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소고기를 가리는 '와규 올림픽'

와규

사진 출처, Ivan/Getty Images

사진 설명, 와규 올림픽 우승은 일본 축산업자들에게 큰 명예로 여겨진다
    • 기자, 폴 파인스타인
    • 기자, BBC 트래블

우승은 5년마다 열리는 '와규 올림픽(젠쿄)'의 한 부분일 뿐이다. 젠쿄는 일본의 "이키가이(살아가는 보람)" 문화가 깃든 것으로, 궁극의 쇠고기를 향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웨스트민스터 도그 쇼'를 연상시키는 동물 경연이 있다. 하지만 도그 쇼와 달리 일본의 경연은 먹거리를 두고 겨룬다. 최고의 쇠고기를 찾는 경연이고, 우승작을 키운 축산업자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및 정육점에 자신의 쇠고기를 최고가로 판매할 기회를 얻는다.

이게 바로 우수한 품질의 쇠고기를 찾는 일본의 와규 올림픽이다. 하지만 순위를 가리는 것은 이 행사가 가진 의미의 일부일 뿐이다.

와규 올림픽(공식적으로 젠쿄)은 1996년 시작됐다. 양질의 소를 기르게 하고 관광을 장려하는 한편 와규 쇠고기를 홍보하겠다는 목적이었다. 행사는 5년마다 열리는데, 우승한 쇠고기에는 세계 최고의 쇠고기라는 수식이 붙는다.

와규 올림픽은 크게 두 가지 분야를 겨룬다: 크기와 비율, 다른 외적 기준에 따라 소를 평가하는 품종 개선이 하나이고, 쇠고기의 지방 품질과 함량을 따지는 육류 품질이 다른 하나다.

경쟁이 끝나면 최고로 뽑힌 품종과 쇠고기는 경매를 통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입찰자에게 팔린다. 때론 그 쇠고기 가격이 7만2000유로가 넘기도 한다. 우리가 식당 메뉴판에서 와규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와규 올림픽에는 항상 주제가 있다. 올해는 와규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주제를 채택했는데, 대략 "지역 와규가 가진 저력에 주목하자"는 내용이다. 10월 6일에 시작돼 10일까지 열리는 올해 대회엔 41개 현에서 최고 품종의 소와 쇠고기를 출품했다. 그리고 이 기간 올림픽을 찾는 관광객은 약 5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 소

사진 출처, National Competitive Exhibition of Wagyu

사진 설명, 와규 올림픽은 소의 외형적 아름다움과 품종, 여러 특징을 평가한다

행사에선 품종 소와 육우가 짝을 이뤄 퍼레이드를 펼친다. 그리고 (슬프지만) 좋은 쇠고기인지 확인하기 위한 도살식도 열린다. 하지만 승부는 이 행사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일본의 이키가이 문화가 깃든 행사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은 사진작가이자 책 '스시 장인'의 저자인 안드레아 파자리는 "이키가이는 심오한 목적의식"이라며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각자의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라고 말했다.

"'이키'는 '삶'을 의미하고 '가이'는 '가치'를 말합니다. 어떤 분야의 장인이라면, 그가 매일 하는 일은 자신에게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나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하죠."

일본은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의 장인 및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쌀 재배 장인이나 라쿠 찻잔 장인은 물론,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의 주인공 등 각처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장인을 만날 수 있다.

최고의 와규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축산업자들 덕분이다. 그리고 와규 올림픽은 그들이 인생의 업적을 함께 나눌 기회가 되고 있다.

와규 쇠고기

사진 출처, vichie81/Getty Images

사진 설명, 와규 쇠고기의 부드러운 지방은 다른 쇠고기의 지방보다 육질에서 쉽게 흘러나온다

기술적으로 말하면, "와규"는 단순히 일본 소를 말한다. 쇠고기 특유의 마블링을 만들어주는 근육조직 내 지방 생산 능력 때문에 선택적으로 길러졌다. 마블링이란 스테이크 안쪽에 보이는 하얀 선(가장자리의 지방 덩어리와 다르다)을 말한다.

책 '스테이크: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쇠고기를 찾아서'의 저자인 마크 샤츠커는 "근육 안에 있는 지방은 몸에 축적된 최후의 지방이자 만들기도 어려운 지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수준 높은 마블링을 얻기 위해 일본의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건초와 섞은 보리처럼 차가운 사료를 먹여 장기적으로 칼로리를 낮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키워진 소는 천천히 무게가 늘며 마블링이 만들어진다. 반면 옥수수 같은 따뜻한 사료는 에너지가 집약되어 있어 소의 체중이 훨씬 빠르게 늘어 덩어리 지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마블링은 와규 쇠고기에 독특한 맛을 부여하는 한 가지 요소다. 샤츠커는 요즘에는 소가 "더 많은 녹색 사료를 먹게 되면서 특정한 맛을 육질에 축적할 시간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와규는 '델타-9 불포화효소'라 불리는 독특한 유전자도 가지고 있다.

"와규는 독특한 품종입니다. 그 특성 중 하나가 부드러운 지방이죠. 모든 소는 델타-9 불포화효소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와규는 그것을 더 많이 발현시킵니다." 샤츠커는 "이 (유전자)가 포화 지방인 스테아르산을 올리브 오일에서 많이 발견되는 불포화 지방인 올레산으로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일본 소

사진 출처, gyro/Getty Images

사진 설명, 와규는 델타-9 불포화효소라 불리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지방이 고기에서 쉽게 빠져나와요. 입안에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고 좀 더 달콤한 맛이 납니다. 다른 풍미도 이것과 관련이 있죠."

와규는 쇠고기의 품질(궁극적으로는 가격)을 결정하는 척도로 심사한다. 아마 A5 와규에 대해 들어본 이들이 있을 것이다. 'A'는 소에게서 나오는 고기의 양이 많다는 의미다. 'B' 또는 'C'는 고기양이 적다는 의미이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의 지방 함량은 숫자로 표시된다. '5'는 매우 높다는 의미다. 쇠고기 마블링 기준(BMS)도 1~12로 표시된다. 따라서 스테이크용 쇠고기가 'A5-12'라면 최고 중의 최고라는 의미다.

샤츠커는 "흥미롭게도 일본인들이 하는 모든 다른 일처럼 일본인들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와규와 관련된 것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미국 쇠고기 산업은 마블링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프라임(최고 등급)'을 궁극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A2 꽃등심처럼, A5까지 세분화한 척도가 프라임 등급을 깨뜨려놓죠. 일본인들은 모든 면에서 이런 시도를 합니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만든 것을 가져다 완성하는 거죠. 쇠고기를 가지고도 이를 해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완벽한 쇠고기를 만드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 가깝다. 파자리는 이키가이의 한 측면은 지속적으로 '카이젠(개선)'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고기 요리

사진 출처, Jakob Layman/AMA Sushi

사진 설명, 'AMA 스시'의 요리사 켄타로 이쿠타는 생선과 와규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 때 카이젠을 염두에 두고 일한다

캘리포니아 몬테시토에 있는 '로즈우드 미라마 비치 호텔'에 새로 문을 연 'AMA 스시'의 요리사 이쿠타 켄타로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생선 요리와 와규 요리에 카이젠 정신을 담는다.

"완벽에 절대로 도달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저는 지속해서 완벽을 추구하고 제 기술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매일 요리용 칼을 손질하고 쌀에 들어가는 소금과 식초의 양을 잴 때마다 1밀리미터 혹은 1그램이 가진 중요성과 작은 디테일이 제 삶은 물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죠."

일본의 다른 장인들처럼 와규 축산업자들도 이러한 카이젠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의 관광 마케팅 전문가인 미카 화이트에 따르면, "와규를 기르는 축산업자들은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와규를 키워낸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명예가 많은 것을 의미하는 일본에서 계속해서 최고의 품질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품질로 인정받는 것이 그들의 삶"이다.

와규 올림픽에서 우승한 현에 돌아가는 금전적 보상은 없다. 하지만 우승한 축산업자에겐 엄청난 자부심과 명예가 뒤따른다. 우승은 또한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화이트는 "(와규 올림픽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쇠고기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승리하면 쇠고기 가격이 올라가기에, 소를 키우는 축산업자와 현에게는 이 경연이 가장 중요한 행사죠." 그녀는 와규로 인정받은 곳은 그곳이 어디든 최고의 와규를 찾는 이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올해 올림픽에 참여하는 41개 현의 대표들은 일본 남부 규슈에 있는 가고시마로 모인다. 규슈는 와규 경쟁의 전통적 강자, 미야자키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야자키는 최상급 와규 쇠고기를 가장 잘 키워내는 곳으로 꼽히며, 앞선 세 번의 올림픽에서 적어도 하나의 부문을 거머쥐기도 했다. 올해도 미야자키현은 홈 구장의 이점을 등에 업고 경쟁에 나선다.

와규 올림픽

사진 출처, National Competitive Exhibition of Wagyu

사진 설명, 와규 올림픽(공식적으로는 젠쿄)은 고품질 축산을 장려하고자 1966년부터 시작됐다

미야자키현의 쇠고기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요리사들은 그 이유로 제품의 일관성을 꼽는다. (수출되는 와규의 일관성은 유지되기 쉽지 않은데, 지방 정부의 쇠고기 수입 제한 등도 이러한 어려움에 기여한다.)

베버리 힐즈 '볼프강 퍼크 스테이크하우스 CUT 라운지'의 요리사였던 힐러리 헨더슨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요리사라면 꾸준한 품질을 만들어내기를 원할 것"이라며 "미야자키현 쇠고기에 계속해서 붙는 높은 평가 덕분에 요리사들은 자신들의 요리에 이 재료를 안심하고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쿠타도 자신의 식당에서 미야자키현 와규를 사용한다. "소에 들어간 보살핌과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까다로운 규제,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먹인 사료와 유전자 구성 등"이 이유라고 했다. 그는 또 "미야자키의 '그로게 와슈(일본의 와규 품종 중 하나)'는 초원의 풀과 촉촉한 보리 맥주박, 옥수수 등 방부제나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15가지 재료로 사료로 만든다"며 "매일 아침과 저녁, 이 사료를 섞는 데만 두 시간의 엄청난 노동이 투입된다"고 했다.

일본 축산업자들과 소를 향한 노력을 이야기해 보면, 그들에겐 소가 단순한 상품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사가현에서 육우를 기르는 카라츠 마에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들을 위해 최고의 환경을 만들고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쏟는 것"이라며 "우리는 소를 단지 동물로 보는 게 아니라 존경과 사랑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사가현은 미야자키와 함께 규수에 속하는 현으로 미야자키의 와규 라이벌이다.

일본 소

사진 출처, Karatsu Maeda Livestock Co

사진 설명, 와규를 키우는 축산업자들은 소에게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그러나 마에다 같은 축산업자에게 최고의 소를 키우는 일은 항상 이키가이로 귀결된다. "궁극적으로 맛있는 쇠고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그의 이키가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소를 정성스레 키워야 한다(그리고 평생 동안 가능한 한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우리가 올림픽에서 상을 받으면, 우리 가족과 직원은 물론 선조들까지 기뻐할 겁니다."

어떤 분야에서 진정한 완벽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음식의 질이라는 게 주관적이다 보니) 쇠고기는 훨씬 그 가능성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와규 올림픽은 축산업자들이 자신의 인생 과업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보다 완벽에 가까워지게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이키가이 문화는 훨씬 더 맛 좋은 와규를 우리가 맛볼 수 있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