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북중러, 유엔서 '대북제재' 놓고 팽팽한 신경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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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미국은 2022년 5월 11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15번째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를 주장했다

유엔 총회에서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문제를 놓고 한미-북중러가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신 냉전, 즉 각 진영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최근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자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시 열흘 안에 해당 문제를 토론할 유엔총회 회의 소집을 의무화한 결의안이 지난 4월 말 193개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따라 열린 것이다.

중-러는 지난달 26일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따른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추가 제재는 그렇게 무산됐다.

먼저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는 요구를 받은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을 향해 "단지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특정 영역에서의 대북제재 완화와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 주장이다.

장 대사는 또 "미국이 북한의 지난 2018년 비핵화 조치 이후 상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북한의 적법한 우려에도 대응하지 않았다"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국에게 돌렸다.

이어 "미국의 추가 제재 결의안 추진에 대해 중국은 제재 대신 의장성명 채택 등 다른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표결 강행을 주장하며 이러한 반대했다"면서 "중국은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새 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복잡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의장성명을 원했지만 이러한 제안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의 인도주의적 여파는 매우 위험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 확대 조치가 더욱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미국이 추진한 결의안 채택 시도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정신에 위배된 불법 행위로 단호히 반대하고 비판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무기 현대화는 미국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안보와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적법한 자위권"이라며 "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시험발사는 한 번도 안보리에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는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미국 '중러, 북한 도발 암묵적 허용'

이에 맞서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아직 6월인데 북한이 올해 들어 6번의 ICBM을 포함해 단일 연도로는 역대 최다인 31회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가 북한의 도발을 암묵적인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올해 벌써 18번째 무력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추가 핵실험 징후까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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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북한이 올해 벌써 18번째 무력도발을 감행한 가운데 추가 핵실험 징후까지 포착됐다

이어 "거부권 행사로부터 9일 뒤 북한은 8발의 탄도미사일을 더 발사할 정도로 대담해졌고 이 모든 일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서 "미국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한다는 고위급 메시지와 구체적인 제안을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에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북한이 외교 관여에 나서고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우리는 그들의 불법적인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도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

특히 "안보리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대화 요청에 응할 것을 북측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다와라 기요시 일본 외무성 부대신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후 북한의 도발이 계속됐다"며 "안보리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비핵화를 향한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화' 아닌 '국가정체성∙핵심이익' 중심

이와 관련해 국제법 전문가인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중국과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제어를 가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신냉전, 진영 재편 등의 차원에서 북핵,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문제가 좀 더 첨예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전통적으로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는 허용된 권리처럼 인식이 돼온 것이 사실이고 유엔 개혁 논의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됐지만 사실상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을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 부분이 구체적인 결과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5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포기 내지는 행사의 제한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또다시 중러가 반대한다면 소용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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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22년 2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만났다

'세계화'에 동참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핵심 이익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제질서가 블록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세력들이 뭉치고 이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하는 가운데 북한도 분명 동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러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최근 2~3년 전부터 특히 중국 입에서 비핵화라는 말이 아예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북한이 저런 식으로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9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 등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 감행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국제사회가 단합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최근 안보리 새 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중국 측에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류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중국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