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총기난사: 반복되는 교내 총격 사고는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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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교내 총격 사건은 우울하지만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의 분노가 사그라진 이후에도 예전의 일상을 되찾는 건 쉽지 않다.
24일(현지시간) 18세 청년 샐버도어 라모스가 텍사스주의 롭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사망했다. 롭초등학교는 7~10세 사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다.
당시 총격범 라모스는 권총과 자동소총, 고용량 탄창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로 학교 안을 휘젓고 다니다 결국 현장 근처에 있던 국경수비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비록 총격범은 사망했지만, 이러한 총격 사건은 미국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새화된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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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당연하게도 학교 보호 조치를 외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번 텍사스주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이번 주 교내 경찰 배치가 강화될 것이라는 몇몇 지역의 발표가 있었다.
과거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 (1999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2007년),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2012년), 마조리스톤맨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2018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합쳐 88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 참혹한 교내 총격 사건이다.
미국 내 학교 총기 사건의 전문가인 셰릴 르로 존슨은 "각각의 주요 학교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학교의 안전 조치를 강화하라는 요구와 함께 자녀가 또 다른 콜럼바인 고교 사건, 버지니아 공대 사건, 샌디 훅 초교 사건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확신을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범죄 전문 저널 '빅텀&오펜더'의 기고문을 통해 존슨은 그 결과 금속탐지기, 엑스레이 장비, 총을 소지한 경비원과 교직원 등이 교내 "흔한"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매우 충격적인'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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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의 학교들은 총격범 대비에 익숙해졌다.
즉 학교들이 위협 평가 실시, 비상 대응 계획 수립, 늘 대기 중인 위기 관리팀, 언제나 실시할 수 있는 총격범 대응 훈련 등을 점점 더 많이 진행하고 있다는 게 존슨의 설명이다.
이중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바로 총격범 대응 훈련이다. 총기 폭력 관련 교육을 돕는 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초등학교의 95% 이상이 총격범 대응 훈련을 시행한다.
가장 강도가 높은 몇몇 훈련 예시를 살펴보면, 복면을 쓴 괴한이 가짜 총을 들고 학생들을 향해 난사하며, 이때 학생들은 가짜 피에 덮여 희생자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에브리타운'은 2020년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훈련의 효과를 뒷받침할 "연구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증거는 이러한 총격범 대응 훈련이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가리킨다.
해당 보고서는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이러한 훈련 도중 혼자 화장실에 갇히게 됐는데, 이후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해 1년간 치료받았다"는 한 학부모의 말을 인용했다.
"새로운 곳으로 전학 갔지만 여전히 아이는 양호실 내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훈련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인디애나주의 한 학교는 총격범 대응 훈련으로 학생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했으며, 교사들에겐 "타박상을 남기고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 학교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교사들은 마치 처형되는 자세로 가짜 총에 맞았다.
'학교 위기와 사별을 위한 국립 센터(NCSCB)'의 데이비드 숀펠드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훈련이 교직원이나 경찰과 같은 성인을 위한 것이다. 이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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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피로 뒤덮인 바닥에서 아이들에게 마치 실제 상황의 피해자처럼 자세를 취하라는 상황은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숀펠드는 "이러한 대응 훈련으로 아이들이 실제 상황에서 자신들 혹은 누군가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지 걱정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총기 사건 생존자들에겐 더 큰 트라우마가 될 뿐입니다."
학교 담장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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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몇몇 연구에 따르면 교내 총격 사건은 생존자의 정신 건강 및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학교를 벗어나서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사건을 겪지 않은 학교의 아이들보다 만성적으로 결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를 끝까지 졸업할 가능성과, 살면서 직업을 가질 가능성 또한 적다.
아울러 총기 사건의 영향은 비단 학교 담장 안에 머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총격 사건으로 해당 지역을 떠나는 가족들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영향도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학교 총기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20세 미만 청년들의 항우울제 사용이 21%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야 로신-슬레이터 스탠포드 경제정책연구소 교수는 총기 난사 사건이 "너무 자주 일어나면서 우리가 둔감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존자들은 아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게 미국에서의 삶이니까요. 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로신-슬레이터 교수는 "교내 총격 사건이라고 하면, 죽거나 다친 사람 혹은 그들의 가족을 중심으로만 수치화한다. 하지만 교내 총격 사건에 노출된 후 살아남은 학생은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총기 난사 세대'
교육 멀티플랫폼 전문 그룹 '에듀케이션위크'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교내 총격 사건은 올해만 27건에 이른다.
최소 67명이 죽거나 다쳤다.
'에듀케이션위크'가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최소 1명이 숨지거나 다친 교내 총격 사건은 119건에 달했다.
존슨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총기 난사 세대"라는 불행한 꼬리표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여전히 총기 소지에 호의적인 가운데, 되풀이되는 총기 사건은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 여론을 크게 흔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텍사스 총기 난사범이 "아이들의 미래를 훔쳤다"며 몇몇 의원들이 "생명을 구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반대하면서도 총격 사건마다 빈말을" 내놓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화당 출신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악행이며 대량 살상"이라고 평했으나, 총기 규제 정책은 이러한 사건을 막지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