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제빵공장 사망사고: 커지는 논란 속 노동자들 '부당노동 관행 근절해야'

사진 출처, News1
지난 15일 새벽, 샌드위치에 쓰이는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던 공장 노동자가 원료를 섞는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제과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의 제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평택의 SPL 제빵 공장이다.
사고 발생 이틀만인 17일, 파리바게뜨와 SPL 을 계열사로 둔 거대 기업 SPC 그룹의 허영인 회장은 유가족들에 사과하고 '작업환경 개선과 시설투자' 등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에 앞서 사고가 발생했던 당일 저녁, 사고 현장을 흰 천으로 덮고 다른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지속하게 했다. 또 사망한 직원 장례식에 회사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빵을 답례품으로 지급해 유족들에게 모욕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
사측의 이러한 '감수성 제로' 대처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SPC 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온·오프라인에서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냉장 샌드위치 라인, 업무 과중 심각'
이번 사고로 사망한 직원은 23세 여성 A씨다. A씨는 14일 저녁부터 15일 새벽까지 12시간 밤샘 야간 근무 막바지에 혼자 소스를 나르다 소스 교반기(배합기)에 몸이 끼인 채로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오전 8시 근무 종료 시간을 불과 한두 시간 앞둔 새벽 6시 15분께였다.
해당 공장에서 십여 년째 근무 중인 김지호(가명) 씨는 BBC 코리아에 야간근무에서 가장 힘든 시간대가 바로 이 새벽 시간대라고 말했다. 특히나 월요일부터 계속 야간근무를 해 피로가 누적되는 주말에는 작업이 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15일 역시 토요일 주말이었다.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씩 2교대 맞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 때 야간 근무와 주간 근무를 2주마다 번갈아 맡게 된다. 김씨는 이러한 방식이 노동자의 피로를 누적시킨다며 "2주가 지나 근무 시간대에 적응할 만하면 반대 쪽으로 넘어가 버린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A씨가 근무했던) 냉장 샌드위치 라인은 업무가 정말 과중하다"면서 "거기는 1년 365일 24시간 라인을 안 세우고 계속 돌린다"고 전했다. 김씨가 속한 부서는 평일 주5일을 근무하고 주말 대부분을 쉰다. 하지만 A씨가 근무했던 냉장 생드위치 라인은 다른 부서보다 공급해야 할 물량이 많아 노동자들이 주말에 번갈아 근무하고 대체 휴무를 받는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사진 출처,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 지회장
김 씨는 또 샌드위치 프로모션 행사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특히 "업무가 두 배로 튄다"고도 전했다. 김 씨는 "사망한 그 친구가 작업했던 전 주에 샌드위치 (프로모션) 행사가 있어서 앞서 전날 담당조에서 작업하지 못한 게 넘어왔다고 해당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한테 들었다"며 "앞에서100을 해줘야 하는데 90밖에 못하면 10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는 일이 110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렇게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는 근무시간대의 구성과 과중하게 몰리는 업무량이 사고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또 수년 전 A씨와 같은 종류의 교반기를 이용해 고로케 재료 등을 배합하는 작업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며 이러한 교반 작업은 상당한 중량의 재료를 운반해야 하는 등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을 준다고도 말했다.
김 씨는 또 2인 1조 작업 규정에 대해서는 "두 명이 기계 앞에 못 있고 한 명은 기계를 돌려주고 한 명은 밀려온 다른 작업을 빨리 해줘야 하니 같이 옆에 안 붙어 있는다"면서 "(사고 당시) 같이 옆에 사람이 있었으면 몸이 들어가면 비상 정치스위치가 있다, 그걸 누르면 딱 기계가 멈추면 팔은 좀 다쳤을 수 있지만 사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국정 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SPL 강동석 대표이사는 사고가 발생한 소스 배합이 '2인 1조' 작업 대상인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강 대표는 "내부 작업 표준서에 의하면 소스배합이라는 일련의 공정은 두 사람이 함께 한다고 돼있다"면서도 "공정이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작업이) '2인 1조' 작업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고 이를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News1
SPC 비윤리적 경영에 보이콧 일파만파
이번 제빵공장 사고와 SPC의 부적절한 대응은 온·오프라인 상에서 SPC그룹과 그 계열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특히 SPC 그룹이 지난 수년 간 축적한 비윤리적 경영 이미지가 불매운동을 더 촉진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남대학교 양승훈 사회학 교수는 "이번에 공장 밖의 사람들이 공분했던 부분은 SPC가 갑질하는 기업으로 한국사회에서 인지되고 있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SPC 계열사들이 가맹점을 굉장히 많이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업체인데 본사는 이윤을 많이 가져가면서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한테 단가를 후려치고 이윤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해 성장해온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SPC그룹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이미 많았다고 덧붙였다.
SPC그룹은 과거 여러 차례 가맹점주와 노동자들에 대한 횡포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재 및 시정지시를 받은 바 있다.
2013년에는 수백개 가맹점주들에게 점포 이전 또는 확장을 조건으로 가맹 계약을 갱신해주고 가맹점 사업자와 인테리어 업체 사이에서 부당하게 대금을 가로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7년에는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을 한 제빵사 5천여 명을 직접고용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가 있었고, 이듬해 1월 노사정과 시민대책위원회 사이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다. 하지만 SPC가 수년 동안 제대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관련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영일 시사 평론가도 SPC 브랜드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을 이번 보이콧 확산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 평론가는 "지금까지 여러가지 유형의 SPC 가 빚은 사회적 물의가 있었는데 이제는 심지어 공장 안전관리도 이렇게나 미숙하게 했느냐는 질타까지 나오면서 보이콧이 더욱 증폭 효과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특히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이번 평택공장 사망 사고에도 적용된다며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나기 전에 시그널들이 있는데 그걸 무시했던 회사의 태도도 질타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SPC그룹 계열사의 최근 5년 간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SPL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5년 9개월 동안 총 41건의 산재가 발생했고 그 중 15건(약36.5%)이 끼임 사고였다.

사진 출처, News1
한편 해당 사업장에서는 15일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여 전인 7일에도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7일 사고 해당 부상자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관리자는 사고 발생 직후 부상자를 그 자리에 세워두고 혼냈다. 이후 사측은 부상자를 병원이 아닌 보건실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부상자가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협력사 직원인 걸 확인한 후에는 알아서 병원에 가라고 안내했다.
최 평론가는 "이런 데서 기업의 관행이나 노동관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최 평론가는 또 이번 제빵 공장 끼임 사고가 대중들에게 "과거의 트라우마가 동시에 떠오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최 평론가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 뒷문 끼임 사고, 2018년 태안 화력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 2021년 평택항 철골 구조물 깔림 사고를 예로 들며 "최근 수 년 간 20대 청년 노동자들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1년, 2년 단위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평론가는 "빵 공장은 사람들이 다른 물류 창고, 화력 발전소, 지하철 작업 현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연성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제조업인데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끼어 죽는 사태가 또 발생하냐는 분노감이 더해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