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피해자 아버지 '피해자가 도망가야 하는 현실...12년간 달라진 것이 없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68)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기자, 오규욱
    • 기자, BBC 코리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안산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17일 안산 인근에서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아버지를 만났다.

꼭 10년 만이다. 나영이 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1월. 당시 나영이는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서 인공항문 이식 수술을 받았다. 병원 앞에서 그는 담배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몸과 마음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딸 생각에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다시 만난 그는 "세월이 흘렀지만 변한 게 없다. 여전히 피해를 피해자의 몫으로만 생각한다"며 담배를 꺼냈다. 그는 아동 성범죄자가 피해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허용한 것은 "정부가 그동안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12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조두순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산으로 돌아왔다. 그는 딸에게 조두순이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왔다고 직접 얘기하진 못했다. 하지만 딸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때 가족회의를 했어요. 조두순이 굳이 안산으로 온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때 아이들이 굳이 안산으로 온다고 하면 이사를 하자고 했어요."

그동안 여러 차례 이사를 고민했지만, 누구보다 딸이 이사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딸은 (조두순이) 두려운 것보다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이사를 하면 신분이 노출될 것도 우려스러웠다고 한다. "지금 이사를 해서 다른 곳으로 가면 누군가 '네가 나영이었구나'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타이밍이 딱 겹치니까."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 앞에 13일 오전 경찰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이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 앞에 13일 오전 경찰들이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조두순의 아내가 사는 집은 피해자 가족의 집에서 불과 1km도 떨어져 있지 않다. 나영이 가족은 불안 속에 결국 이삿짐을 싸야 했다.

그는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지만, 한편으론 정부에 전하는 메시지로 이사를 결정했다"고 했다. "왜 피해자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게끔 만드느냐, 이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는 아동 성범죄가 주로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가해자를) 떼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주거지 반경 1km 이내 지역에 CCTV를 증설하고 방범초소를 설치했다. 그리고 추가인원을 배치해 조두순 거주지 일대를 24시간 순찰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조두순이 접근하면 경보가 울리는 '스마트워치'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나영이 가족은 스마트워치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울 것 같아 착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나영이가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면 신분이 알려질 수 있고, 갑자기 경보음이 울리면 아이한테는 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8년 12월 조두순은 당시 초등학교 2학년 나영이를 등굣길에서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온갖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 9살 나영이는 대장을 비롯한 장기가 몸 밖으로 쏟아져 내렸고, 항문이 파열됐다.

사건 이후 나영이는 1년 넘게 배변 주머니를 다리에 차고 다녀야 했다. 이후 3차례의 수술로 배변 주머니를 떼어 냈다. 지금은 겉으로는 정상인의 모습과 차이가 없지만, 평생 배변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

그는 "딸이 학교 갈 때나 외출할 때는 생리대 중 제일 큰 걸 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또 "밤에도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하고, 특히 깊이 잠들 때는 기저귀를 해야 한다"며 "그 모습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특히 나영이의 고등학교 시절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아이가 학교에 갔다가 저녁 먹을 시간에 다시 왔어요. 아프고 찝찝하니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학교에 가서 야자 끝나고 10시가 되면 집에 왔어요. 매일 그렇게 다녔으니 3년 동안 학교를 두 번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난 12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두순 출소에 반대하며, 도로에 누워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12일 새벽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두순 출소에 반대하며, 도로에 누워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나영이 가족에게 '조두순'은 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다. 그는 혹시 성폭행 관련 뉴스가 나올까봐 가족이 모여 함께 TV를 보는 일도 없다고 한다. 또 나영이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SNS는 기피 대상이다.

"나영이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빠 우리는 평생 SNS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신상 털려버리면, 모든 것이 다 노출된다'고. 아이들은 그런 걸 걱정합니다."

그는 이번에 집중된 관심을 계기로 성범죄자 처벌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검토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제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만큼 더 바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의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범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에게는 사회복지사나 전담공무원이 최소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이라도 전화해 안부를 묻는 것만이라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전담관리자'가 각 지자체 내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각 지자체에 담당 공무원이 있어도 1~2년 주기로 인사이동이 있다보니 "자기 관내에 어떤 피해자가 살고 있는지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낯설고 처음 통화하는 사람한테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보호나 대책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했던 건 관심이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이런 피해를 당하게 해서, 국가가 책임을 지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가 응원한다'는 그런 말이 피해자 가족에게 꼭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