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한류 단속 심해졌지만…’사랑의불시착·오징어게임’ 인기

북한 개풍군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2022년 3월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마을 모습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외부 컨텐츠 규제 및 처벌이 강화했음에도 오히려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가 다양화하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컨텐츠가 여전히 인기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대북방송사인 국민통일방송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이용과 미디어 환경에 대한 실태 조사' 토론회를 열고 북한 주민 50명과 탈북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 사람들은 외부 컨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컨텐츠 통제 심해져

코로나19로 인해 북한에서 국가 봉쇄가 이뤄지고 국경 통제가 강화돼 물품 반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권이 외부 컨텐츠 유통 및 시청 통제까지 강화하면서 주민들의 컨텐츠 소비가 더 어려워졌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 주민 84%가 코로나19 유행 후 외국 정보를 보거나 듣는 게 더 위험해졌다고 응답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하 반동법)을 채택하며 "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 및 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사상, 정신, 문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도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본인 혹은 주변의 누군가가 외국 라디오나 녹화물(영상) 등을 듣거나 본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북한 주민은 88%가, 탈북민은 60.9%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동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벌금형을 넘어 7~15년 정도의 노동교화형이나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수감 등 수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관리기관에서 비공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법 위반으로 관리소에 수감된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만 25호 청진 관리소에 1000여 명, 17호 개천관리소에 7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반동법 위반으로 처형되는 경우도 여럿 보고됐다. 올해 1월에는 전 평안남도 보위국 간부의 20대 딸과 그의 남자친구가 공개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데일리NK 대표는 "북한 정권은 법 없이도 사람들을 처벌할 수 있지만, 공포감 조성을 위해 해당 법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꿔 말하면, 그러지 않으면 (해외 컨텐츠 소비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사랑의 불시착

사진 출처, CJ ENM

사진 설명,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중 한 장면

북한의 MZ세대, 위험해도 본다

북한 정권의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후 출생한 북한의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컨텐츠에 대한 수요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민 미국 인권재단 북한프로그램 매니저는 "북한 주민들은 (한류 컨텐츠를 통해) 북한의 프로파간다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깨닫기도 한다"며 "젊은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외국 컨텐츠를 소비하려고 한다는 점이 이전과 큰 차이"라고 밝혔다.

양강도 출신 30대 여성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인기는 항상 좋다. 특히 20~30대 청년 사이에서 더 좋은 편"이라며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찾거나 구매하는 대상의 40% 정도가 대학생들인데, 이들은 장마당에서 구매한 한국 영화를 다시 복사해서 같은 또래들에게 장마당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식으로 유통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속되거나 처벌받는 사람을 보면 다시는 안 보겠다고 했다가도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면 또 찾곤 한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뉴스 보도와 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수요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드라마·영화로는 사랑의 불시착(29명), 펜트하우스(15명), 오징어 게임(12명), 아저씨(11명), 기생충(9명), 이태원 클라쓰(8명) 등이 꼽혔다.

이상용 데일리NK 대표는 "반동법 이후에도 북한 내 한국 컨텐츠 소비가 줄지 않고 있다"며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등 컨텐츠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한국의 실제 생활을 궁금해하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전화'로 영상 시청하기도

최근에는 북한 주민이 외부 영상을 시청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북한 주민들은 외부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CD 및 DVD를 주로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USB와 SD카드를 기기에 꽂아서 사용하고 있다.

북한 주민 응답자 중 가장 많은 79%가 DVD플레이어나 노트텔(소형 영상 시청 장치)에 메모리 카드를 꽂아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42%)과 컴퓨터(29%)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있었고 손전화(휴대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22%에 달했다.

함경북도 출신 40대 여성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주로 손전화에 우회하는 프로그람(프로그램)을 다 깔아놓고 쓴다"고 말했다.

미국 북한 인권단체 링크(LINK)의 박석길 한국 대표는 "북한 당국이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북한 내에서 광범위한 정보 기술이 허용되고 이용이 가능하다"며 "기기는 대부분 북한 당국에 등록하고 감시받아야 하지만, 많은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 해외 정보와 미디어에 접근할 목적으로 이 기기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IT 규제 및 감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