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굿즈: 텀블러·리유저블컵은 '친환경'일까?

28일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지점의 광경. 점심 시간이 끝났지만 음료 주문이 이어졌다. 주문 고객을 기다리는 쌓여 있는 스타벅스 음료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28일 서울 중구의 한 스타벅스 지점의 광경. 점심 시간이 끝났지만 음료 주문이 이어졌다. 주문 고객을 기다리는 쌓여 있는 스타벅스 음료들

지난달 28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진행한 '리유저블컵 이벤트'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다회용 컵에 담아주는 행사에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기획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인 잃은 음료...전량 폐기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돼 개인 소장용으로뿐 아니라 재테크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이날만 구할 수 있었던 한정판 이벤트는 '리유저블 컵 대란'으로 이어졌다.

일부 지점에서는 1~2시간 이상의 대기 줄이 생기는 광경이 연출됐다.

스타벅스 비대면 주문방식인 사이렌오더 애플리케이션에는 7600여 명의 동시 접속자가 몰리면서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점심시간에 커피를 주문한 직장인 등은 음료를 기다리다 가져가지 못한 상황도 생겨났다.

사이렌오더 주문은 앱상에서는 취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매장에선 찾아가지 못한 음료와 다회용 컵 수십 잔이 전량 폐기됐다.

아울러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 역시 과도한 마케팅에 불만을 품으며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일부 직원들은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오는 6일부터 트럭 시위를 기획하고 있다.

다회용 컵=친환경?

이로 인해 리유저블컵 행사가 '그린워싱(greenwashing)'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친환경으로 과장하거나 속이는 기업 마케팅을 이르는 말이다.

다회용 컵 소재는 일회용 포장재나 배달 용기로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일반 플라스틱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품의 소재와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폴리프로필렌 컵 역시 제작과 폐기 과정에서 페트병 소재 일회용 컵과 똑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지만 일회용 컵보다 더 단단하고 두껍게 만들다 보니 배출 양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인증샷들

사진 출처, Instagram

사진 설명,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스타벅스 리유저블컵 인증샷들

이번 다회용 컵과 뚜껑, 빨대를 합한 무게는 약 49g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약 14g보다 약 3.5배 무겁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비례해서 증가한다.

즉, 한두 번 쓰고 버리면 차라리 일회용 컵이 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은 엄격한 의미에서 친환경 제품은 아니다.

지난 2019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0mL 용량의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카페에서 주로 쓰는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았다.

결국 다회용 컵이 '친환경'이 되려면 사용횟수가 중요하다.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는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의미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린워싱'

일부 환경단체는 이번 행사와는 별개로 스타벅스가 계절이 바뀌거나 기념일마다 새로운 MD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스타벅스는 코로나 감염 방지 등을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는 개인 텀블러에 음료 제공을 금지해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린 워싱' 마케팅은 즉각 중단하고 실제적인 탄소 감축과 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경영을 펼쳐달라"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이런 목소리를 의식한 탓인지 스타벅스는 지난달 28일 이벤트 리유저블 컵 증정 이벤트 이후 개인 텀블러 사용을 허용하기로 내부지침을 변경했다. 기존 방침을 고수하게 되면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지 못하게 돼 지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및 포장용기 사용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코로나19 이후 배달 및 포장용기 사용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천혜정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진정한 '친환경'에 대해 제대로 된 고민을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봤다.

그는 "이 브랜드가 워낙 한국에서 인기가 있고 50주년 텀블러라는 의미도 있고, 실제로 텀블러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평소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 텀블러 사용을 실천하는 소비자는 이런 행사에 몰릴 것 같진 않다"고 BBC코리아에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를 기획한 스타벅스 역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 행사를 기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린워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스타벅스의 평소 경영 관행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양비론 같지만 환경 문제는 결국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