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국 드라마 유포 시 처형'... 유엔, 대북서한 발송

지난해 김일성 주석의 108번째 생일을 맞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동상 앞을 찾은 북한의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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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특별보고관들이 북한의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 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모리스 티볼빈즈 비사법적 약식-임의처형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3일 북한에 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 북한 주민들이 한국식 말투와 서체, 노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 등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 영상물을 수입 또는 유포하는 경우 처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형은 의도적인 살인과 같은 가장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면서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표현의 자유에는 모든 종류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찾고 수신하며 전달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국제인권법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고관들은 지난해 8월 하달된 북부 국경 완충지대 침입 시 즉결 총살 지시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조치'라며 우려를 표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허가 없이 북중 국경 인근 1~2km 의 완충지대를 오갈 경우 사전 경고 없이 총격을 가할 것을 명령했다.

보고관들은 북한에 반동문화사상배격법과 국경 총살 지시와 관련한 혐의를 소명하고 특히 현재까지 반동문화사상배격법에 따라 처형 당한 인원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BBC 코리아에 "지난 2014년 유엔 COI 보고서 발표 이후 평양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사람이 대폭 증가했다"며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겉으로는 개의치 않는다고 하지만 정상국가 및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정권에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쉽게 무시하고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것이다.

그는 "COI 보고서 채택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는 매년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권고하고 있다"며 "북한에게 지속적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2017년 11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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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한국의 방탄소년단이 2017년 11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서고 있다

'유일사상'에 반하는 한국 문화

북한 당국은 지난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했다. 철저한 내부 결속 및 체제 단속에 나선 것이다.

특히 외부 문화에 관심이 많고 빠져들기 쉬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헤어스타일, 옷차림, 말투 등을 '독약'이라 지칭하면서 개인주의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행동에 대한 단속을 강조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외부 정보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외부 문화가 유입되면 저항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북한은 지난 2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16차 전원회의를 열고 다음달 28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년 단속 강화법으로 추정되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앞서 지난 4월 세포비서대회에서 "청년 교양 문제는 당 조직들이 한시도 소홀히 하거나 늦추지 말아야 할 최중대사"라며 옷차림과 머리 모양, 언행, 인간관계 등에 청년들의 대한 세세한 통제를 주문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비슷한 시기에 "청년들이 외무 문물을 배격하고 사회주의 사상-문화 수호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회주의 수호의 승패를 결정하는 보루는 정치사상 진지"라며 "사상도, 문화도, 도덕도 우리의 것이 제일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지내는 데서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BBC 코리아에 "북한 당국이 배격법을 만든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북한의 현실 상황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꼴이라고 말했다.

2018~2019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기대와는 달리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코로나19로 지난해 1월부터 북중 국경까지 폐쇄되면서 내부 어려움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럴 때 물리적 압력까지 더해지면 사람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충성심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사상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또 "내부가 혼란스러우면 한국에 대한 동경이 생기고, 주민들이 다른 것을 기대하면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며 이는 "유일사상체계를 내세우는 북한의 권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언급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북한의 이러한 통제는 기본적인 인권인 알 권리, 표현의 자유 등과 다 관련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향유하는 기본적 인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논리라며 "그 이후 성립된 유엔 체제 하에서는 그 어느 나라도 보편적 가치인 기본적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발언을 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현 북한 체제에서는 주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만큼 외부 세계가 이들을 돕고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