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여왕의 마지막 모습 보기 위해 30시간 길바닥 캠핑'

앞으로 일반인 조문이 진행되는 4일 동안 수십만 명의 추모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BBC 기자 크리스티안 존슨은 웨스트민스터홀에 가장 먼저 들어가기 위해 길에서 밤을 새운 사람들과 합류했다. 런던이 온통 비로 젖은 밤, 새 친구들이 함께했다.
13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난 사람들이 함께 웅크려 잠을 청했고, 우산이 잠시 비 피할 곳을 만들어 줬다.
런던 사우스뱅크의 차가운 포장도로에 텐트를 친 기자는 운 좋게도 폭우를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밖에 몇 분 나가있는 동안 청바지가 흠뻑 젖었다.
다들 마찬가지였다.
친구 레슬리 오하라와 함께 돗자리 아래에 몸을 숨겼던 쉴라 모튼은 "바지는 젖었지만 발은 안 젖었다"라고 말했다.
바네사 나타쿠마란이 당당하게 맨 앞줄을 차지했을 때, 12일(현지 시간)에 처음 줄을 섰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기자가 모였다.
나타쿠마란은 가방 하나만 들고 다녔는데, 웨스트민스터 홀에 들어가기까지 48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13일(현지 시간) 점심 무렵 나타쿠마란을 만났을 때, 내 번호는 17번이었다. 85세의 마이클 다빌과 55세의 딸 맨디 데스몬스가 새 이웃이 됐다. 부녀는 일찌감치 캠핑 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시간을 때울 책도, 카드 게임도, 태블릿도 없이 오직 대화만이 가득했다. 다른 이들도 무의식적으로 비슷하게 행동했다. 아무도 핸드폰을 쳐다보지 않았고, 단 한 사람도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았다. 그저 나눠야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오후에 점점 굵어지던 빗줄기가 폭우처럼 퍼붓기 시작했을 때 50명가량이 줄을 서 있었다.
게리 킨이라는 남성은 줄을 따라 걸으며 피자 조각을 건넸다. 모리셔스에서 온 재클린 네모린은 옆에 앉은 여성들과 딸기를 나눠 먹었다. 줄 앞에는 지역 자선단체가 차와 커피를 나눠주려 왔다.
근처 램버스브리지 주변에 사는 야쿱 유수프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줄 설 수 있도록 집에서 계속 물건을 가져왔다.
"이 여성분들이 아무 준비도 안 해왔길래, 집에서 의자 다섯 개를 가져오기로 했죠. 그러고 보니 밤새 흠뻑 젖을 것 같아서, 봉투와 담요도 가져왔어요."

줄을 따라 조금 더 갔더니 즉흥적으로 "갓세이브더킹(God Save the King)"을 함께 불렀고, 여왕을 추모하는 촛불이 켜졌다. '딜리버루(Deliveroo)'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앤드루 이스라엘스-스웬슨은 폭우 속에서도 85세의 트루스 네이먼과 계속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그날 처음 만나 함께 앉은 나무 벤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10일(현지 시간) 밤 미네소타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앤드루는 벤치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 있어 "황금티켓"을 얻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왕당파'
네덜란드 출신의 트루스는 여왕 즉위 1년 후 1954년에 처음 영국에 도착했다.
"저는 뭐 베테랑이죠. 처칠 전 총리가 (1965년) 작고한 당시 남편과 함께 줄을 섰어요. 여기 서서 밤을 새웠죠. (1997년) 다이애나비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아들과 함께 추모록에 이름을 적으려 켄싱턴궁 앞에 줄을 섰어요. 그리고 (2002년) 여왕님의 모친께서 세상을 떠났을 때는, 혼자 줄을 섰답니다. 뿌리 깊은 왕당파예요."
오전 2시 기자는 흠뻑 젖은 채 텐트로 기어들어갔다.
두 시간 후에 눈을 뜨니, 마이클과 딸 맨디가 밤을 새우고도 여전히 웃고 있었다.

마이클은 "오전 2시 전부터 젖었는데 그 뒤로 마른 적이 없다"라며, "물이 의자 등받이를 타고 내려가서, 물속에 앉은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비가 그쳤다. 따뜻해진 날씨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데우는 것 같았다. 역사적 순간이 가까웠음을 느낀 사람들은 커피를 홀짝이며 피곤한 눈을 비볐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모니카 파라그는 줄에서 6번째에 있었다. 앉을 의자도 없었지만, 61세의 몸으로 오전 7시에 여전히 활짝 웃고 있었다.
"잠이 부족해도 너무 흥분된다"라며, "멋진 경험이에요. 영국에서 보낸 36년의 하이라이트가 지금입니다"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직전에 텐트를 치우라는 안내가 내려왔다. 뒤로는 더 많은 군중이 계속 몰려들었다. 전날 밤에는 한 줄로 깔끔하게 나란히 앉았는데, 이제 새로 온 사람들이 자리를 놓고 다투기 시작하면서 한 줄에 5명이 됐다.
누군가 줄에 끼어들려 하자 순간 불꽃이 튀었다. 마침내, 오후 3시가 되자 20명씩 나뉘게 됐다.
우울한 분위기
어젯밤을 함께 보낸 트루스, 앤드루, 마이클, 맨디, 폴과 합류해 램버스브리지를 지나 웨스트민스터를 향해 천천히 행진했다.
비는 이미 그쳤고 해가 빛나고 있었지만, 빅토리아타워를 지나면서 금세 우울한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우산 아래서 밤을 버티게 한 농담과 동지애는 사라졌다.
오후 5시, 웨스트민스터의 문이 천천히 열렸고 모두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 처음 줄을 선 이후 처음으로 침묵이 찾아왔다.
웨스트민스터홀 중앙에는 여왕의 관이 있었다. 뒤에서 한 여성이 눈물을 삼켰다. 앤드루와 트루스는 기자 앞에서 팔짱을 끼고 함께 걸었다.
기자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관에 다가가 목례를 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시간이 끝났다. 30시간을 기다린 웨스트민스터홀의 인사는 90초도 걸리지 않았다.
저녁노을을 향해 다시 걸어 나오니, 함께 줄을 섰던 이웃이 기다리고 있었다.
폴은 "여왕의 마지막 여정을 배웅하려 서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 위대했던 분께 고개를 숙인 순간 느꼈죠... 또 같은 상황이 오면 바로 그 인사를 위해 모든 기다림을 다시 반복할 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