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키가 작아서'...'키 차별주의'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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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즘(Heightism)' 즉 키에 따른 차별주의는 뚜렷하게 식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키에 대한 편견이 커리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있다.
2010년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 사립대학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임란(신원 보호를 위해 성은 생략했다)은 정말 열심히 근무했다. 야간근무 때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방문객들에게 친절하면서도 맡은 바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모든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임란의 키는 157cm로, 파키스탄 평균 남성 신장에 비해 매우 작은 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임란에게 현지 언어로 '작은 남동생'이라는 의미의 '무나 바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우르두어로 '난쟁이'나 '소인' 등을 뜻하는 '보나(bona)'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임란은 자신이 자랑스러우며 키와 관련된 '좋고 나쁜 일'을 이겨낼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자신의 작은 키가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급여다.
"임금 인상 얘기가 나왔는데, 제 임금이 신규 경비원과 비슷했습니다. 전 오랫동안 일했으니 같은 임금을 받아선 안 됩니다."
키와 임금을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임란조차도 키가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제 생각이 상상에 불과한지 의심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경비원들과 1년간 또 비슷한 연봉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과연 키가 아니라 업무 성과로 측정한 게 매우 궁금해졌다. 하이티즘은 다른 편견과 차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으며, 확인하기도 매우 쉽지 않다.
임란처럼 많은 이들이 과연 자신이 키 때문에 차별당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으면서도 제 생각이 너무 터무니없는 건 아닌지, 키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주장이 합당한지 의구심을 품는다.
심지어 '일반적인' 혹은 평균 이상의 신장인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타인의 키에 대한 편견이 있다거나, 혹은 자신들은 키로 이득을 봤다는 말을 믿기 어려워한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으나 남성과 여성 모두 직업적으로 하이티즘에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큰 키는 더 높은 수입과 상관관계가 있다. 기업은 키가 더 큰 지원자를 선호하고, 큰 키는 승진 기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전문가들은 키가 큰 여성과 남성은 더 '리더같은' 모습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지배적이고, 똑똑하며, 건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가 큰 남성은 관리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하이티즘은 무의식적인 암묵적 편견에 가깝다. 자신이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차별을 내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이티즘은 특히 근절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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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성공과 키가 '작은' 실패?
외모에 따른 여러 차별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다. 체중으로 차별받는 이들도 있고, 어려 보이는 얼굴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분명 키에 따른 차별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더 '좋다'고 평가되는 특정 키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교에서 하이티즘을 연구해온 오머 키미 법학부 조교수는 하이티즘의 뿌리로 진화적 편견을 지적했다. 동물의 세계에선 키와 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키미 박사는 "(동물의 세계에선) 키가 크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면서 "이러한 요소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배어있다… 그래서 큰 키를 권위, 힘, 높은 지위 등과 연결 지어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큰 키에 대한 우리의 경외심은 본능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과거 사회의 위계질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의 원시적인 방식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과거 건강함과 인상적인 신체는 리더로서 중요한 자질이었다.
한편 '문화 및 장애 연구 센터'의 핵심 회원이자 영국 리버풀 호프 대학교에서 장애학을 가르치는 에린 프리처드 박사는 현대 사회에 하이티즘이 굳어지는 여러 방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처드 박사는 "국가마다 이상적으로 여기는 키가 제각기 다른데, 마치 모든 사람이 이 정도 키에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그보다 작다면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현대 사회는 큰 키를 우월하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언어에서도 하이티즘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관용구에서 큰 키는 미덕과 연관된 경우가 많지만 작은 키는 부정적인 자질과 연관 짓곤 한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draw the short straw (직역: 짧은 빨대를 뽑다)'는 '운이 나빠 싫은 일을 떠맡게 되는 상황'을 뜻하며, 'fall short(부족하다)'나 'be short-changed(부당한 대우를 받다)' 등 'short(짧은, 키가 작은)'와 관련된 표현은 실패 등 부정적인 뜻일 때가 많다.
반면 'stand tall(당당해 보이다)', 'fulfil tall orders(어려운 일을 해내다)', 'grow into great(성공하다)', 'tall oaks from little acorns grow(작은 데서 시작한 큰 성공)', 'be head-and-shoulders above the rest(남들보다 우위에 있다)' 등 'tall(키가 큰)'과 관련된 표현은 성공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잠재의식적으로 키를 인지 및 신체적 자질과 연관 짓곤 한다. 자신도 알지 못하게 어느 순간 키가 큰 사람은 더 능력이 좋고, 위기에 강하며, 지배적이고 특별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키가 작은 사람들은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존중받지 못하고 심지어 농담거리가 될 때도 있다"는 게 프리처드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이 키로 다른 이를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심지어 하이티즘이 차별의 한 형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하이티즘은 직접적이기보단 무의식적인 암묵적 편견이기에, '의도적이며 해로운 행위'라는 '차별'에 대한 우리 내면의 정의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사들은 특정 직원에 대한 자신의 평가나 인상이 키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기에, 하이티즘은 특히 해결하기 어렵다.
임란의 경우에서도 상사에게 자신의 키가 임금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임란은 "누구에게 (키와 임금의 관계를) 물어야 하냐. 현재 여러 중요한 일을 맡고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 어떻게 모든 걸 망치지 않고 이 얘길 꺼내야 하는지" 고민을 토로했다.
직장에서 키가 미치는 영향
이러한 하이티즘을 명확히 짚어내긴 어렵지만, 하이티즘은 직장에서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채용 과정에서의 구조적 차별을 다룬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이력을 지닌 지원자 중 키가 큰 사람이 채용될 가능성이 크며, 기업은 지원자의 큰 키를 자신감, 능력, 신체 능력 등 긍정적인 업무 능력과 연관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어느 메타 분석에 따르면 채용 이후 승진에서도 키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미 박사 또한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유명한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이에 동의했다. 글래드웰은 2005년 저서 '블링크'에서 "미국인 남성 중 신장이 6피트(약 182cm) 이상인 인구 비율은 14.5%이지만, 포춘 500대 기업의 CEO 중에선 58%였다"고 적었다.
또한 키는 다. 각각 그 격차는 달랐으나 영국, 중국,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 모두 큰 키와 높은 임금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편 성별에 따라 키가 미치는 영향의 정도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캘리포니아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이나스 켈리 경제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신장이 평균 임금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졌다.
켈리 교수는 "키가 10cm 커질 때마다 높아지는 소득의 정도가 백인 남성이 백인 여성보다 더 컸다"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선 그 차이가 훨씬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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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너무 키가 큰' 여성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과 키가 큰 여성은 키가 큰 남성이 겪지 않는 차별을 겪는 상황과도 연결된다. 키가 큰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이상의 키는 '의도하지 않은 위협'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처드 박사는 "남들보다 키가 큰 여성을 위협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 여성이 지배성을 보이면 공격성으로 여겨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이티즘은 남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켈리 교수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키가 큰 남성은 키 큰 여성보다 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키가 작은 여성은 키가 작은 남성보다 잃을 것이 적다.
키가 작은 여성이 누리지 못하는 임금 프리미엄은 키가 작은 남성이 키 큰 남성에 비해 누리지 못하는 임금 프리미엄보다 더 작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프리차드 교수는 "아마 평균보다 약간 작은 여성은 그냥 '작거나 아담한' 것으로도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하이티즘은 외적인 요소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키와 관련된 다른 요소들이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다.
켈리 교수는 많은 전문가들이 키가 실제로 인지 능력과 연관 있으며, 이에 따라 키가 큰 사람은 노동 시장에서 단순히 보상받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키가 작은 사람들은 자존심, 정신 건강, 정서적 안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차별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며, 이는 승진과 소득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키가 큰 아이들은 학교에서 스포츠팀에 참여할 기회를 더 많이 얻기 때문에 자존감을 더 키울 수 있는 반면, 키가 작은 학생들은 놀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기에 대인 관계 기술을 키우기 어렵고 자신감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키가 크면 더 쉽게 연인을 사귈 수 있는 등 다른 부분에서도 성공하기 쉬워질 수 있다.
켈리 교수는 "특정 단계에서의 차별을 배제하기란 어렵다. 굳이 기업 채용 단계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에서부터 차별이 존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길고 긴 여정
사회의 하이티즘이 얼마나 확고하지만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고려하면 이를 해결할만한 구체적인 방법 또한 찾기 쉽지 않다.
사실 키에 대해 따로 마련된 법률도 별로 없다. 전반적인 차별을 금지한 미국 미시간주의 '엘리엇-라슨 민권법(ELCRA)' 등 일부 지역에만 존재할 뿐이다.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자격요건이 아닌 이상 신장을 반드시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법으로 정한 곳도 있지만, 설령 이런 법이 있다고 해도 위반 사항이 접수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키미 박사는 하이티즘은 식별하기 매우 어렵기에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에서의 성별과 인종 관련 데이터가 이미 축적돼있었기에 기업이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적어 보일 수도 있지만, 키미 박사는 이러한 데이터에 키를 포함하고 신장별 급여 인상률을 공개하도록 기업을 압박한다면 하이티즘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이 하이티즘의 존재를 알아차린다면 변화도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프리차드 교수는 '줌'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면접을 통해 채용 단계에서의 편견 개입을 줄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지원자의] 머리와 어깨밖에 보이지 않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능력 있는 직원을 뽑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쯤엔, 이 사람의 키가 단지 5피트 2인치(약 158cm) 정도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쯤엔 이미 더 능력을 인정받고 있을 것입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와 원시 시대의 차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한때 필수적인 성공 요소로 여겼던 자질이 오늘날 직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큰 키에 대한 우리의 진화적 미화를 재고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혀있는지 생각해보면 너무 어려운 제안일지도 모른다.
결국 성공, 리더십, 차별엔 특정한 방식이 있다고 믿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뻔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암묵적인 편견에 맞서면서 사람들이 내면의 하이티즘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할 때 비로소 궁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하이티즘 철폐는 길고 긴 여정이 될 것이다. 프리차드 교수가 말했듯이 "대부분의 '~주의(ism)'를 뿌리 뽑는 과정이 그렇듯 현재 진행형으로 흘러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