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에 월경일을 붙이는 인도 여성들

사진 출처, Shahbaz Anwar
인도에 사는 알피샨은 "얼마 전 문에 월경 날짜가 표시된 표를 붙이면서 가족들에게 내 월경 날짜에 대해 알렸다. 아버지와 오빠는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제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알피샨만이 아니다. 알피샨이 사는 도시의 여성 수십 명이 함께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알피샨이 사는 곳은 수도 뉴델리에서 동쪽으로 100km 떨어진, 인구 약 200만 명의 북부 도시 메루트다.
남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여성의 월경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다. 일부 농촌지역 및 부족 공동체에선 여성을 월경 중에 따로 격리하며 별도의 식기를 사용하도록 강권한다.
월경 날짜 공개
이제 이러한 '월경 금기'의 관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오늘날 인권운동가들은 여성들에게 월경 중일 때 월경 날짜표를 붙이면서 개방적으로 당당하게 생리하자고 권장하고 있다.
알피샨은 이 캠페인이 이미 자신에겐 좋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월경 기간 많은 문제를 겪습니다. 예민해지고, 몸도 약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가 있죠. 그런데 제가 집안에서 제 날짜표를 공개한 이후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제 월경 날짜를 알게 됐습니다."
알피샨은 이를 통해 다른 이들, 특히 남성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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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지원
교사인 알리마 또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7명 모두에게 자신의 월경 날짜를 밝힌 후 전보다 더 많은 정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알리마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이 월경 기간 겪는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월경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가정에서 더 많은 정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다. 매우 유쾌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알리마도 메루트에 살고 있으며, 기혼 및 미혼 여성을 포함해 거의 70명이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딸과의 셀카' 재단의 캠페인
그렇다면 이 새로운 '월경 공개' 캠페인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인도 여성의 인권증진을 위한 비정부기구인 '딸과의 셀카' 재단(딸과 셀카를 찍어 올리면서 딸을 둔 부모라는 자부심을 고취해 여아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시작) 의 순일 자그란 이사가 이번 캠페인 촉진을 도왔다.
메루트에서의 캠페인은 작년 12월 도시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하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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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란 이사는 "종종 여성들이 월경 기간 직면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여성 가족 구성원들이 월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봐왔다"면서 "그래서 이에 대해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이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델리 근처 하리아나주의 누와 진드 지역의 일부 마을에서 처음 여성들이 자신들의 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후 인도 내 7개 주로 확산하면서 여성 1000여 명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무례한 반응'
자원봉사자들은 많은 여성이 월경에 대해 더욱 당당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전화, SNS, 방문 캠페인 등을 펼쳤다.
성취감을 맛볼 때도 있었지만 강한 저항에 부딪힐 때도 있었다.
자글란 이사는 "사람들은 여성들에 대해 무례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자기 딸에게도 그런 무례함을 서슴지 않았다. 많은 지역에서 사람들이 날짜표를 찢거나 소녀들에게 아예 붙이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북부의 많은 지역처럼 메루트 또한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해 여성들이 집에서 주장을 펼치기 어렵다.

사진 출처, Shahbaz Anwar
이에 '딸과의 셀카' 재단은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요청해 얻어냈다.
대가족 사회에서의 압박
한편 사회 구조 또한 캠페인의 확산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대가족과 함께 사는 가정주부인 알리야에겐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남편 말고도 시동생, 시아버지 등 다른 남성 가족들이 계속 집을 드나듭니다. 그래서 처음 캠페인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우리 집에선 불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리야를 지지했던 남편은 시어머니 또한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현재 다른 가족들도 알리야의 캠페인 참여를 지지하고 있다.
생리 빈곤
또 다른 캠페인 참여자인 마니샤는 그 덕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남성 가족 구성원과 월경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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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여성의 건강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월경 중 여성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여성들은 월경 기간 중 짜증이 늘거나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월경이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면 (여성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인도 정부의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인도 여성 대부분은 헌 옷과 같은 비위생적인 생리대를 쓰고 있다. 너무 가난해 생리대를 살 여유가 없는 이들이 많다.
최근 몇 년간 현지에서 생산된 생리대가 보급되면서 이러한 '생리 빈곤'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었다.
그러나 월경과 관련된 금기로 인해 여성들은 상점에서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사정이다.
'부끄럽지 않아요'
지난 몇 년간 알피샨의 어머니는 딸을 대신해 생리대를 사고 검은 비닐봉지 안에 숨기듯 들고 왔다.
알피샨은 "예전엔 가게에서 주인에게 생리대를 달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이젠 직접 가서 말할 수 있다.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캠페인 참여자 수가 너무 작아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느끼기엔 부족하다.
그렇지만 자글란 이사는 주바이르 아흐메드와 같이 생각을 달리한 남성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희망을 얻는다고 했다.
이발사인 아흐메드는 아내에게 집안 어떤 문이든 날짜표를 붙이라고 격려하고 있다.
아흐메드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들이 월경 기간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여성들은 월경에 대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혼자 침묵 속에 고통받지 말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