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수신료, 2년간 '동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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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 도리스 영국 문화부 장관이 영국 공영방송 BBC의 수신료를 2년간 159파운드(약 25만8000원)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동결이 끝나면 4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도리스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가정에 부담을 가중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이로 인해 (BBC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으며 수신료 납부자에게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BC 수신료는 BBC TV, 라디오, 홈페이지, 팟캐스트, 자체 콘텐츠 제공 플랫폼인 아이플레이어, 앱 등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불하는 금액이다.
BBC 수신료 제도는 왕실 칙서에 따라 2027년 12월 31일까지 보장된다. 칙서에는 BBC의 자금 조달 방식과 목적이 명시돼 있다.
도리스 장관은 "BBC는 국민이 재정난에 빠졌을 때 돕고, 절약하고 효율화하며, 수조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시청자와 청취자, 이용자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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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 사장과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은 공동 성명에서 "(수신료 동결은) BBC가 물가 인상분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수신료 납부자뿐만 아니라 BBC에 의존하며 영국 전역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문화산업계에도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영국 내 BBC 수입이 이미 10년 전보다 실질적으로 30%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우리는 야심찬 개혁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며 "영국 전역에 더 많은 제작물을 선보이고, 미래에 대비해 조직을 디지털 전환하고, 독특하고 공정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문화미디어체육부(DCMS)는 BBC의 2022년 수신료 수입이 37억파운드(약 6조121억원)이며 조정 기간 동안 230억파운드(37조3722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CMS는 BBC가 매년 정부로부터 9000만파운드(약 1462억원) 이상의 BBC 월드 서비스 보조금을 받는다고도 덧붙였다.
도리스 장관은 웨일스어 방송국인 S4C에는 디지털 서비스 개발을 위해 연간 추가 750만파운드(약 122억원)가 배정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젊은 시청자들을 포함한 웨일스어 사용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장관은 지난 주말 트위터에 BBC 수신료 관련 발표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훌륭한 영국 콘텐츠" 제작비를 충당하고 판매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논의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수신료를 내지 못하는) 노인들이 징역형을 두려워하고 집행관이 문을 두드리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수신료 동결 발표 이후 도리스 장관은 적절한 때에 BBC의 장기적인 자금 모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리스 장관은 지난 17일 스트리밍 서비스의 엄청난 인기에 큰 영향을 받아 변화하고 있는 방송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의회에 "BBC는 오늘날 방송업계가 처한 어려움에 잘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에게는 5~6년의 시간이 있고, 이는 미래의 자금 조달 모델을 구상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2027/2028 회기가 시작할 때 우리 (하원 의원 중) 상당수는 이 자리에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6년 뒤의 일이니까요."
미래를 위한 자금 조달
린지 호일 하원의장은 도리스 장관이 17일 의회에서 발언하기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수신료 관련 발표를 한 사실을 질책했다.
호일 하원의장은 "모든 실질적인 정책 개발 사항은 언론에 발표하기 전 하원에 먼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도리스 장관은 이에 대해 "사과한다"며 "어제와 오늘 모든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에서 트위터에 글을 남긴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2028년에도 각 가정이 하나의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1922년 도입된 오래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저는 그 누구도 오늘날 디지털 환경이나 젊은 사람들의 디지털 습관이 어떤 모습일지 예상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미래 자금 조달 모델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BBC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 어떤 자금 모델이 필요할지" 되물었다.

줄리언 나이트 DCMS 위원회 위원장은 도리스 장관의 발언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BBC가 "영국 문화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영국의 우수한 방송 환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들을 위해 BBC를 지키려면 "정부가 현재 광대역 커버리지 수준을 고려해 미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며 "구독 모델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수신료를 대체할 자금 조달 수단은 BBC가 전 세계적으로도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BBC 수뇌부와 정부는 향후 자금 조달 문제를 놓고 오랜 협상을 벌여왔다. 수신료 동결안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논의했다.
수신료는 정부가 결정한다. 2016년 정부는 2017년 4월부터 5년 동안 수신료를 물가 상승에 맞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당 예비내각 문화부 장관인 루시 파월 의원은 총리와 도리스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보수당이) BBC의 저널리즘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이 훌륭한 영국 언론 기관을 공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문화 대변인 제이미 스톤은 수신료 동결은 "20억파운드(약 3조2508억원)에 달하는 돈을 슬쩍 삭감하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무모한 이념 전쟁을 그만두고 BBC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된 도리스 장관은 앞서 BBC가 존속돼야 하지만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같은 경쟁자와 맞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리스 장관은 지난 10월 보수당 컨퍼런스에서 방송 진행자가 "집단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영국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