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자 유족 '군 수사 못 믿어...국정조사 요청'

28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첫 유족기자회견에 딸의 군번줄을 목에 걸고 나온 고 이 중사 아버지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28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첫 유족기자회견에 딸의 군번줄을 목에 걸고 나온 고 이 중사 아버지

"5일 뒤면 성추행 당한 지 4개월째고, 사망한지 38일 째인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정조사를 통해 낡은 병영문화의 악습을 촘촘히 점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 비행단 이 모 중사의 유족이 "국방부 수사에 한계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고 이 중사 유족 측은 28일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군 검찰 수사심의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수사심의위는 방패막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중사 유족 측이 군의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공개 표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관련해 고 이 중사 아버지는 "초동수사와 관련해서 아무런 형사적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견지하다 언론에 떠밀려 단 1명만 입건한다고 밝혔다. 결국 스스로 수사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의지도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방부 검찰단이 20여 명을 기소했는데도 수사심의위는 3명만 구속 기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 이 중사의 아버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 점을 믿고 국방부 수사를 지켜봐 왔지만, 딸아이는 이곳 영안실 영하 15도의 차가운 얼음장 속에 누워 있다"라고 흐느끼며 "절박한 한계를 느낀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피해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은 제20전투 비행단의 군사 경찰 대대장을 형사 입건했다.

조사본부는 앞서 지난 25일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20비행단 군사 경찰 대대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직무유기로 형사입건해야 한다는 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형사입건을 결정했다.

국방부는 또 피해자에 대해 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운영 통제실장과 레이더 정비반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는 21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난 25일 유족 측은 이미 피의자 신분인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대대장, 중대장과 함께 운영 통제실장, 레이더 정비반장을 추가로 국방부 검찰단에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공군은 수사 초동조치가 미흡했던 20전투 비행단의 군사 경찰 대대장과 수사계장, 법무실 군검사와 피해자 보호를 소홀히 한 공군본부 법무실 국선 변호사 등 4명을 보직 해임 조치했다.

한편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 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 회식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이 중사는 장 중사의 압박에 못 이겨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다음 날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신고 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직속상관들은 방역수칙을 위반한 회식 사실이 드러날까 봐 이 중사를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는 부대 이동을 요청했고, 5월 18일 15전투 비행단으로 전속됐지만, 그곳에서도 '관심병' 취급받으며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이 중사는 전속 5일 만인 지난달 22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차원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족들과 인권, 시민단체들은 국방부의 수사가 부족하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공군의 조직적 은폐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같은 군 소속인 국방부 검찰이 아닌 민간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