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낙태라는 단어조차 검색하기가 무서웠어요'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제시카 파커, 시라 티에리
- 기자, BBC News, 몰타
가족과 함께 사는 마리아는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임신중지에 관한 정보를 휴대전화로 검색했다.
몰타에 사는 마리아(가명)가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된 후였다.
"무서웠다"는 마리아는 "경찰이 '낙태'라는 단어를 인터넷에 검색한 사람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편집증적으로 흘러간 생각에 압도됐다"고 한다.
마리아는 해외 단체를 통해 임신중지약을 구했다. 이는 몰타 법에 저촉되는 행위이기에 가명을 부탁했다.
"의사가 검토할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니 약을 구매할 수 있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마리아는 혼자인 것 같은 느낌에 당시 매우 외로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임신중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선 더 많은 여성들이 마리아와 똑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낙태를 위한 해외 출국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2곳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서만 몰타에선 임신 12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임신중지약 350팩 이상이 주문됐다.
하지만 몰타에서 낙태는 징역형까지 가능한 범죄다. 낙태를 한 여성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시술해준 의사는 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뿐만 아니라 의사 면허도 박탈된다.
그러나 몰타 언론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그 어떤 여성도 낙태죄로 형사 고발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몰타는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낙태 시술이 전면 금지된 국가로,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도 예외는 없다.
몰타 정부는 낙태 금지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몰타의 주요 정당 중 낙태를 비범죄화하자는 법안을 지지하는 쪽은 없었지만, 인권 운동가들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함께 이번 검토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인권 운동가 마야 디미트리예비치는 "무엇이든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면서 낙태약이 몰타에도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마야의 어머니인 라라 디미트리예비치는 몰타에 '여성 인권 재단'을 설립한 인물로 여성들을 지원하고 권리 옹호에 힘쓰고 있다.
이들 모녀는 몰타 사회에서 낙태라는 주제가 점점 덜 금기시되고 있다고 봤다.
라라는 "(변화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이렇게 공개적으로 낙태 관련 인터뷰나 발언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라라는 또한 안드레아 프루덴테라는 미국인 관광객의 변호사이기도 하다. 몰타 정부의 낙태 금지법 검토를 촉발한 사건의 주인공이다.
올여름 몰타를 여행하던 임신부 프루덴테는 계류 유산을 겪었다.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고 임신 유지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의료진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몰타의 낙태법상 태아의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는 한 낙태를 할 수 없었다.
이대로 두면 감염이 악화돼 프루덴테의 생명도 위태로워질 수 있었기에 결국 스페인으로 긴급 이송됐다. 프루덴테 부부는 몰타 정부를 고소할 계획이다.
프루덴테의 사연이 국제적인 관심을 끌면서 몰타 낙태법에 이목이 쏠렸다.
이에 몰타 정부 측이 검토 계획을 밝혔으나,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크리스 피어네 몰타 보건장관은 "몰타의 법은 의사가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당연히 법엔 의료진이 생명을 구하는 행위를 금하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BBC는 피어네 장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받지 못했다.
만약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낙태 전면 비범죄화 등의 상당한 변화보다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일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또한 설령 몰타 내 여론, 그중에서도 청년층의 의견이 변화하고 있을지라도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교도인 몰타에서는 낙태 반대론자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한편 몰타 내 트오르미에서 열리는 성 세바스찬 기념 축제처럼, 몰타 전역에선 여름 내내 이와 같은 종교적 축제가 열린다.
성 세바스찬 기념 축제에서 가족과 함께 술을 마시며 즐겁게 지내고 있는 조셉 살리바(67)를 만났다.
몰타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낙태 이슈에 관해 말하기 꺼렸지만, 살리바는 달랐다.
살리바는 "나는 가톨릭 신자이고, 전적으로 낙태에 반대한다"면서 "아기는 스스로 방어할 힘이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일관되게 낙태를 비난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살리바는 우연히 마주친 이웃 크리스틴 아조파디(38)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조파디는 자녀들과 가까이 살며 길 건너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조파디 또한 "낙태에 반대한다"면서 "나는 자녀가 다섯이고 손주도 있다.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에 살리바가 "만약 아조파디가 낙태를 선택했다면 아이들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며 열정적으로 맞장구쳤다.
그러나 살리바는 만약 산모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선 의사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낙태 금지법 옹호자들은 '이중 효과 주의'를 적용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한다.
'이중 효과 주의'란 선한 결과를 위한 행위 과정에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부정적인 결과도 동시에 일어났을 때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원리다.
낙태 반대 청년 단체인 '아이 씨 라이프'의 크리스티안 브리파는 "산모의 생명이 위태롭다면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 씨 라이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마리아 포모사(19)는 물론 실제로 수년간 징역형은 물론 형사 처벌을 받은 이는 없었으나, 낙태 금지법이 낙태 억제책으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법이 없었다면 낙태가 더 빈번했을 것"이라는 게 포모사의 생각이다.
"몰타는 감사하게도 어머니와 아이 모두를 보호하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반면 낙태권을 인정하는 진영에선 '이중 효과 주의'의 합법성뿐만 아니라 윤리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몰타의 낙태 비범죄화를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기구인 '닥터스 포 초이스'의 아사벨 스태빌 교수는 "(말 그대로) '주의'이다. 대화이고 논의인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낙태를 한 사람이나 낙태를 도와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지법을 어기기 쉽게 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기도 한 스태빌 교수는 이러한 "야만적인" 법률 때문에 임신 중절 후 관리를 받아야 하는 여성들이 유산했다고 거짓말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기 몸 상태에 대해 거짓말해야 하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그러나 스태빌 교수는 "(몰타에 온) 프루덴테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매우 분명한 선택지를 골랐다. 프루덴테와 비슷한 상황인 여성들의 상황을 수용하는 쪽으로" 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축하할 것이라면서 향후 10년 안엔 더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몰타 정부는 올해 말 검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