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봉쇄 53일째인데...모든 관심은 상하이에만'

코로나19 검사 줄
사진 설명, 봉쇄 1~2주차,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근처 고등학교와 마트에서 코로나 핵산(PCR) 검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2022년 3월 11일 정오, 도시가 봉쇄됐다. 모든 교통수단은 운행을 멈췄고 관공서는 물론 회사와 크고 작은 가게들도 모두 문을 걸어 잠갔다.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 사는 임슬아씨(27)는 벌써 53일째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갈 때뿐이다.

"봉쇄 초기(1~2주)에는 집 근처 마트까진 나올 수 있었어요. 물건도 평소처럼 구입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코로나 검사할 때를 제외하면 건물 밖으로도 나갈 수 없죠. 검사는 매일 할 때도 있고, 2~3일마다 할 때도 있어요."

창춘시에서도 확진자가 없는 일부 구역은 봉쇄를 완화했지만, 임씨가 사는 구역은 아직 완전 봉쇄 중이다.

마트에 갈 수 없는 지금은 아파트 주민들과 식료품을 공동으로 구매한다. 주문한 물건을 받기까지 짧으면 이틀, 길면 일주일이 걸린다. 덕분에 배를 굶주리진 않지만, 원하는 물건만을 구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채소를 구입하려면 낱개가 아닌 임의로 구성된 '패키지' 형태로 구입해야 한다.

임씨는 얼마 전 무 2개, 단감 2개, 감자 12알, 오이 2개, 셀러리 1단, 마늘 6알, 가지 3개, 부추 1단, 애호박 2개, 배추 3통으로 구성된 채소 패키지를 98위안(약 1만8800원)에 구매했다. 대도시에 비해 저렴한 창춘의 물가를 생각하면 비싼 편이다.

채소
사진 설명, 김씨가 구매한 채소 패키지

그는 "그래도 나는 온라인으로 강사 일을 계속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보다 먼저 봉쇄됐지만…'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창춘은 상하이에 비하면 정말 작은 도시예요. 상하이보다도 훨씬 먼저 봉쇄됐죠. 창춘에도 한국인이 살고 봉쇄된 사람들이 있는데,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느 곳에서도 관심이 없었어요. 박탈감을 느꼈죠."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창춘, 선전, 시안, 셴양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도시를 봉쇄했다. 단 한 건의 확진 사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임씨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지 않아 봉쇄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중국 사회 시스템은 실명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분증이 없으면 대중교통, 병원, 은행 등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봉쇄 초기에는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 중국 신분증 번호만 입력할 수 있어 외국인은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여권번호를 입력해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병원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예약하는 등 신분증 번호가 있어야 하는 여러 상황에서 여권번호를 쓸 수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경우 봉쇄 상황에서 여권이 만료되면 여권번호가 말소되기 때문에 실명으로 가입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수 없게 됩니다. 이처럼 여러 상황에 대비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중국 광저우 백운구
사진 설명, 광저우 백운구에 바리케이드로 봉쇄 범위가 표시돼있다

'어려울 때일수록'…서로 돕는 교민들

임씨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것은 한인회다. 그는 "영사관과 더불어 창춘시 한상회에서 자발적으로 비상시를 대비한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인이고 이 지역에 한인회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지만, (현지 교민 수가 많지 않은) 다른 국적의 외국인이라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도 한인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물품을 나누며 서로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상하이 한인 밀집 지역인 홍췐루에 사는 박영수씨(37·가명)는 "도움이 필요하면 대부분 한인 커뮤니티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췐루 지역에서는 한인 자원봉사 커뮤니티인 '백의천사단'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아파트 단지별로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구매 물품을 전달하는 등 자칫 중국인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이분들의 선행과 수고를 알리고 싶습니다."

떡
사진 설명, 차씨가 교회를 통해 나눔 받은 떡

광저우 백운구에 사는 차요셉씨(29)는 얼마 전 '깜짝 선물'을 받았다. 누군가 익명으로 한인 교회를 통해 인절미, 가래떡, 절편 등을 기부한 것.

차씨가 거주하는 지역은 봉쇄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 '단지 통행증'을 발급받으면 단지 앞 편의점이나 슈퍼를 다녀올 수 있다.

"간단한 식재료는 구입할 수 있지만 한국 식품은 구할 수 없었는데, 떡을 많이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기약 없는 기다림

교민들은 '불확실성'을 감당하기가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봉쇄 조치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차씨는 "가장 우려되는 점은 봉쇄를 언제 끝내겠다는 기약이 없다는 것"이라며 "계속 (봉쇄가) 연장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경우 지난달 28일 봉쇄가 시작된 이후 한 달 동안 조치가 지속되고 있다. 식료품 부족과 의료 접근성 악화 등의 문제로 인해 여론이 악화하면서 봉쇄를 완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일부 지역에 한해 주민들의 이동 범위를 다소 넓히는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수도 베이징 봉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오는 30일까지 베이징 16개 구 가운데 12개 구 인구 2000만 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차오양구 내 일부 지역은 임시 관리·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사실상 봉쇄됐다.

박씨는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한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며 "회사원과 자영업자 모두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임씨는 "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에도 오랜 봉쇄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교민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