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그녀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는 누구?

2004년 공개석상에서 포착된 푸틴 대통령과 알리나 카바예바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2004년 공개석상에서 포착된 푸틴 대통령과 알리나 카바예바
    • 기자, 톰 풀
    • 기자, BBC News

유럽연합(EU)이 이미 전례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이자 언론사 회장이며 전직 올림픽 리듬 체조 선수인 알리나 카바예바를 겨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소문이 맞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이자 푸틴 자녀의 어머니를 겨냥하는 셈이기도 하다.

EU와 다른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로 혜택을 누려온 최측근을 처벌하기 위해 고안됐다.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정부와 당의 지원을 받고 거대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oligarchs)와 정치인들, 그리고 정부 관료들이 그 대상이다.

지난달 미국과 영국은 푸틴 대통령의 두 딸인 마리아 보론초바(36세)와 카타리나 티코노바(35세)에게 각각 제재를 가했다. 그들은 푸틴과 전 부인 류드밀라의 자녀다.

카바예바는 푸틴과의 연인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재의 망을 피해왔다. 하지만 곧 무언가가 닥칠 것이라고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3월엔 그를 스위스에 있는 그의 자택에서 추방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이 있었다.

BBC가 취재 결과, 그는 EU의 최신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바예바는 러시아의 선전 선동을 전파하고 푸틴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라갔다. 해당 제재의 초안은 그를 푸틴 대통령의 배우자로 적시하진 않았다. 아울러 EU가 아직 공식적으로 새 제재안에 서명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 지도자들의 사생활은 항상 극도의 기밀이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사적인 질문을 받으면 넘겨버리곤 했다. 하지만 카바예바와의 관계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부인한 바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리듬체조 금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카바예바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리듬체조 금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카바예바

2008년 러시아 신문사 모스코프스키 코레스폰덴트(Moskovsky Korrespondent)는 푸틴 대통령이 아내 류드밀라와 이혼을 준비 중이며 카바예바와 결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양측은 이를 부인했고 얼마 안 돼 러시아 당국은 이 신문사를 폐간시켰다. 그로부터 5년 후 푸틴과 류드밀라는 결별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카바예바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을 당시, 카바예바는 성공적인 체육인에서 정치인으로 커리어를 전환하고 있었다.

리듬체조 선수였던 그는 한때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리듬체조 기술 중 그의 이름을 딴 것이 있고, 그는 최고의 팀을 이끄는 선두 선수였다. 러시아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올림픽 리듬체조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1983년생인 그는 4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했다. 이리나 비녜르 코치는 "카바예바를 처음 봤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소녀는 리듬체조에서 중요하지만 둘 다 갖추기 어려운 덕목인 유연성과 민첩성을 다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 뒤 카바예바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연한 여성"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1996년엔 국제무대에서 데뷔하고 2년 뒤엔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깜짝 우승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그답지 않은, 후프를 장외로 날리는 실수를 범하면서 전체 종목에서 동메달을 겨우 건지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4년 후 그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선보이며 고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카바예바는 스포츠계에서 은퇴한 뒤 정계와 언론계에 진출한다

사진 출처, Visual China Group

사진 설명, 카바예바는 스포츠계에서 은퇴한 뒤 정계와 언론계에 진출한다

은퇴할 때까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선 메달 18개를, 유럽 선수권 대회에선 메달 25개를 따는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여타 러시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도핑 파문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2001년 대회에선 금지 약물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이 무효 처리되기도 했다.

그런 뒤 정계로 발길을 옮긴 카바예바. 그는 2007년부터 7년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2014년에는 거의 모든 주요 러시아 국영 언론사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내셔널 미디어 그룹의 회장직에 선임된다.

이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친정부 성향의 보도를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스스로 도시를 폭격하고 있고 러시아 군을 해방군으로 묘사하는 식이다.

카바예나는 지위로 부를 일궜다. 유출 문서에 따르면, 그는 연간 약 1200만달러(약 152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와 푸틴의 첫만남이 언제였는진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유명 올림픽 선수를 만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푸틴 대통령이 그에게 최고의 국가 영예인 우정 훈장을 수여했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다.

2001년 푸틴 대통령과 카바예바

사진 출처, AFP

둘 사이 자녀가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몇 명인지에 대해선 보도가 엇갈린다.

스위스의 한 신문은 카바예바가 루가노 호수 인근의 한 전용 클리닉에서 2015년과 2019년에 아들을 한 명씩 낳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즈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카바예바가 2019년 모스크바에서 쌍둥이를 낳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에게 몇 명의 자녀가 있는지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보도 내용을 부인한다. 2015년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아빠라고 하는 아기에 대한 보도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도 전처와의 관계에서 딸 둘이 있다고만 할 뿐, 이들의 이름도 언급할 적이 없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성격이다. 그런 만큼 그의 또 다른 자녀에 대한 추측은 이어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나온 이후 카바예바는 세간의 주목에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2011년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의 고가 금색 드레스를 입고 보그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다.

최근에는 지난 4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니어 체조 축제에 나타나 은둔 중이라는 세상의 추측을 깨버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노력을 칭찬했다. 일부 언론 매체들은 그가 결혼반지를 낀 것에 주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이런 제재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너무 개인적인 공격"으로 간주해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카바예바에 대한 제제가 아예 논외 대상인 것은 아닐 수 있다. 지난 4월 백악관 대변인은 카바예바가 왜 미국의 최근 대 러시아 제재 명단에서 빠졌는지에 대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동영상 설명, 우크라이나: 러시아군에 '필사 항전' 벌이는 작은 마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