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장애가 심해서’ 패럴림픽 출전을 거부당했던 스노우보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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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헤리엇 오렐
- 기자, BBC 월드서비스
"장애가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동계 패럴림픽 출전을 거부당했던 장애인 스노우보더 2명이 패럴림픽 출전을 위한 전례 없는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다.
세실 에르난데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출전 불가는) 매우 불공평한 일이었다"며 "우리는 베이징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랫동안 꿈꿔왔고, 이제 현실이 됐어요."
"우리는 법정에서 전투를 벌였습니다. 이제 눈 위에서 금메달을 위한 진정한 싸움을 할 때입니다."
프랑스의 에르난데스와 브레나 허커비는 오랜 라이벌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애 상태에 맞는 경기가 폐지된 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를 상대로 올해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IPC는 해당 종목에 출전할 여성 선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들이 속한 장애 수준의 경기를 없앴다. 그래서 에르난데스와 허커비는 장애 수준이 덜한 여성 혹은 자신들과 장애 수준이 비슷한 남성 경기에 출전하기를 원했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승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장애인 스노우보드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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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IPC는 동의하지 않는다.
앤드류 파슨스 IPC 회장은 이번 법원의 결정에 대해 "매우 놀랍고 실망스럽다"며 "패럴림픽 종목 분류 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법원의 서면 결정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세계 장애인 스노우보드의 규정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장애등급에 맞지 않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유를 막론하고 이 규정을 일축하고 2022년 베이징 패럴림픽 출전 자격 기준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초기 판결 결과가 나오자 허커비는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반면 에르난데스는 이번 판결이 번복되지 않으리라고 자신하면서도, 베이징에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IPC 측에서는 이번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그런 태도는 우스운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규칙에만 집착한다면, 스포츠가 망가질 겁니다."
"우리 정도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 스노우보더는 매우 적어요. 장애 수준에 따른 카테고리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의 문제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뛰고 있는 스포츠를 보호하고 올림픽에서 이 종목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IPC는 왜 해당 등급 경기를 왜 없앴나?
패럴림픽 종목은 선수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장애의 심각성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눈다.
이들이 출전했던 LL1 카테고리는 "한 쪽 다리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선수를 위한 것이다. 반면 LL2은 "하나 또는 두 다리에 장애가 있지만 활동에 제약이 적은" 선수를 위한 카테고리다.
올해 동계 패럴림픽에서는 메달 종목마다 최소 6명의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LL1 여성 종목에는 출전 선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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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커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에 우리보다는 장애가 덜 심각한 선수들이 출전해서 상대적으로 우리가 불리한 LL2에 출전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것도 괜찮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IPC는 '장애가 더 심각하다'는 이유로, 우리를 우리보다 장애가 심각하지 않은 이들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상한 결정이었어요. 그래서 거의 1년에 걸쳐 경기에 출전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싸웠던 거죠."
전직 체조선수였던 허커비는 14살 때 암으로 다리를 잃었다. 이후 재활 스키 여행을 떠났다가 동계 스포츠에 매료됐고, 평균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스노우보드 선수 생활을 선택했다.
그녀는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LL1 타이틀을 방어를 위해선, 2026년 밀라노 동계 패럴림픽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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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스노우보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두 개의 LL1 경기가 열렸다. 이 때 에르난데스와 허커비는 금메달을 하나씩 나눠가졌다. 한 명이 우승할 때 다른 한 명은 2위를 차지하는 식으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에르난데스는 "경기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항상 브레나에게 '네가 평창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내가 베이징에서 복수하겠다'고 말해왔어요."
"우리는 일상 속의 친구가 아닙니다. 눈 위의 경쟁자이자 라이벌이죠. 베이징 패럴림픽 출전을 위한 싸움에서는 정말로 의기투합했어요."
에르난데스는 스노우보드가 처음 정식 종목이 된 2014년 소치 패럴림픽부터 대회에 참가해왔다.
올해 마흔일곱 살인 그녀는 2002년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고 BMX에서 스노보드로 전환했다. 다발성 경화증은 그녀의 근력을 약화시켰고, 이로 인해 그녀는 LL1 카테고리에 출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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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출전에 대한 독일 법원의 판결이 있던 날 허커비와 에르난데스는 세계선수권 예선을 치렀다. 당시 두 선수의 기록은 LL2 카테고리에서 나온 최고 기록보다도 빨랐다.
두 사람의 변호사이자 독일 스포츠법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바이스케만은 허커비와 에르난데스의 기록과 수상 경력을 활용해 이들이 LL2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테고리는 약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브레나와 세실을 배제하는 것은 더 강한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헌법은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그들을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한, (장애가 심하다고 장애가 덜한 종목에 출전을 금지하는) 이런 결정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스포츠의 포용 정신을 위한 패럴림픽 운동과 미래를 위한 선도적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라서 열심히 싸웠어요'
12개국에서 온 스노우보더들, 수많은 과거의 챔피언들과 잠재적인 메달 경쟁자들도 두 선수가 남자 LL1이나 여자 LL2 카테고리 경기에 출전하게 해달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 탄원은 스포츠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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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IPC는 "장애인 스포츠 대회의 절정인 패럴림픽의 특성상 모든 스포츠 등급과 종목이 다 열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파슨스 IPC 회장은 "기회를 얻지 못해서 실망하는 선수들은 항상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르난데스는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브레나와 나는 우리가 눈 속에서 라이벌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왔고 힘을 합쳐 올바른 것을 위해 싸웠다"며 "그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그것을 위해 투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