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 챌린지: 내가 냄비 들고 가서 주꾸미를 포장해온 이유

사진 출처, 홍소영
- 기자, 윤인경
- 기자, BBC 코리아
“족발 하나를 시켜 먹었는데 싱크대에 쓰레기가 잔뜩 쌓이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이렇게 다 쓰면 그 쓰레기가 얼마나 될까? 상상할 수가 없더라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배달 음식 소비가 급증하면서 일회용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대학생인 홍소영 씨는 이런 쓰레기를 줄이고자 ‘용기내 챌린지'를 본격적으로 실천하게 됐다.
‘용기내 챌린지’란 말 그대로 용기를 내미는 활동이다. 마트나 음식점에 직접 빈 용기를 가져가서 음식이나 식자재를 담아오는 일로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실천 방법의 하나다.
용기내서 용기 냈다
용기(容器)를 내는 것도 용기(勇氣)가 필요한 일이다. 불편 또한 감수해야 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 등에서 ‘용기를 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용기내', ‘#용기내챌린지', ‘용기내서_용기내세요' 등이 달린 게시물이 2만여 개가 넘는다.
유튜브에서 ‘용기낸 대학생1’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운영 중인 홍 씨는 떡볶이 피자부터 초밥과 케이크까지 여러 음식, 다양한 곳에서 용기를 내밀었다. 그는 사람들이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의 경험상 사장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홍 씨는 단순 거절보다는 가게에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용기를 내밀 때마다 이 일의 취지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 이런 활동이 지금은 비주류의 문화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요즘 용기를 가져오면 ‘뉴스에서 봤어요’ 혹은 ‘이거 어디 신문에서 봤어요’ 하면서 호응해주세요. ‘이렇게 용기를 가져오는 학생은 처음이다’라고 하면서 기특하게 생각해 주시기도 하고요.”
제로웨이스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었다. 녹색연합은 2020년 음식 배달 서비스에 따른 플라스틱 배달 용기 쓰레기가 하루 830만 개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통계청은 배달음식 주문 거래액은 2019년 9조7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7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6% 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플라스틱 폐기량도 함께 증가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선별처리시설에서 처리한 플라스틱 폐기물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개인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방법은 쓰레기를 덜 배출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News1
홍 씨가 유튜브에 올린 첫 영상은 일주일 동안 그가 발생시킨 쓰레기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일상의 어느 부분에서 쓰레기가 발생하는지를 관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분에서 상당량의 쓰레기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뭘 사 먹었는데 쓰레기가 나오고, 필요한 물건을 살 때도 과대포장으로 불필요한 쓰레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정말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자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실천하는 과정이 ‘제로웨이스트'라고 말했다.
“사실 저도 사람이어서 배달도 가끔 시켜 먹어요. 다른 일로 밖에 나갔다가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포장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바꿀 수 없는 부분도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
홍 씨는 조리된 음식을 포장하는 것보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용기를 내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포장을 마친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소비자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홍 씨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2019년 그린피스가 소비자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7.4%는 '제품 구매 시 플라스틱 포장이 과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68.6%는 '대안 모델로 운영하는 마트가 있다면 구매처를 바꿀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 쓰레기를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부터 모든 업종에서 비닐봉지와 쇼핑백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가 2025년까지 사용하는 비닐 및 플라스틱을 5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에선 포장재 없이 물건을 사는 것이 수월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도 일회용 비닐 사용 문제는 존재한다.
지난 2019년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지만, 전통시장과 소규모 점포는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비닐봉지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 6일 망원시장은 전통시장 최초로 상인들이 뜻을 모아 친환경시장을 선언하고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망원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이복수 씨는 찾아온 손님마다 담아갈 용기나 봉투를 가져왔는지 묻는다.
그는 16년 전부터 손님들에게 용기를 가져올 것을 권하고 있다. 다회용 용기와 봉투를 가져오는 단골 손님들의 사진이 가게 한쪽 벽면에 가득 붙어있다.
그는 비닐봉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씨는 “대형마트에서도 비닐봉지 사용 금지하는 거 처음에는 다 반발했다”라면서 “하지만 이제는 다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오는 손님들 아무리 설득시키고 설명을 해도 한계가 있어요. 일부는 관심을 두지만 대부분 싫은 소리 듣는 거 안 좋아하니까요. 쓰레기를 처음부터 줄일 방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 위에서 해야죠. 우리 모두를 위해서 바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