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vs ‘노동권’...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어떻게 봐야 하나

연세대학교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연세대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학생 3명은 시위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대학교 재학생들이 교내에서 시위를 벌인 청소노동자들을 학습권 침해로 민·형사 고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학교 안팎에서 이를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은 지난 5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서부지법에 학습권 침해로 인한 스트레스 및 '미래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고려해 청소노동자들이 약 638만6000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연세대 등록금을 수업 일수로 나눠 시위 소음으로 피해를 받은 일수를 곱한 다음 정신적 스트레스에 따른 피해보상금 100만원을 더해 산정했다.

노조는 지난 3월 말부터 교내에서 현재 시급 9390원을 440원 인상하고 정년퇴직 인원만큼 인력 충원,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해왔다.

온·오프 온도차 있지만...학내에서도 다양한 의견

대학교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는 고소인을 지지하는 의견이 상당수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본인이 고소 당사자라고 밝히며 올린 글에서 "고소에 이르게 된 계기는 시위 소음이 수업을 듣던 곳까지 들려서"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 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인해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받아야 하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집회가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는 지나치다'거나 '시위를 조용하게 하면 누가 관심이나 가져주나',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일이) 부끄럽다'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연세대 사회학과 17학번 김예진씨는 BBC에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나오는 과격한 의견이 과대 대표 되는 양상이 있는데, 실제로는 학내 의견이 분분하다"며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도 있고 시위 때문에 불편하긴 하지만 고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개인적으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시위에 나오는 노동자들을 법으로 단죄하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위험하고 동료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의견 게재가 가능한 만큼 극단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이 과대표 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2022학년도 2학기 '사회문제와 공정' 과목 강의계획서에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나 교수는 "어떠한 거름(filtering)도 없이 에브리타임에 쏟아내는 혐오와 폄하, 멸시의 언어들은 과연 이곳이 지성을 논할 수 있는 대학이 맞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게 한다"며 "기회와 자원에 있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상대적 박탈'을 경험하는 한국의 2030이 왜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향유하는 현재의 기득권을 옹호하는지는 가장 절실한 사회적 연구 주제"라고 썼다.

이와 대조적으로 학교 건물 곳곳에는 실명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연세대 신촌캠퍼스 건물 곳곳에 '당신이 부끄러웠으면 좋겠습니다: 청소경비노동자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공동체원들께'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연세대 재학생 김은결씨는 대자보에 "학생이기에 본인의 공부가 우선이라 생각하십니까"라며 "그 특권의식 자체가 부끄럽다"고 썼다.

이어 "학교가 학생들과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갈라치지 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더는 혐오의 목소리가 연세대를 대표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세대 백양관 청소노동자 지지 기자회견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6일 오전 11시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 '청소경비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는 연대생들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학생' 대 '청소노동자' 싸움 아니다

이번 사건이 '재학생' 대 '청소노동자'의 단순 대결 구도로 소비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학교' 대 '청소노동자'가 본질적인 갈등 구조인데 학생 고소인이 대표성을 갖게 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학교가 뒤로 빠져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이날 오전 11시 연세대 백양관 앞에서는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주도로 '청소경비노동자의 투쟁에 연대하는 연대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30여 명의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이 모였다.

공대위는 2007년 연세대 학생자치단체로 출발해 학내 여러 단체가 연합해 15년째 활동 중이다. 학내외 노동 이슈가 있을 때마다 노동자들과 연대해왔다.

해슬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교"라며 학교가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실질적 고용주인 원청이자 교육기관으로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인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 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장은 "학생이 고소했다고 해서 목소리를 안 낼 수는 없지만, 고소 학생을 미워하는 조합원은 한 명도 없다"며 "학생인만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학교가 하루 빨리 해결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 재학 중인 최유경씨는 본인이 장애 학생임을 밝히며 "학내 노동자의 노동을 보장하는 것은 학생들의 삶을 보장하는 것과도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장애로 인해 장애인권위원회실 공간 청소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는데, 청소노동자분들이 함께 공간을 정리해준 덕분에 공간을 더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며 "늦은 시간까지 회의를 진행하는 날에는 경비노동자분들이 직접 학생들의 귀가 시간을 확인하고 배리어프리한 지하 출입구와 엘레베이터를 열어줬다"고 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소·경비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지지요청서에 3000명 이상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법적으로 노조의 사용자는 용역업체이기 때문에 학교는 협상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그래도 업체를 통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 측에서는 절대 양보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은 청소노동자들의 변론을 맡기로 했다.

류하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02학번으로 입학해 연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는 것을 도왔고 2008년 노조가 만들어지는 모습까지 봤다"며 "지금 와보니 학교는 똑같다. 15년째 듣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가 원청, 하청 구조 뒤에 숨어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졸업생들이 사건을 대리하는 이유는 극소수에 불과한 고소 학생 3명을 혼내주기 위한 게 아니라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 구성원들의 대다수는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혐오 대상이 된 '노동권'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소수의 돌발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젊은 세대도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노조 혐오' 정서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이) 특징적인 사례라기보단 한국 사회에 만연한 노동, 노조 혐오 분위기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과 자본의 대립은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건데, 어느새 자본이 희석돼 증발하고 을과 을의 다툼만 남은 이상한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학교는 방관자가 돼버리고 학생 대 학생, 또는 학생 대 청소노동자의 다툼으로 여겨지는 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젊은 세대의 지나친 능력주의와 공감능력 부족, 그리고 노동권 교육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이) 세대적 상징성을 갖긴 역부족이더라도 이전 세대보다 (노조에 반감을 갖는) 이러한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능력주의에 경도된 사람들이 많아졌고, 사회 구성원에 대한 공감능력 부족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동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노동권은 헌법적 권리이자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도 필요한데, 국내에는 반노조 정서가 뿌리 깊고 노동권 행사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