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 '줄 서서 기다리기'는 영국 전통일까?

여왕의 장례식을 나흘 앞둔 15일(현지시간) 추모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맨 앞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시작한 대기 행렬은 템스강을 따라 타워 브리지까지 거의 7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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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여왕의 장례식을 나흘 앞둔 15일(현지시간) 추모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맨 앞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시작한 대기 행렬은 템스강을 따라 타워 브리지까지 거의 7km에 이른다

"점잖고 참을성 있게 대기하는 건 전형적으로 영국다운 건가요?" 현재 SNS상에선 많은 이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온라인에선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 런던을 휘감아 길게 늘어선 시민들에 대한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왕의 장례식을 나흘 앞둔 15일(현지시간) 추모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맨 앞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시작한 대기 행렬은 템스강을 따라 타워 브리지까지 거의 7km에 이른다.

이에 대해 스티븐 코트렐 요크 대주교는 지난 14일 "우리는 현재 여왕을 사랑하는 마음과 줄 서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위대한 영국 전통 2가지를 기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내심을 갖고 대기하면서 천천히 여왕의 관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시민 수천 명의 분위기를 잘 포착하는 발언이었다.

한편 교장으로 은퇴한 클레어 리나스(61)는 친구들과 12시간 동안 줄을 선 끝에 웨스트민스터 홀에 다다랐다고 했다.

리나스는 가치 있는 기다림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웨스트민스터 홀에 들어갔을 때 근위병 교대식이 거행됐는데, 덕분에 예상치 못하게 몇 분간 여왕과 더 함께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매우 감격적이고 아름다웠다"는 리나스는 "여왕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여왕은 이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2세에 마지막으로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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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엘리자베스 2세에 마지막으로 인사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한편 대기하는 시민들을 위해 행렬을 따라 아래와 같이 마련됐다.

  • 행렬 중간 곳곳에 간이 화장실 500여 개가 설치됐다
  • 일부 식당 및 상점은 장기 영업 또는 밤새 영업한다
  • 턱이나 장애물이 없어 장애인들도 접근 가능하며, 별도의 경로도 마련됐다
  • 유튜브의 '라이브 대기 줄 추적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대기하는 시민들을 위한 지원은 영국 문화에 익숙하다면 낯설지 않다.

일례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선수권 대회 측은 질서정연하게 대기해 입장하는 법에 대해 30페이지짜리 안내서를 따로 갖고 있을 정도다.

2차 세계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원

줄 서기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착은 적어도 지난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47년에 쓴 에세이 '영국인들'을 통해 처음 영국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입장이 돼 보고자 했다.

1950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개막 경기를 기다리며 카드 게임을 하는 영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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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950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개막 경기를 기다리며 카드 게임을 하는 영국인들

"상상 속 외국인 관광객은 분명히 영국인의 점잖음에 충격받을 것이다. 영국인들은 질서 있게 행동하며 밀거나 다투지 않으며 줄을 서서 기다릴 의지가 있다."

한편 영국의 이러한 줄서기 문화가 도시화를 통해 산업 사회가 하나로 묶이던 산업혁명 동안 도입된 것이라고 보는 역사학자들도 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 사람들이 이동했고, 일상생활의 패턴도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켄트 대학에서 사회사 및 사회 정책을 가르치는 케이트 브래들리 박사는 실제로 영국인들이 교양있게 줄 서는 시민들의 이미지를 형성한 시점은 제2차 세계 대전 시기라고 주장했다.

브래들리 박사는 2013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당시) 가난한 이들은 자선 물품 등을 얻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줄서기가 극심한 생활고와 연관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맡은 바 의무를 다하고 차례를 지키라고 선전했습니다. 불확실한 시기에 정부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썼던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질서정연하고 점잖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현대 영국인들에겐 자랑거리가 됐다.

대기 행렬의 질서정연함을 칭찬하는 트위터 게시물이 화제가 되면서 14일 기준 2만5000여 명이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여왕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기 위한 이번 '줄 서기'에 대한 대중의 감정을 보여준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번 '줄 서기'는 영국다움의 승리이다. 엄청나다 …."

"모든 줄 서기의 근본이다. 예술이다. 모든 줄 서기를 끝나는 (궁극의) 대기 행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