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에 '핵미사일' 총동원한 북한… 어떤 메시지?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장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입장하는 모습

사진 출처, KCNA/Reuters

사진 설명,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장에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입장하는 모습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 각종 '핵 투발수단'을 총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핵 보유를 과시하면서 언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 평가된다.

25일 열병식에 등장한 전략무기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다.

특히 유일하게 신형으로 선보인 SLBM은 지난해 1월 당대회 열병식에 등장한 '북극성-5ㅅ'보다 탄두부가 커지고 길이도 1~1.5m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BBC 코리아에 "신형 SLBM이 현재 건조 중인 잠수함에 맞게끔 지속적으로 설계 변경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SLBM 시험발사 및 수중발사를 하지 못한 데다, 잠수함에 실어야 하는 만큼 제한 요건이 있고 미사일의 크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북극성-5ㅅ'과 1, 2단 추진체가 같지만 핵폭탄과 기폭장치, 고압 배터리 등이 장착되는 페어링이 상당히 커졌다"며 "다탄두나 고위력의 무기를 더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다만 무게가 늘어나면 사거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단거리 혹은 준중거리 이하에서 한국과 일본 미군 기지, 괌 등을 목표로 한 것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이 핵 투발수단을 총동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출처, KCNA/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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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중 폭발한 ICBM '화성-17형'이 여러 대 등장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총 4기를 처음 선보인 이후 올해 3차례 시험 발사가 이뤄졌고, 마지막 세 번째 발사 당시 공중 폭발했다.

또한 26일 공개된 사진을 보면 최소 3기가 더 등장해 추가 양산이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장 교수는 "'화성-17형'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다탄두(MIRV) 실험은 아직 기술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대 쉬운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MIRV 기술이 장착되면 여러 개의 미사일을 각각 원하는 위치에 타격할 수 있다.

언제든 '핵 타격 가능' 과시 목적

이번 열병식의 핵심 키워드는 '국방력'과 '핵'으로 평가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을 보면 북한의 핵 보유 명분은 핵 전쟁 방지, 그리고 근본이익을 침탈 당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이는 "지금까지 집대성한 전술핵, 전략핵을 과시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본인이 군복을 입고 열병식에 참석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직접) 핵 보유 목표를 이렇게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라며 "굉장히 비상식적인 경우"라고 지적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체제를 흔들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도자가 위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공세적이고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

조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근본이익 침탈'은 정권 안보나 체제 위기, 경제 위기일 수도 있다"면서 "이는 대북제재로 내부가 힘들어지면 핵을 쏠 수 있다는 의미로, 결국 현재의 내부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위협,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발언, 지난 4일 김여정 부부장의 선제적 핵 사용 발언 등은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 및 국제 핵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으로, 세계 각국의 핵무장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 인민군이 행진하는 모습

사진 출처, KCNA/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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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장영근 교수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굉장히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이 없으면 우크라이나처럼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도한 만큼 "국제사회가 제재를 풀어준다고 해도 이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 교수는 내다봤다.

'핵 군축' 의도… 한미에 최대 위협

한편 이 같은 북한의 핵 선제타격 위협이 미국과 한국에 최대의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핵 무력의 '전쟁 억제' 사명과 '근본이익 침탈 시 결행'은 그의 판단에 따라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핵 선제 사용 위협은 푸틴 대통령의 '핵 독트린' 복사판으로 "핵 국가인 러시아가 비핵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으로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차단한 푸틴의 전략을 많이 참고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핵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은 "차기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태 의원은 결국 윤석열 차기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3축 체계 능력을 조속히 완성해 나가는 길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