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서 이야기꽃 피우는 탈북 청년들
- 기자, 나리 킴
- 기자, BBC 코리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의 한 대화방. 언뜻 듣기엔 평범한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가 한창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은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각자 좋아하는 드라마에 대해서 말해보자."
"나는 '꽃보다 남자'가 최애 드라마야." "나도 나도!"
"한국에 가서 구준표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했어. 나 진짜 그래서 탈북했어. 그래서 남한에 왔는데, 솔직히 구준표 같은 남자가 없는 거야."
지난 3월 19일 오후, 북한에서 온 청년들이 클럽하우스에 '북한 궁금쓰? 찐 윗동네 친구들이 왔다!'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열었다.
탈북 후 한국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는 강나라 씨를 비롯해 북한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시 킴, 그리고 북한에서 미국 시카고로 바로 건너간 에블린까지 세 명의 스피커(발언자)가 대화방을 개설했다.
그러자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순식간에 100여 명의 청취자가 몰려들었다.
탈북하게 된 이유에서부터, 북한에서 숨어 즐기던 은밀한 문화생활까지 북한과 관련해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이 자유롭게 펼쳐졌다.
북한의 미디어 문화
"영화 많이 보죠. DVD로요. 극장 가는 사람 없어요. 극장 왜 가요? 평양 날파람'이나 '한 여학생의 일기' 이런 것들은 한번 상영되면 5~6년씩 상영되는데, 안 가죠."
이날 대화방의 주제는 북한에서 즐기던 미디어 문화생활이 주를 이뤘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2015년 탈북을 결심한 강나라 씨는 북한 예술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예술 문화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에서도 인기 유튜버와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집 앞에 영화관이 있었는데, 평생 가 본 적이 없어요. 북한에서 상영하는 고리타분한 영화를 누가 봐요?"
7년 전 탈북 한 제시 킴은 현재 북한 고유의 음식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들의 미디어 문화생활은 대체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사진 출처, AFP
북한에서 불법이지만 인기가 많았던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와 보위부의 단속에 걸리지 않는 방법까지 흥미로운 대화는 이어졌다. 먼저 강나라 씨의 '꿀 팁' 이 시작됐다.
"한국 드라마 보는 것 단속하는 방법 중에, 건물에 전기를 한 번에 내려 버리면, CD가 안 빠지잖아, 그때 방법이 있어. 호텔 키 같은 카드를 CD 들어간 기계 밑으로 넣으면 CD가 나와."
에블린도 자신의 방법을 공유했다.
"또 다른 방법은, CD 기계를 다 분리해 버려. 분리해서 CD를 빼서 숨기는 거지. 단속되어서 걸리면 감옥에 갈 수도 있으니까."
북한 사정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강나라 씨는 "돈 있는 사람들은 그냥 본다. 어차피 걸리면 돈 주면 되니까. 죄가 엄중한 경우에는 총살도 당하고 그러는데, 돈 있는 사람들은 돈 주고 그때그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밀수한 한국 드라마 CD를 팔며 생계를 이어 갔다는 제시 킴은 북한에서의 한국 드라마 인기는 굉장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본 것보다도 많이 팔았다. 이 세상 모든 일이 똑같은 것 같다. 위험이 큰 만큼 이익도 큰 것 같다. 한국 드라마 팔다가 걸리면 다 뺏기고 운이 안 좋으면 오지로 끌려가는 거다. 그런데 보통 돈 주면 안 잡아간다"라고 말했다.
탈북 청년들이 클럽하우스에 모이는 이유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자다가 일어나서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강나라 씨는 기존 SNS에서 통용되는 텍스트, 사진, 영상 대신 '음성'으로만 소통한다는 것이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또 방송에서는 심의에 걸려 할 수 없는 이야기도 허물없이 나눌 수 있고, 청취자들 또한 자유롭게 드나들며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꼽았다.
이날 클럽하우스에는 자신이 북한에서 왔음을 소개란에 밝히고 있는 많은 탈북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김일성종합대학교를 졸업했다는 탈북민부터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지닌 탈북민들이 모였다.
클럽하우스의 '폐쇄성'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아이폰 이용자에, 초대받은 사람만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 탈북자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강나라 씨는 "문자는 기록으로 남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원칙적으로 녹음을 못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또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에는 없는 SNS
제시 킴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은 북한 내에서만 쓰는 것이며, 그 또한 사정이 괜찮은 사람들, 부유한 도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북한에서 스마트폰은 통용되고 있다.
강나라 씨는 북한도 한국처럼 휴대폰이 보편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랑 폰'이랑 '2405'라는 휴대폰들이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 한국에서도 카페 가면 다 같이 앉아서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다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게임하고, 음악 듣고.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보내고 '톡 보냈다'라고 하지 않나? 북한에서는 '통보문' 보냈으니까 확인하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들은 북한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자유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엔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강나라 씨는 "북한에는 유튜브라든지, 1인 미디어 하는 사람이 없다. 최근 들어서 북한 정부에서 하는 '은아'라는 유튜버가 있는데, 그것은 정부에서 북한 소개하기 위해 밀고 있는 것이고, 일반 주민들이 하는 유튜브는 없다"라고 말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고위 간부층이나, 그들의 자녀들은 '클럽하우스'나 '유튜브' 같은 SNS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들이 더욱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시 킴은 "북한 고위층 자녀들은 북한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인터넷에 접속한 것 모두 다 감시를 받는다. 잘못하다 가는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탈북한 강나라 씨는 구독자 27만 명의 유튜브 '놀새나라TV'를 운영 중이다.
탈북 청년들이 SNS를 통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클럽하우스도 엄청 열심히 하고, 요즘 틱톡도 엄청 열심히 하거든. 그래서 너무 뿌듯해."
시카고에 사는 에블린은 요즘 SNS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의 탈북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이다.
"미국 사람들이 내 북한 이야기를 들으면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데, 동기부여가 생긴데."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시 킴에게 SNS는 유용한 홍보수단이다.
그저 일상을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던 유튜브 채널 '놀새나라TV'가 어느새 구독자 27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로 거듭난 강나라 씨도, 다양한 북한 이야기를 다루며 북한에 대한 오해,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 등을 좁혀 나가고 있다.
북한 전통 음식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를 하는 제시 킴에게 SNS는 유용한 홍보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고향의 맛과 더불어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파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제가 북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고, 매출까지 유도할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북한 음식을 소개함으로써 탈북민들의 스토리를 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