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해: 인도 '죽음의 공장'의 실태

머스칸(사진 속 사진), 5월 델리의 공장 화재로 숨진 27인 중 1인
사진 설명, 머스칸(사진 속 사진), 5월 델리의 공장 화재로 숨진 27인 중 1인
    • 기자, 아르카나 슈클라
    • 기자, BBC 비즈니스 특파원

"여기는 죽음의 공장이에요."

이스마일 칸은 떨리는 손으로 인도 수도 델리의 불타버린 건물 2층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여동생은 건물이 연기와 화재로 휩싸인 가운데 필사적으로 출구를 찾았지만, 결국 갇힌 채 질식했다.

21세의 머스칸은 지난 5월 4층짜리 전자제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숨졌다. 이날 화재로 머스칸을 포함해 총 27명이 숨졌다.

화재 이후 경찰 고위 관계자는 건물 소유주가 해당 건물의 3개 층을 두 형제에게 제조 시설로 전대하기 전, 소방서와 경찰서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델리 경찰의 홍보 담당자는 BBC에 해당 공장이 운영을 위한 "필수 면허"를 갖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BBC는 공장 소유주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응답이 없었고, 소유주의 변호사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질문을 보낼 연락처를 받지 못했다.

화재로 노동자 27명이 사망한 델리의 건물
사진 설명, 화재로 노동자 27명이 사망한 델리의 건물

인도는 정부 계획 및 개혁으로 투자·혁신을 장려해 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델리 화재와 같은 비극이 너무나도 자주 발생하며, 가장 힘들고 취약한 노동자가 주로 그 대가를 치른다.

산업 재해로 매년 수백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영구적 장애를 얻는다. 인도 연방 장관은 2021년 의회에서 지난 5년 동안 공장, 항구, 광산, 건설 현장에서 최소 6500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수년간 현장에서 활동한 노동 운동가들은 많은 사건이 보고·기록되지 않아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BBC에 밝혔다.

국제 제조산업 노동단체 '인더스트리올(IndustriAll)'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제조, 화학, 건설 부문이 인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2021년 한 해에만 인도 제조산업 부문에서 월평균 7건의 사고가 보고됐고, 162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졌다.

수년에 걸친 뉴스 보도 내용을 보면, "미등록 소규모 공장"의 노동자가 산업 재해에 가장 취약하다. 피해자는 대개 가난한 노동자이거나 가족이 법적 투쟁에 나서기 힘든 이민자다.

BBC는 델리시 공사 노동국장과 연방 노동부처 관계자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의 실현을 원해'

라케시 쿠마르는 종종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다. 델리 공장 화재로 숨진 세 딸은 공장에서 한 달에 8000루피(약 13.7만원)를 받으며 와이파이 라우터를 조립했다.

"세 딸의 고통은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델리 공장 화재로 세 딸을 잃은 라케시 쿠마르
사진 설명, 델리 공장 화재로 세 딸을 잃은 라케시 쿠마르

집에서는 공장 화재 후 며칠 동안 피해자의 소식을 기다렸다. 이후 경찰이 소사체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사를 요청했고, 세 딸은 결국 화재 한 달 후 화장됐다.

쿠마르는 "세 딸을 위해 정의 실현을 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델리 경찰은 해당 사건의 피고인 5명을 법원에 기소했다. 죄목은 살인미수 및 과실치사를 포함한다.

델리 노동조합 운동가 라제시 카샤프는 수도와 교외의 많은 공장이 하나 이상의 산업법·안전법을 위반 중이지만,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카샤프와 다른 노동 운동가들은 많은 산업 재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사라진다고 비판한다.

델리 경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수도에서만 663건의 공장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245명이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약 84명이 체포됐다.

노동 단체가 이러한 사건의 초기 조사에 결함이 많다고 지적하자, 경찰은 "범인에 대한 즉각적 조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포렌식 결과나 기술 전문가의 견해가 늦어지는 등 여러 이유로 유죄 판결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보상을 위한 투쟁

BBC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러 가족을 만났다. 그러나 법적 관료주의와 복합적 요인이 맞물려, 귀책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기 어려워 보였다. 다양한 산재 보상 사건을 담당한 베테랑 변호사는 BBC에 관련 법적 절차가 보통 수년 동안 이어진다고 밝혔다.

3년 전 직장에서 사고로 팔을 잃은 산게타 로이
사진 설명, 3년 전 직장에서 사고로 팔을 잃은 산게타 로이

인도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피해 가족에 대한 지원금 일시 지급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과 귀책 기업에 대한 보상 요구가 묻혀버리기도 한다.

이후 사건이 접수될 무렵에는 이주 노동자의 가족들이 상처 입고 무너진 마음으로 일자리를 찾아 고향이나 다른 도시로 이사해버리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돕는 시민사회단체 일원인 찬단 쿠마르는 "노동자는 절차가 길고 복잡한 법체계를 믿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가 얼마간의 합의금이나 지원금을 주면 받고 떠나버린다"라고 말한다.

BBC는 2018년 델리에서 17명이 사망한 공장 화재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이미 델리를 떠났다.

사고로 장애를 입는 경우도 비슷하다.

50세의 산게타 로이는 3년 전 현장에서 골판지 절단기를 사용하던 중 팔을 잃었다. 하지만 고용주는 어떤 보상도 지급하지 않았고, 산재 부상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정부 연금을 받기까지 3년을 기다려야 했다.

인도 정부는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은 노동자에 대한 공식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영리단체 '인도안전재단(Safe in India Foundation)'이 인도 북부의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진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6~2022년에 중대 재해 3955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중 70%는 금속 압착기를 사용하던 중 손가락을 잃거나 손을 다쳤다.

인도는 남아시아 지역 자동차 제조의 주요 생산 기지로, 약 1천만 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이다. 제조의 많은 부분을 소기업이 하청, 재하청으로 진행한다.

인도안전재단을 설립한 산딥 사크데바는 사고가 정확히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BBC에 전했다.

어두운 미래

인도의 산업재해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인도의 산업재해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도는 산업안전·보건·노동조건 조항을 포함하는 새로운 노동 4법을 통해 노동법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관련 운동가는 새로운 법률이 규제 기준을 오히려 완화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기존 법은 10인 이상 사업장에 안전위원회 설치를 명시했지만, 신규 법의 위원회 설치 기준은 250인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2016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농업 사업장의 1.66%, 제조업의 2%, 건설업의 1.25%만이 10인 이상 사업장이다.

인도 노동자의 90%를 고용 중이지만 보고 의무가 없는 비공식 경제에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없다.

변호사이자 노동권 운동가 수다 바르드와즈는 많은 회사가 정규직보다 계약직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더욱 약화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일자리가 절실한 노동자는 예전부터 노조 가입을 망설여왔다.

한편, 인도 정부는 기업의 편의를 위해 현장 검사 프로토콜을 변경했다. 현재 노동 담당관은 안전 규칙을 점검하고 이행시킬 책임을 지지만, 새 법률에서는 조정자 역할만 담당한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렇게 변화될 경우 공장 소유주가 노동자의 안전이나 사회 보장을 중시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학자이자 노동 운동가인 시드헤슈와르 프라사드 슈클라는 "결국 아무도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