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조주빈 징역 40년형...1년 6개월 손정우와 차이났던 이유

지난 3월 25일 n번방 주범으로 지목된 조주빈이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지난 3월 25일 n번방 주범으로 지목된 조주빈이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주빈이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6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이와 더불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30년도 명했으며, 암호화폐로 얻은 범죄수익금 약 1억604만원도 추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유인·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오랜 기간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며 "특히 많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속였을 뿐 협박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게 했다"며 "범행의 중대성과 치밀함, 피해자의 수와 정도, 사회적 해악, 피고인의 태도를 고려하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2019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조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미성년자 피해자 A씨에게 나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공범을 시켜 성폭행을 시도하게 한 것 등 14개에 달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일부 협박 혐의만 공소기각하고, 조 씨의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조주빈 등 범죄조직 선고기일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조주빈 등 범죄조직 선고기일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조주빈 등 범죄조직 선고기일인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이 조주빈 등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선고기일에는 피해자들의 변호인과 여성단체들도 다수 참석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성착취 끝장,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손정우와 형량 차이... '범죄 집단' 인정이 결정타

앞서 검찰 구형량인 '무기징역' 형보다는 약하지만, 법원은 조 씨에게 기존 예측보다 강한 형인 40년을 선고했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전 운영자 손정우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던 사례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손 씨는 실제 법정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훨씬 더 큰 형량을 받을 수 있었던 미국 송환도 불허됐다.

같은 디지털 성범죄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왜 이런 형량 차이가 나게 됐을까?

우선 조주빈의 경우, 법원이 성범죄 관련 혐의를 유죄 판단한 것 외에도 박사방이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집단'이라고 판단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도 아동 성 착취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익을 상출했지만 조 씨처럼 수십 명의 사실상 '조직원'들을 두고 분업화하진 않았다.

반면 조 씨는 공범 20여 명을 두고 대화방 개설, 회원 모집, 피해자 협박, 환전·인출 등 각 역할을 나눠 범행을 했다.

판결을 앞두고 법조계 내에서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 등 혐의만 인정되면 최대 '징역 15년 정도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그래서 이날 핵심 쟁점은 법원이 박사방을 '조직적인 범죄집단'으로 인정하느냐 여부였다. 높은 형량을 결정할 주요 혐의였기 때문이다.

앞서 박사방 공범들은 "조 씨가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 "조 씨로부터 속거나 이용당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자신들은 범죄 조직원이 아니라고 적극 부인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박사방은 직은 형법114조에서 말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 내 순차 조직된 것으로 주요 구성원이 명확하다. 그 주된 구성원은 피고인들이고, 각 특정 역할을 수행했다"며 "박사방 조직은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한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 목적으로만 구성하고 가담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게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후 법정 판결에서도 감형돼 실제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게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후 법정 판결에서도 감형돼 실제로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달라진 양형 기준과 사회 분위기도 손정우와 조주빈의 형량 차이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다.

지난 9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화된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를 두 번 이상 반복해 저지른 경우 최대 징역 29년 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거나, 초범인 경우 감경 사유가 됐지만 이 부분도 정비됐다.

그 이전에는 각종 성착취물 관련 범죄 재판에선 구체적인 양형 기준이 없었던 탓에 형량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선고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엄격히 말하자면 새 양형 기준안은 올해 12월 최종 의결돼야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조 씨에게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라진 기준과 이에 따른 재판부 분위기가 실질적으로는 조 씨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반면 손정우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기 전인 2018년 판결을 받았다.

적용된 혐의가 조주빈에 비해 적었던 차이도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은닉' 등 다른 범죄 혐의를 놓쳤고,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만 손 씨를 재판에 넘겨 비판을 받았다.

즉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한 양형 기준과 부실한 검찰 수사 과정 등이 '솜방망이 처벌'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n번방 공범들은 어떤 판결 받았나?

한편 성 착취물 제작·유통을 도운 공범들에 대해서는 징역 5~15년이 선고됐다.

조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태평양' 이모(16)군은 범행 당시 만 15세인 점이 고려돼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 받았다.

또 조 씨에게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 딸에 대한 살인을 청부한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는 징역 13년을,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이었던 천모(29)씨는 징역 15년을 받았다.

박사방 유료회원 '오뎅' 장모(41)씨는 징역 7년을, '블루99' 임모(34)씨는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