씨는 근무 중 빵을 먹고 싶을 때면 회사 바로 앞에 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을 이용해왔다.

김 씨는 이곳이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빵집이지만, 앞으로는 이곳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이 빵집이 SPC 그룹 계열사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SPC 계열사인 SPL의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하고 있지만 해당 기계에 안전장치가 미비했다는 점, 2인 1조 작업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사측이 사고 발생 직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다른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속하게 한 점이 알려지면서 SPC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됐다.

'분명한 개선점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안 갈 것'

SPC 그룹에 대한 보이콧은 최근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망사고 소식을 접한 후 'SPC 불매운동'에 동참하게 된 김 씨는 SPC 계열 프랜차이즈 매장에 "일시적으로 안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분명히 뭔가를 개선했다는 이야기가 없으면 앞으로도 계속 안 갈 것 같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들한테 부당한 대우나 과한 노동 시간 같은 부분이 문제가 있었다는 기사를 접했어서, 브랜드 이미지 자체가 안 좋게 느껴진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다른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굳이 거길 왜 가나"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현수막과 손 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해 4월 13일,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화섬노조 전북지부 관계자들이 전북 전주시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탄압 규탄 전국동시다발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와 노동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7년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을 한 제빵사 50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제빵기사들은 사측이 여전히 합의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단식농성 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SPC 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은 평택 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 이전부터 이미 여러 시민단체와 대학생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이후 불매운동이 온오프라인에서 장기화 될 조짐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망사고 전후로도 SPC 제조 공장에서 다수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회사들 평생 보이콧"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다른 노동자들이 사망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곧바로 작업을 지속해야 했다고 지적하며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많은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없는 SPC의 물품에 대해 보이콧할 생각이다, 평생"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 피해 안타깝지만...소비자들에게 책임 전가할 수 없어'

SPC 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가맹점주들이 받을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기를 바라지 않지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른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김 씨는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힘들다는 기사도 많이 접한다며 "그부분이 안타까운 부분"이라면서도 "마냥 소비자들한테 원망을 해야 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엄밀히 따지면 가맹점주들한테 피해를 준 것은 SPC 측"이라면서 "SPC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SPL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질책에 저희 가맹점주들도 같은 마음"이라며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애석함을 표했다.

협의회는 "노동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파리바게뜨 빵을 생산할 수 있도록 내부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드린다"면서 "회사(본사)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안전경영강화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다만 언론에 지나치게 자극적인 문구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협의회는 25일 또다른 입장문에서 "언론의 공포스럽고 자극적인 보도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과 가족들이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피 묻은 빵, 목숨 갈아 넣은 빵, 죽음으로 만든 빵 등 자극적인 문구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