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한국식 결혼 영상 찍으면 '강력 처벌'

사진 출처,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북한에서 한국식 웨딩 영상을 찍은 신혼부부를 '혁명의 원수'로 규정하며, 재판에 넘기는 영상이 공개됐다.
북한은 한국식 결혼 촬영 등 한국 문화가 퍼지는 것을 단속하기 위해 공안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영상을 제작해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해당 영상을 BBC 코리아와 공유했다. 19분 40초 분량의 영상에는 한국식으로 웨딩 영상을 촬영하다가 발각된 신혼부부들을 처벌하는 모습도 담겼다.
도 대표는 이 영상이 '조선중앙통신사 콤퓨터강연 선전처'에서 제작했으며, 지난 6월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검찰소 등 권력기관 관계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배포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한국식 웨딩 촬영자 '혁명의 원수'
영상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미풍양속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배치되는 이색적인 결혼식 녹화 편집물 제작 행위들을 철저히 배격하자"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어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을 짓부수고 우리의 사회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라는 지시문이 나타난다.
영상은 최근 북한 신혼부부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국식 웨딩 촬영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또 "최근 일부 사상적으로 불건전한 청춘 남녀들과 돈벌이에 환장한 집단이 결혼식을 사회주의에 전혀 맞지 않게 변태적으로 변형하다 못해 편집물로 만들어 유포했다"라며 "건전한 사상 의식을 흐려 놓고 고상한 미풍양속을 어지럽히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전했다.
'아디다스'를 입고 있는 여성에 대해선 '저들의 차림새를 봐서는 도무지 공화국 국민인지 가늠하기 힘든 정도인데, 이들의 짓거리를 지켜본 숱한 사람들 속에 눈이 바로 박힌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단 말이냐"라고 한탄했다. 와인을 마시는 남녀들에 대해서도 "슬프게도 당에서 하지 말라는 짓만 해대고 있으니 과연 저런 인간들이 시련의 시기에 당의 은덕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영상은 또 "남들이 볼 테면 보라 하는 심정의 신랑 신부들에게 묻건 데 당신들은 어디서 무엇을 보고 이러한 동작을 스스럼없이 흉내 내고 있느냐. 혹시 남몰래 불순 선전 시청물을 본 것 아니냐"라며 불법으로 유통된 한국 영상물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식 웨딩촬영을 하다 적발된 한 신혼부부를 예로 들며 "이 부부와 같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젊은이들은 썩어 빠진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끌어들인 혁명의 원수이자,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릴 박멸 대상"이라며 "추격전, 수색전, 소탕전을 맹렬히 벌여 밑 뿌리째까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라고 했다.
영상 뒷부분에는 재판장에 다수의 남녀가 재판을 받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제작 이유?
도 대표는 "북한이 재판장에서 처벌받는 사람들을 나열해 보여주는 영상을 공개한 적이 거의 없다. 이 영상은 법 집행기관 사람들에게 경각심과 단속을 촉구하기 위한 교육용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대표에 따르면 북한에서 웨딩 영상을 찍는 풍습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지만, 본격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진 것은 최근이다. 도 대표는 영상 속 사람들에 대해 "작년에 처벌받은 사람들이다. 작년에 처벌한 사람들을 찍어 영상으로 만들어 올해 6월에 선전 교육용으로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한국 문화 유입이 우려할 정도로 만연했던 것 같다. 때문에 강력한 단속이 진행되었고, 그래도 안 되니까 영상을 만들어 고위층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호 한평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전 통일부 서기관)은 이 영상에 대해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관철시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위원은 "북한 사회에서 검열, 통제는 일상적인 행정의 영역"이라면서도 이번 영상에 대해서 "코로나19의 장기화 국면에서 외부사조 유입 행위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 대한 정서적, 행위적 일탈을 예방하는 차원의 조치로 평가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을 통한 통치를 중시하는 김정은 체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배격법' 제정 이전에 태스크포스식으로 운영되었던 주민통제 수단('비사회주의그루빠')을 제도권 차원에서 보다 '엄격히 다루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대외적인 위기 상황에서 내부 주민의 결속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의 특징과도 맞물려 있는 것이고, 특히 이 영상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간부 통제의 빈틈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은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15년에 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영상물 뿐 아니라, 도서, 노래, 사진도 처벌 대상이며,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2년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라는 조항도 신설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도 지난 4월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청년들의 사상통제를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늘 교양하고 통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지난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한국식 옷차림이나 말투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재 북한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거나 남자친구를 '남친'이라고 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