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헬기 '인저뉴어티'… 지구 밖 첫 동력 비행에 성공
- 기자, 조나선 아모스
- 기자, BBC 과학전문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가 19일 화성 하늘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무인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의 비행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인류가 만든 동력 비행기가 지구 밖 천체에서 비행한 것은 처음이다.
NASA는 19일 인저뉴어티의 첫 비행 성공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과 자료를 수신했다.
NASA는 앞으로 더 많은 비행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어떻게 화성에서 인저뉴어티를 더 높게, 또 더 멀리 갈 수 있게 할 것인지를 연구할 것으로 보인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18일 나사의 화성 탐사 로봇인 '퍼서비어런스(Perserverance)'의 배 밑에 붙어 화성의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 도착했다.
NASA의 인저뉴어티 책임자인 미미 아웅 박사는 "이제 우리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동력 비행체를 날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화성에서 라이트 형제의 순간을 재탄생시킬 수 있을까? 우린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이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순간이 왔습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지구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사용된 플라이어 1호기의 조각이 인저뉴어티에 부착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NASA/JPL-CALTECH

사진 출처, NASA/JPL-CALTECH
화성에서 보낸 비행 영상이 도착하자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들은 환호했다. 이에 아웅 박사는 기쁨에 비행 실패 시 낭독하려고 준비한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시험비행은 이륙 후 약 3m 높이까지 상승해 96도 돌았다가 정지비행을 하고 착륙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약 40초간 비행했다.
화성 대기에서 헬기를 띄우는 일은 쉽지 않다. 화성 대기 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헬기는 날개 주변으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가야 공중으로 기체를 띄울 수 있는 양력을 만드는데, 화성 대기에서는 공기 힘으로 양력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이에 NASA 과학자들은 인저뉴어티를 매우 가볍게 만들고, 날개의 회전 속도를 높여 한계를 극복했다. 인저뉴어티의 날개는 이번 비행에서 1분에 2500번씩 회전했다.
이번 비행은 자율비행으로 이뤄졌다. 지구와 화성 간 거리는 현재 3억㎞가 조금 안 된다. 화성에서 지구로 전파가 오는 데 5분에서 20분 사이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시간 조종은 불가하다.
아웅 박사는 이번 비행 성공에 놀랐냐는 BBC의 질문에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공식을 잘 세웠고 지구에서 시범 모델을 가지고 사전비행을 했을 때도 모든 것이 다 딱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인저뉴어티를 설계할 때 우주와 화성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적절한 재료를 사용했는지 였습니다."
인저뉴어티에는 지상을 관측하는 항법용 흑백 카메라와 공중을 촬영하는 고화질의 컬러 카메라, 이렇게 두 대의 카메라가 장착돼있다.
화성에 있는 탐사 로봇인 퍼서비어런스 또한 약 65m 떨어진 곳에서 인저뉴어티의 비행을 촬영했다.

사진 출처, Nasa
NASA는 인저뉴어티가 화성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을 기념해 헬기가 뜨고 내린 화성의 지표면에 '라이트 형제 필드'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발표했다.
유엔(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인저뉴어티에 'IGY'라는 공식 비행체 코드를 부여했다.
NASA는 앞으로 2주 동안 인저뉴어티의 고도와 거리를 차츰 늘리면서 4차례 더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22일 2차 비행을 시도한다.
하버드 그립 인저뉴어티 비행 책임자는 "오는 며칠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헬기가 더 높이,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갈 수 있을지 그 능력을 향상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이 성공하면서 지구 밖 행성 탐사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됐다. 그동안 NASA는 로버 등 지상을 이동하는 방식의 탐사차를 이용했다. 따라서 지형적 제약이 심했고, 여러 지점을 탐사하는 것도 어려웠다.
헬기는 로버보다 더 빠를 뿐 아니라 지형적 제약을 받지 않고 화성을 관측할 수 있다. 헬기로 행성을 둘러본 후, 로버의 착륙지를 정할 수도 있고, 나중에 인간이 화성에 갈 때도 미리 활동 위치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클 왓킨스 JPL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인저뉴어티팀이 이룬 것은 우리에게 '3차원'을 제공했다"며 "그들은 행성 탐사에서 우리를 표면으로부터 영원히 해방했다"고 평가했다.
"이 일은 우리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 그 자체입니다."
밥 발라람 인저뉴어티 수석엔지니어는 이미 더 큰 화성 탐사 드론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약 4.5kg의 과학 장비를 실을 수 있는 25~30kg 정도 무게의 운송 수단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NASA는 토성 최대의 위성인 '타이탄'에 소형 무인 탐사선을 보내는 미션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허가했다. 드래곤플라이는 2030년 중반에 타이탄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다. 타이탄은 대기 밀도가 높아 화성보다 드론이 비행하기 더 좋은 환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