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유색인종에 치명적인 과학적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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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파블로 우초아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우리는 과학은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연구, 실험, 통계를 바탕으로 한 사실적 결론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 실험은 주관적인 존재인 인간에 의해 설계된다.
전 세계적인 의학 연구 지원 단체인 '웰컴 트러스트'에서 '평등, 다양성, 포용성'팀을 이끄는 릴리안 헌트 박사는 이 때문에 과학엔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편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학계의 편향이 성별, 인종, 국적 등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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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체형으로 제작된 교통사고 실험 인형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자동차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에서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자동차 사고를 당할 경우 남성보다 갇힐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플리머스 대학병원 의료진은 2012~2019년 사이 자동차 사고를 당해 영국 내 외상 센터에 입원한 환자 7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충돌 사고 피해자 성비로는 남성이 더 높았으나, 차 안에 갇힌 남성 피해자는 9%였던 반면 여성은 16%에 달했다.
이 연구를 공동으로 이끄는 로렌 윅스 박사는 자동차 충돌 실험에 쓰이는 실험용 인체 모형 인형이 남성의 신체 치수에 맞게 제작된다면서, 즉 여성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여성이 골반을 다칠 가능성이 더 큰데, 골반이 부러지면 스스로 차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키와 몸무게를 고려하더라도 보통 여성의 골반이 남성보다 훨씬 넓기에 실험용 인형은 성인 여성의 체형이기라기보다는 12세 이전 사춘기 소녀에 가깝습니다."
유색인종은 배제된 의학 교과서 및 뇌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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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 세계 의과 대학이 교재로 사용하는 피부병 의학 서적은 오랫동안 유색인종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았다.
흑인인 말론 무퀜드는 이 점이 못마땅했다. 이에 당시 영국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던 무퀜드는 지난 2020년 '마인드 더 갭'('차이, 틈 등을 조심하라'는 의미)이라는 제목의 안내서를 만들어 피부색이 검거나 갈색인 사람에게 발견되는 임상 징후에 관해 설명했다.
무퀜드는 트위터를 통해 "현재 의대 수업은 백인 피부의 특징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나와 다른 이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장차 의료 전문가로서 우리가 이런 차이점을 인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뇌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술은 머리를 땋거나 꼬았거나 머리카락이 굵은 사람들에게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사실상 아프리카계 사람에 대한 차별이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의 '그로버 랩'의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들어 해결책이 제시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최초로 여성 해부학 3D 모델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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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해부학 수업에선 백인 표준 남성의 체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D 컴퓨터 모델을 통해 여성의 신체를 공부한다.
이에 네덜란드의 의학 연구사 '엘스비어'는 올해 4월 최초로 여성 해부학 3D 모델을 출시했다.
이 새로운 여성 해부학 3D 모델을 사용해 가르치는 클레어 스미스 영국 브라이튼 앤 서섹스 의대 해부학 교수는 "예전 해부학 수업은 남성의 신체를 바탕으로 여성이 지닌 차이점을 추가하는 식이었다. 마치 이상한 종류의 부속물인 것처럼 말이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골격은 본질적으로 약간 더 가늘죠. 이러한 복잡하고 미묘한 디테일을 (3D 모델을 통해) 볼 수 있어 놀랍습니다. 남성 골반에 그냥 자궁이 붙어있는 그런 (단순한) 형태가 아닙니다."
야스민이라는 이름의 의대생은 이 새로운 모델이 "큰 차이를 만든다"면서 "왜냐하면 여성은 흔히 의학 교과서가 치부하는 것처럼 '작은 남성'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금과 연구가 부족'한 여성 건강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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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박사는 이처럼 여성 차별적인 과학적 편향의 이유로 "여성 건강 분야에 관한 자금과 연구가 꾸준히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 월경 등 여성의 건강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간과된 분야"라고 말했다.
헌트 박사는 그 근본적 이유로 권력과 돈을 지적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누가 연구 권력을 쥐고 있냐는 것에 대한 문제입니다. 누가 그 일을 할 돈을 쥐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건강 연구에 있어) 누구를 우선 대상으로 하겠습니까?"
국가 및 지역에 따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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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헌트 박사는 몇몇 국가의 과학이 전 세계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좋은 예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들었다.
전 세계 정부는 각기 다른 편익과 비용을 따져야 함에도 일정 기준을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논쟁에서 자주 사용되는 'WEIRD'라는 약어가 있다. 서구(Western)의, 교육 수준이 높고 (Educated), 산업화(Industrialised)됐으며, 부유(Rich)하고, 민주주의(Democratic)를 채택한 국가를 가리킨다.
이들 국가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2% 미만에 불과하지만, 과학 분야 연구진의 무려 80%를 차지한다.
헌트 박사는 "이 WEIRD 국가들이 바로 연구에 투자할 자금이 있고 연구 방향을 주도하는 국가들"이라면서 "이들 국가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무엇이 최우선 연구 과제인지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의 정책은 국민을 특정 표준 모델로 상정하고 결정됩니다. 이러한 표준 건강 모델에 맞는 사람이라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만으로도 괜찮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표준 모델에 벗어난 건강 상태라면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괜찮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밖에 나오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는 권고는 어떤 이들에겐 괜찮을지 모르지만, 집안 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따라서 정부의 모든 권고안, 정책, 결정 등은 다양한 이들을 모두 포괄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건 소수일 뿐 다수는 피해를 볼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공급된 진보된 방식의 mRNA 백신은 초저온 상태에서 운반 및 저장돼야 하는 등 여러 제약 사항이 있었다. 과학을 보다 보편적인 학문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어려운지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헌트 박사는 "백신이 적정 온도에서 잘 보관될 수 있는지, 지역사회까지 무사히 전달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이슈가 있었다. 만약 (이렇게 백신을 초저온으로 생산하고 보관 및 운반하기 힘든) 지역이나 국가에서 백신을 개발했다면 이러한 문제는 이미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민주화'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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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박사는 성별, 인종, 사회적 계급 등 과학에서의 여러 편향을 타파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과학을 민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전문가로 연구진을 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헌트 박사는 "사람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우선시한다. (경험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향은 자연적이기에 강요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들로 연구진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을 민주화"하는 또 다른 방법은 특정한 다양성 요건을 충족해야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건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몇몇 국가의 과학 단체가 이미 이러한 다양성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결과는 "매우 혼재돼 있다"는 게 헌트 박사의 설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에 일관성이 결여돼있으며, 점점 더 일관성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헌트 박사는 과학계에 내재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수십 년, 심지어 수백 년간 과학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모두를 위해 보편적인가요? 아니라면 전반적으로 모두 바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