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한눈에 살펴보는 미국의 총기 문화

사진 출처, Getty Images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면서 총기 소지권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관련 데이터는 미국의 총기 문화와 그 영향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을까?
총기사고는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가 됐다. 1968~2017년 약 150만 명이 총기로 숨졌는데, 이는 1775년 미국 독립전쟁 이후 발생한 미군 전사자 합계를 웃도는 규모다.
2020년 한 해만 놓고 봤을 때는 4만5000명 이상이 총으로 목숨을 잃었다. 자살과 타살 건수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2015년 대비 25%, 2010년에 비해선 43% 증가했다.
미국에서 총기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다. 총기 규제론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무기 소지 권리를 맹렬히 보호하려는 집단과 대립하고 있다.
미국 내 총기 소유자 수
전 세계 개인들이 얼마나 많은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지 계산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스위스의 연구 프로젝트인 '스몰암즈서베이'(Small Arms Survey)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총기는 3억9000만 정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견주어 보면 1인당 총기 소유 비율이 월등히 높다. 100명당 120.5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1년 88정을 보유했을 때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최신 자료는 미국인의 총기 소유 비율이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 '미국 내과 연례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1월~2021년 4월 사이 750만 명이 처음으로 총기 소유자가 됐다. 전체 인구의 3%를 밑도는 규모다.
이는 어린이 500만 명을 포함해 1100만 명이 총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더 노출됐다는 얘기다. 조사 기간 신규 총기 소지자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고, 40%는 흑인 또는 히스패닉계였다.
2021년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가 발표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어린이 총기 부상자가 늘어난 것은 총기 소유자가 증가한 것과 연관이 있다. 어린이 총기 부상자 중엔 어린이가 스스로 사고를 낸 경우도 있다.
유형별 총기 사망 사고 비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4만5222명이 총기 관련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과 총기를 이용한 살인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전체 총기 관련 사망자 가운데 54%에 해당하는 약 2만4300명은 자살한 경우였다.

2016년 '미국 공중 보건 저널'(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실린 한 연구는 총기 소지자가 많은 주(州)일수록, 남녀 모두의 총기 자살 건수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에 더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이와 같은 통계를 근거로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총기 소지 규제를 완화하는 데는 적은 자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국과 비교해 본 미국의 총기 사망 건수
CDC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사망자 중 약 43%인 총 1만9384명이 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2019년에 비해 34%, 10년 전에 비해선 75%나 늘어난 수치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하루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약 53명으로 집계된다.
아울러 살인 사건 중 79%에 총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비율이다.
대규모 총기 사망 사건의 치명도
'총기 난사 사건'(mass shootings)은 국제적 관심을 끌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를 추적하기는 더 어렵다. 미국에선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을 하나로 정의 내리기가 어려워서 그렇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미 연방수사국(FBI)은 "개인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살인이나 살인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행한 경우"를 '총기 난사범에 의한 사건'(active shooter incidents)으로 규정해 피해 규모를 추적해왔다.
FBI에 따르면 2000~2020년 미국에선 '총기 난사범에 의한 사건'이 345건 발생해 1024명 이상이 숨지고 1828명이 다쳤다.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은 5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명이 부상을 입어 최악의 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총기 난사 사건 사망자는 30명 미만에 머문다.
누가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가?
총기 사고의 여파로 광범위한 사회적 공분이 일곤 하지만 여론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하는 응답자 비율은 2014년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응답자의 52%만이 더 엄격한 총기 법을 원한다고 답했고, 35%는 현상 유지를 원했다.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11%를 차지했다.

미국인의 총기 소유 문제에 대한 의견은 보통 지지 정당에 따라 극렬하게 갈린다.
앞서 언급한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는 거의 만장일치로 더 엄격한 총기 규제 법을 지지"했다. 이들 중 91% 가까이가 총기 규제 법 강화에 찬성한 것이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24%만이 엄격한 총기 규제 법에 동의했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지지하지 않는 경우 45%가 엄격한 총기 법을 원했다.

미국 내 일부 주에선 공격용 총기 소유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규제하기도 했다. 주마다 관련 법이 상이하지만 한 예로 캘리포니아주에선 드문 예외 상황이 아니면 공격용 무기를 소유할 수 없다.
반면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총기 규제 방안도 있다. 정신질환자나 "주의" 대상자에게 총기 판매를 규제하는 방안이 그렇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전미총기협회(NRA)는 수년간의 재정 문제와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내 가장 강력한 총기 로비 단체다. NRA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의회의 총기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끼친다.
지난 1월 NRA는 일부 고위직 인사의 사기 사건과 관련해 파산을 신청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NRA는 "수정헌법 2조에 반대하는 활동에 대한 대처, 총기 안전 및 훈련 촉진, 미국 전역의 (총기 관련) 공공 프로그램 발전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NRA와 다른 총기 이익단체들은 선거철마다 총기 소지 옹호 메시지를 내보내는 데 꾸준히 돈을 써왔다. 이들의 로비 금액은 총기 규제 단체의 자금을 항상 웃돌았다.

총기 소지 자격에 대한 대부분의 규제를 철폐한 주도 다수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6월,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주민들이 면허나 훈련 없이도 권총을 소지하는 "무허가 총기 휴대 법안"에 서명했다.
비슷한 예로 조지아주를 들 수 있다. 지난 4월 12일 이곳은 미국에서 총기 휴대와 공개적인 사용을 전면 자유화한 25번째 주가 됐다. 즉 조지아주에선 누구나 면허나 허가 없이 총을 소지할 권리가 있게 된 것이다.
NRA의 지도부는 조지아주의 총기 소지법 실행을 지지하며 "수정헌법 2조를 위한 기념비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수정헌법 2조에 따라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기 사용을 권리로 여기는 전통적 인식이 있다.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를 지닌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미국 국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