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업을 떠나는 사람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멋진 일이다. 하지만 안정성을 좇아 꿈의 직업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앤드류는 25살에 무려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의 파티시에가 됐다. 모든 맛난 디저트와 멋진 페이스트리는 모두 앤드류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파티시에를 꿈꿨던 앤드류는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앤드류는 겨우 6년 만에 그 자리까지 올랐다. 19살 고향인 스코틀랜드 서부의 어느 지역 호텔에서 주방 보조로 발을 들인 그는 곧 주니어 셰프로 승진했다.
21살 무렵엔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 지역의 어느 유명 호텔의 부주방장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던 앤드류는 여가 시간에도 최고의 파티시에가 되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생의 한 가지 목표였다"고 할 정도로 앤드류는 완벽한 제과· 제빵 기술을 갖추기 위해 평생 헌신할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 끝에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돼 경력의 정점에 오른 앤드류는 어느 날 직장을 그만뒀다.
26살이 된 앤드류는 소프트웨어 개발 학위를 따기 위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과거 간절하게 원해서 쟁취했던 파티시에라는 직업뿐만이 아니라 레스토랑 업계 자체를 그만두고 나온 것이다.
앤드류는 정말 꿈꾸던 자리에 올랐을 때 오히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껏 이 자리를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모두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19살부터 25살까지 나는 매 순간 그저 희생했다고 보는게 맞다"는 앤드류는 "모두들 (주방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난 부엌의 노예로 살았다"고 덧붙였다.
앤드류는 이 분야에 몸담으면서 자신은 과로를 거듭하지만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수입이 많지도 않다고 느꼈다.
"일주일에 65~70시간을 일했지만, 연봉은 2만파운드(약 3100만원)에 불과했다"는 앤드류는 "나는 (레스토랑의 디저트) 섹션을 총괄했고, 디저트 대부분을 내가 만들었지만 시간당 5.95파운드(약 9400원)를 받으면서 일했다. 이렇게 적게 번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가 미쳤다고 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길 희망한다. 지루하게 사무실 업무에서 벗어나 제빵사가 되거나, 비디오게임 회사에서 신나는 업무를 맡는 건 멋지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장이 뛰는 일을 해라'는 이야기가 언제나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꿈에 그리던 직업이냐 분야가 오히려 더 업무 조건이 나쁘며 과업이 뒤따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낮은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열정에 의존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꿈을 좇아 이직한 이들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열정 vs 수입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이 흥미를 느끼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쿨한' 직장에서 일하는 게 행복이고 성공인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이다.
이에 대해 책 '직장을 잃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이유'의 저자이자 영국에서 커리어 코치로 일하는 엘레노어 트웨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좇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지난 몇 년간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프리랜서 플랫폼인 '파이버'에서 2020년 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 2000명 중 59%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들이 꿈의 직업을 추구하게 됐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무려 71%는 언젠간 꿈에 그리던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응답했으며, 45%는 좋아하는 분야의 정규직 자리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꿈의 직업을 얻기 위한 진로 전환은 항상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고용주나 기업이 이들의 열정을 이용하려고 들면 더더욱 그렇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이에 대해 영국 런던경제대 로라 기우지 행동과학 조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며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비표준적인 노동시간이나 낮은 임금 등 비교적 더 가혹한 조건을 기꺼이 참아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고용주들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직원들에게 추가 업무를 지시하거나 형편없는 근무 조건을 들이밀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열정 페이' 관행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019년 영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저널리스트, 패션스타일리스트, 음악가, 게임 디자이너 등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의 연봉은 평균 이하였다.
게다가 무급 노동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관행이다. 영국 내 창의성 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 202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응답자의 47%가 꿈의 직업을 얻기 위해 무급 인턴십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지난 한 달간 실제 일한 시간만큼 급여를 받진 못했다고 밝혔다.
2019년 실시한 어느 연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해볼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열정적인 근로자에겐 추가 근무나 무급 근로 등의 대우를 하는 게 더 괜찮다고 여긴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앤드류는 자신이 몸담던 분야에서 언제나 이러한 경향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호텔 및 레스토랑 업계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착취하며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착취당하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지만, 파티시에가 되고 싶다는 열정 때문에 몇 년간 쉽게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언제나 미슐랭 스타를 받은 수준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는 앤드류는 "그래서 벌어들이는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입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웨델 코치는 앤드류처럼 커리어 초반에 수입이나 재정적 안정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고객들에게도 이를 종종 지적하곤 한다고 한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라는 트웨델 코치는 "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사람이 일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래서 트웨델 코치는 제빵사 등 꿈에 그리는 직업을 택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가려는 고객들에게 직업이 아닌 인생 전체에서 이들이 진실로 원하는 건 무엇인지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많은 고객들이 '전 자유를 원해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쿨한' 직업을 택하곤 하죠. 그러나 이내 '맙소사, 이 분야에도 자유란 없구나. 오히려 전에 벌던 만큼 벌기 위해선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한편 트웨델 코치는 꿈의 직업을 버리고 좀 더 '전통적인' 직업을 택하는 게 오히려 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길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조쉬 맨스커가 바로 이러한 경우다.
고교 시절부터 극장을 사랑해 극장에서 조명 및 음향 디자이너로 4년간 일했던 맨스커는 8년 전 직장을 그만뒀다.
23살이 되던 무렵 자신의 월급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분야 30~40대 동료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재정적으로 힘들다며 가정을 꾸릴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언제나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맨스커는 좋아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기로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이제 맨스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월급도 훨씬 많다고 한다.
"교사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고 월급도 괜찮다"는 맨스커는 "보통 교사 월급은 많지 않지만 온타리오주는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사인 아내와 비슷한 시간대로 일하기에 여름에 휴가도 함께 떠날 수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평범한' 직업의 장점
9시~5시까지 일하는 틀에 박힌 일에서 해방돼 '쿨하게' 일한다는 건 부러울 정도로 멋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조직적 분위기, 노동자를 위한 보호 장치 등 '평범한' 직업일 때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있다.
미국에 사는 애드리언이 바로 이러한 경우였다.
은행 출납계 창구에서 일했던 애드리언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해고된 후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의료용 대마초가 합법인 고향 메인주 내 대마초 판매점에서 일하게 됐다. 평소 관심있게 보던 분야였다.
"나도 대마초를 사용하며, 친구들도 중에도 대마초를 하는 이들이 많다"는 애드리언은 "관심 있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애드리언은 한동안 행복했다. 고객들에게 열정적으로 대마초를 설명하며 고객의 상황이나 건강 상태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일은 즐거웠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나를 포함해 여성 직원들이 고객들에 몇 번 성추행당하는 일이 있고 난 후 정말 진절머리 났다"는 애드리언은 "그런데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고용주는 고객이 돈줄이었기에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크게 실망한 데다 주말 가릴 것 없이 일해야 했던 애드리언은 2년간 버티다 결국 다시 은행업으로 돌아가게 됐다.
애드리언은 성추행 사건 등에서 더 보호받는 기분이 들며, 직원으로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느낀다.
애드리언 "현재 은행 업무는 스케줄이 매우 고정적이며, 근무 조건도 더 좋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주말은 쉰다"고 말했다.
또 "그리고 유급 휴가 얘길 빼놓을 수 없다. 대마초 관련 일을 할 땐 유급 휴가가 없었다.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는 날엔 돈을 벌지 못했다. 다른 복지 혜택도 전혀 없었다. 가끔 출근하면 무료로 대마초를 할 수 있긴 했지만, 이조차도 그리 자주 주어진 혜택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꿈을 놓아주는 방법
자신이 좋아하던 분야를 떠나는 데 애드리언은 2년, 맨스커는 4년, 앤드류는 6년이 걸렸다. 이처럼 전혀 다른 분야로의 이직을 결정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재도전은 두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려는 사람들은 자신과 직업을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쿨한' 직업을 그만두면 자신은 뭐가 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우지 교수는 "성인은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업무를 자신과 동일시 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현재 하는 일이 개인적인 관심사나 열정과 매우 긴밀히 연관돼 있다면 이를 그만두기란 특히 더 어렵다.
그러나 한 사람의 정체성은 직업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그리고 '덜 재미있는' 직업을 택한다고 자신의 흥미와 열정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조명 및 음향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고 교사가 된 맨스커의 예만 봐도 그렇다.
맨스커는 "학교에서 연극 관련 일을 맡게 됐다. 학교 측 극장 장비에 더불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카메라까지 … 학생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연극 및 극장 관련) 일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의 경우 빵집에서 나는 냄새조차 역겨울 정도로 제과,제빵에 질려버렸지만, 이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서 새롭게 일하며 저녁과 주말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작년부터 축구도 다시 시작했고 몇 달 전엔 축구팀에도 가입했다"는 앤드류는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직업을 얻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제 31살이 된 앤드류는 진로를 완전히 변경한 이후 월급도 훨씬 높아졌고 푹 쉴 수 있는 시간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자신이 한때 경험했던 '열정의 함정'에서 다른 이들이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충분히 겪었고 변화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꼭 실천하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앤드류와 애드리언 모두 신원 보호를 위해 가운데 미들 네임을 사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