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속 '사라지지 않는 유해 화학물질'의 분해 가능성 발견

화장품과 메이크업 브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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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물에 강한 성질 때문에 화장품이나 의약품에도 사용되는 PFAS(과불화화합물)
    • 기자, 에스메 스텔라드
    • 기자, BBC 기후 및 과학

'PFAS(과불화화합물)'은 주로 계면활성제 등으로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이지만,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인체 내 잔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로도 불린다. 그런데 지난 1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이 PFAS를 저비용으로 분해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PFAS가 인체에 일정 수준 축적되면 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과 기름에 쉽게 오염되지 않는 성질 탓에 프라이팬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일상 용품 수백 가지에 사용되지만, 바로 이점 때문에 PFAS는 제거하기 무척 어렵다.

'PFAS(poly- and perfluoroalkyl substance)'는 '퍼플루오로알킬 및 폴리플루오로알킬 물질'의 약자다. 플루오르(불소) 화합물은 약 4500가지나 되며 식품 포장재, 코팅된 조리도구, 방수용품, 접착제, 종이, 페인트 등 다양한 제품에 무척 흔하게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빗물의 PFAS 함유량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물이나 토양에 스며든 PFA이 높은 수준까지 증가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PFAS가 노출량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 하버드대의 엘시 선더랜드 환경화학과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체의 모든 주요 장기에서 (PFAS) 노출은 부정적인 영향과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고온 소각 등 현존하는 PFAS 분해 방법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 무척이나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비용도 많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미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이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으며, 저온의 환경에서 저렴한 물질을 사용해 PFAS를 분해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선더랜드 교수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고농도 PFAS 오염으로 고통받는 지역 사회에 유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지금껏 PFAS 분해가 어려웠던 이유는 유기화학에서 가장 강력한 단일 결합으로 알려진 탄소와 불소 원자 간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합 덕에 '옴니포빅(물과 기름에 강함)' 성질을 지녀 제약 및 식품 산업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의 브리트니 트랑이 이끄는 연구팀은 비누나 진통제 같은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흔한 화학물질인 수산화나트륨이라는 사용해 PFAS를 분해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표했다.

강하게 결합한 탄소와 불소 반대쪽 끝에 존재하는 전하를 띤 산소 원자 그룹을 약점으로 보고 공략했다. 그랬더니 "머리 그룹이 꼬리에서 사실상 분리"되면서 PFAS는 무해한 부분만 남긴 채 분해되기 시작했다.

트랑 연구원은 결과가 "흥미롭다"면서 "매우 간단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화학회' 소속이자 화학 정책 담당자인 카밀리아 알렉산더-화이트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저비용으로 (PFAS를) 분해할 수 있다면 정말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프라이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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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수백 가지 일상 용품에 들어있는 PFAS

연구팀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PFAS를 식수에서 여과하며, 이번에 찾은 방법으로 PFAS를 파괴할 수 있길 희망한다.

그러나 고농도의 PFAS를 처리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PFAS를 이용한 생산 공정이 변하지 않는 이상 물고기나 다른 야생 동물에선 낮은 수준으로 계속 축적될 수 있다.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산더-화이트 박사는 규제 당국과 제조업체가 함께 PFAS 사용 중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견한 방법으로 분해 가능한 PFAS는 10종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 환경보호청(EPA)이 확인한 종만 해도 1만2000종 이상이다.

그러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윌리엄 딕첼 노스웨스턴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에 확인한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지 않은 종류도 있겠지만, 그러한 물질 또한 고유의 약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희망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