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재학생 사망 사건: '2차 가해'란 무엇인가... '피해자인데 왜 밝게 웃어?'

최근 인하대 재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상대로 한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최근 인하대 재학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상대로 한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포털을 포함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신상을 캐내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가 하면, 피해자의 행동을 질책하는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인하대는 이에 대책위를 꾸리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법적 대응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하대 재학생 사망 사건

경찰은 인하대 남학생 용의자를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사진 출처, News1

지난 15일 인하대 캠퍼스에서 한 여학생이 건물에서 추락한 뒤 1시간 넘게 방치돼 있다가 뒤늦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19구급대가 현장을 도착했을 당시 추락한 20대 여학생 A씨가 스스로 호흡하고 맥박도 뛰고 있었으나 치료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하대 남학생 용의자를 준강간치사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도 잘한 것 없다', '피해자 신상 궁금하다'

사건 발생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정황을 의심하거나, 신상을 파악하려는 글들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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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이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피해자의 정황을 의심하거나, 신상을 파악하려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인하대 여학생의 SNS가 궁금하다'라고 질문을 올리는가 하면, 관련 기사에 "왜 새벽까지 술을 마셨느냐", "옷차림이 문제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커뮤니티뿐만이 아니었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캠퍼스 내 무분별한 음주문화'를 들기도 했다.

2차 가해… 호기심이나 추상적 개념이 아닌 '법'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BBC에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불법이라며 "2차 피해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정의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2019년 12월 제정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2차 피해를 여성폭력 피해자가 수사, 재판, 진료, 언론보도 등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 피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로 피해자가 사건처리 및 회복 과정에서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신분상의 불이익조치를 받거나,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신상이 드러나는 언론보도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서 변호사는 "이전에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가해자를 옹호한다든지, 피해 사실을 의심하는 등 2차 가해가 더 잦았지만, 요즘에는 언론 보도나 주변 사람들 혹은 불특정다수의 댓글과 같은 2차 가해가 더 많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 아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2차 피해에 관여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안 한다.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법에 기댈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법적 제재로만은 부족하다. 온라인 신상 캐기가 쉬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방송 보도지침도 바뀌어야 하고, 모두가 자신의 댓글 하나하나가 사람을 칼로 찌르는 것만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2차 피해 관련 법령이 규정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 절실하다"며 "피해자에 대해 할 수 있는 발언의 허용범위를 스스로 공부하고,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이해하려는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인데 왜 밝게 웃어?'

서 변호사는 이어 사람들이 흔히 피해자에 관해 가지고 있는 통념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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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변호사는 이어 사람들이 흔히 피해자에 관해 가지고 있는 통념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피해자는 이렇게 행동해야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인하대 사건만 해도 전날 왜 술을 같이 마셨느냐는 등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는 2차 가해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술을 많이 마셔도, 옷을 어떻게 입어도 피해자는 피해자이며,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바가 많아질수록 고통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장 의원도 비슷한 맥락에서 피해자가 겪는 "영속적으로 반복되는 공포"를 언급했다.

그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온라인에 긍정적인 사진이나 글을 올리기만 해도 '밝게 웃으며 파마하고 있는 피해자'와 같은 글이 올라올 수 있는 현실"이라며 "일부 2차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픔에 잠겨야 한다는 의식을 구속하고, 즐거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에 쉽게 유포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정상화를 방해하며 "한번 받은 피해가 영속되는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용의자 신상 유포는 정당한가?'

사건 직후 다수 SNS에는 '인하대 성폭행 가해자 신상'이라며 한 남성의 사진, 학과, 나이, 전화번호 인스타그램 주소 등이 올라왔다.

이어 주말에는 해당 남성 가족들의 신상정보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가족에 대한 비난은 물론, 게시물에 적힌 고향으로 추정되는 지역에 대한 비하 글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일부는 네티즌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이렇게라도 인민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상관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법적인 한계와 국민 정서의 괴리가 만들어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들이 기댈 곳이 없다. 법상으로 가할 수 있는 제재가 제한된 상황에서 관련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잠재적 가해자들에게 그 엄중성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정서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그는 다만 "형이 확정되기 전에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은 추후 새로운 범인이 나타나거나, 범죄 사실이 무혐의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작년 "악성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목으로 제작된 '디지털 교도소'에서 법적 판결이 확정된 사람들이 아닌 이들의 신상이 가해자로 사회에 퍼지는 일이 있었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여럿 생겨나며 이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사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