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건강한 도시 4곳

사진 출처, Getty Images
코로나19로 오랜 봉쇄를 경험하면서 안전에 대한 대중의 의식이 올라갔다. 이로 인해 많은 도시들이 자동차 없는 공간을 늘리는 등 보행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려 했고, 그 중 일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초창기,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내 집합을 금지했다. 그러자 여러 도시들이 집밖에서 누릴 수 있는 새로운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행으로만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들거나, 주차장을 팝업 레스토랑으로 바꾸거나, 과거 자동차가 다녔던 길을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로 바꾸는 시도 등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과가 있었다. 경제 활동이 늘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걷기 좋아진 지역에선 바이러스의 확산도 느려졌다. 물론 이런 시도 중 상당수가 뉴노멀로 가면서 원상복구됐다. 하지만 일부 도시에선 여전히 보행 환경 개선과 자동차 없는 공간 확대를 고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시민과 방문객이 두 발로 도시를 누빌 수 있는 전 세계 도시 4곳을 소개한다. 팬데믹 동안 보행자 친화적인 변화를 빠르고 대담하게 추진했고, 현재까지도 이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이다.
파리, 프랑스
보행 친화성 측면에서, 파리는 팬데믹 전부터 유리한 입지를 점했었다. 시 당국 차원에서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더니, 2016년 말 센강 주변 하부 부두에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 아예 보행자만 다닐 수 있게 확정지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15분 도시"를 위한 노력은 그녀가 재선되는 데 기여했다. 15분 도시는 쇼핑, 등교, 출근 등 모든 일상 업무를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에 갈 수 있는 곳에서 해결하게 만든다는 도시 계획이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계획은 대중의 큰 지지를 받았다. 봉쇄 이전에 자주 벌어졌던 대중교통 파업과 팬데믹이 그 배경이 된 것이다.
'라이브 앤드 인베스트 오버시즈'의 설립자 캐슬린 페디코드는 "파리를 도보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돋보이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중 교통은 오랫동안 이용하기 어려웠고 마스크 착용도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시작했죠."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자 자전거 도로도 추가 설치됐다. 여기에 시 당국은 2026년까지 자전거 도로 180km와 18만 곳의 자전거 주차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자전거 여행사인 '팻 타이어 투어스' 파리 지점을 운영하는 세이디 섬너는 "시가 주도해 가장 최근에 만든 변화가 내가 파리에서 14년간 살면서 본 변화 중에 자전거 타는 이들에게 가장 환영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리 중심의 리볼리 가와 같은 주요 통행로에선 차선이 하나로 축소됐다. 반면 자전거 도로는 3차선 너비로 확장됐다.
파리는 도시를 시원하게 만들어서 보행의 편안함과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2026년까지 나무 17만 그루도 심을 계획이다. 또한 2024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에펠탑과 트로카데로 광장을 연결하는 길은 전면 보행로로 바뀐다.
주민들은 전반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파리 토박이며 여행 블로거인 루벤스 필즈는 "현지인들이 정말 좋아하고 있다"며 "자동차가 줄었고, 사람들이 더 편안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뚜벅이 여행자에게 센강을 따라 7km 이어진 '센 강변 공원'과 치즈와 와인, 꽃집이 모여있는 파리 중심부 '몽트루구일 길',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 있는 몽마르트의 '생 루스티크 길', 부티크와 카페, 레스토랑이 있는 '쿠르 생 에밀리온'을 추천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보고타, 콜롬비아
보고타(콜롬비아가 전반적으로 그렇다)는 사이클이 국민 스포츠일 정도로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된 곳이다. 그런데 팬데믹은 자동차 없는 도시로의 변화에 기름을 부었다.
2020년 클라우디아 로페즈 시장은 550km로 이미 세계 최대 규모였던 '시클로루타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에 84km의 임시 자전거 도로를 추가했다. 임시로 만들어졌지만, 이 도로는 이후로도 지속 사용되고 있다.
팬데믹 동안 "팝업" 자전거 도로를 만든 몇 개의 도시가 있는 데 보고타가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시민들은 이 자전거 도로가 영구적으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여행 블로거이자 팬데믹 동안 보고타에 거주했던 알렉스 길라드는 "지난 몇 년 새 보고타가 암스테르담이나 코펜하겐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거리에서 수많은 자전거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인상적입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시클로비아'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도로에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매주 이 길이 150만 이상의 자전거 이용자, 보행자, 조깅하는 이들이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시민들은 또 전기와 가스로 운행되는 새 도시 버스 'SITP'가 대중 교통 체계를 개선시켰다고 말한다. 주민 조세핀 레모는 자신의 여행 블로그에 "보고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젠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이 훨씬 쉬워졌고 차분해졌으며 안전해졌다"고 썼다.
그는 400년 전 도시가 발원한 '라 칸델라리아' 유적지를 여행지로 추천했다. 이곳에선 도시의 역사를 담은 많은 박물관은 물론, 수세기 전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을 볼 수 있다. 콜롬비아 현지 음식과 공예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우사켄 공원' 또한 그녀의 추천 여행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밀라노, 이탈리아
팬데믹 초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시민들의 의존도가 높던 대중교통의 대안을 빠르게 찾아야 했다. 그래서 2020년 여름 밀라노는 과거 자동차 통행에 초점을 뒀던 35km 도로를 따라 자전거 도로를 잇고 인도 또한 확장하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밀라노에는 야외 식당 및 시장, 도심 정원이 늘어났다.
해외 이주 사이트 '스트라테지스티코' 설립자인 루이자 파바레토는 "10년 전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의 밀라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15분 도시(밀라노 역시 모색한 도시 계획)라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고 자동차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는 밀라노의 새로운 사회 기반 시설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또한 대중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칭 "오래된" 공동체 의식의 성장도 목격했다고 한다.
밀라노 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없는 지역인 '시티라이프' 지구는 유럽으로 따져도 최대 규모다. 파바레토는 "수많은 자전거 도로 및 공공 녹지 공간으로 채워져 있는 이곳이 밀라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자들에게 밀라노 나빌리오 운하를 산책하고 인근에서 야외 식사나 야간 문화를 즐겨볼 것을 추천했다. 또한 이졸라 북부 지역은 과거 산업 지구였지만, 지금은 멋진 카페와 갤러리, 부티끄가 즐비해 걷거나 자전거 타기 좋은 명소라고 했다.
밀라노에선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쉽다. 도시가 '바이크미'라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시 전역에 설치된 300개 대여점에서 일반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를 빌려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샌프란시스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팬데믹 초기부터 분주히 '슬로우 스트리트'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샌프란시스코의 30개 회랑을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친화적으로 만들고자 간판과 장벽으로 자동차 통행과 속도를 제한하는 프로그램이다.
시 당국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으로 자동차 통행량은 50% 줄었고, 평일 기준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량은 각각 17%와 65% 늘었다.
그런데 최근 많은 거리가 팬데믹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민들이 골든 게이트 애비뉴와 레이크 스트리트, 산체스 스트리트, 샷웰 스트리트 등 네 개의 지역에서 자동차 통행을 영구적으로 제한해 달라고 청원했다. 이달 중에는 다른 회랑에서 자동차 통행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투표도 열린다.
이곳 주민인 리스 스틸은 자동차 통제가 남아있는 길에 대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걸어가고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정말 색다른 경험입니다."
그녀는 도시 전역에 더 나은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 시 당국이 투자한 자본과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추천한 샌프란시스코 여행지는 시 전역이다. 저마다 고유의 느낌과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헤이즈 밸리에선 줄지어 선 나무의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아우터 선셋은 느긋한 서핑 분위기와 3.5마일의 하얀 모래 해변이 좋고, 노스 비치는 활력 넘치는 카페가 매력이라고 했다.
물론 진정한 보행자 친화 도시가 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역사는 이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 때 고속도로였다가 1989년 지진으로 망가졌던 해안가 엠바카데로가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곳이 됐기 때문이다.

BBC 트레블의 'As the World Opens '는 최근 여행이 재개된 곳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여행자들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모색하는 시리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