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의 과학...우리는 왜 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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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윌리엄 파크
- 기자, BBC Future
해파리와 그 친척들을 통해 과연 불멸의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 약간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왜 우리는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지 살펴본다.
바다와 강에서 출렁이는 모든 이상하고도 멋진 수중 생물 중에서 특별히 히드라를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잘려도 재생되는 머리를 지닌 괴물 뱀에서 이름을 따온 히드라는 해파리, 말미잘, 산호 등의 친척뻘로 민물에 서식한다.
기다란 몸통과 한쪽 끝에 촉수가 여럿 달린, 약간 민들레 씨앗처럼 생긴 볼품없는 생김새이지만 히드라는 생물학적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특징 하나가 있다. 바로 재생성이다.
히드라를 여러 조각으로 자른다고 해도 각각의 조각은 완전히 새로운 개체로 재생된다.
이들의 재생성은 자연에서 불멸의 존재에 대한 증거를 찾으려는 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왜 히드라는 자연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죽음은 불가피한 결말일까.
20세기 중반만 해도 노화는 번식과 세포 유지가 상충하는 균형점으로 여겨졌다.
유기체의 몸은 자원을 통해 성장하고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유년기와 청소년기 내내 생존 유지 및 가능한 강하고 건강한 존재가 되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러다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번식이 우선순위로 올라선다. 대부분 유기체에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자손 생산을 우선시하게 되면 건강 유지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 연어는 산란을 마치면 거의 즉시 생을 마감한다. 연어가 지닌 모든 자원과 힘은 산란하러 상류로 가는 데 집중되며, 연어 또한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사실 상류에서 산란을 마친 연어가 다시 하류로 헤엄쳐 내려가 바다에서 1년 더 생존해 또 산란기를 맞아 성공적으로 상류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렇기에 자연 선택의 법칙에 따라 이들은 단 한 번의 산란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그리고 어쨌든 이미 자기 유전자를 한 번은 성공적으로 남긴 셈이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선 왜 생명체는 언젠가 사멸하는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유기체가 일단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자연 선택의 힘은 약해지고 노화가 시작되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알렉세이 마클라코프 교수는 생명체의 사멸에 대해 "이타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듯" 다음 세대를 위해 길을 내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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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유전자에는 여러 돌연변이가 생긴다.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생겨나기도 하고, 식단이나 자외선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작용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유전적 변이는 신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못하며, 유용한 아주 소수의 변이도 있다.
옥스포드 대학 인류학과의 진화생물학자인 가브리엘라 쿤투리데스는 유기체가 성적으로 성숙하기 전에 "유기체의 번식 가능성을 감소시키거나, 심지어 유기체의 생명을 앗아가는 유전적 변이는 대부분 자연 선택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단 유기체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이제 다음 세대에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자연 선택의 힘은 약해진다.
연어를 예시로 생각해보자. 연어는 성체로 성장해 번식기를 맞기까지 잘 살아왔다. 산란에 성공하면 자손들 또한 대를 이어 산란할 기회가 커질 것이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만약 산란을 마친 연어에게 갑자기 수명 연장에 관여하는 유전적 변이가 발생해 1년 더 생존한다고 해보자.
한 차례 더 번식한다고 하더라도 자손들이 이전 형제자매들보다 특별히 더 중대한 이점을 누리는 건 아니다. 게다가 이미 이 연어는 (변이 없이도) 자손을 남긴 상태다.
자연 선택
자연선택의 관점에선 번식 후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는 것은 거의 이득이 없다. 결과적으로 자연선택의 힘은 생명 유지를 가능케 하는 유전자를 늘리려고 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쿤투리데스는 "개체는 살아있고자 한다. 그러나 (번식 이후) 그 시점이 되면 더 이상 다음 세대에 제공할 것이 없기에 자연선택이 크게 힘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모든 유기체가 단 한 번의 산란을 끝으로 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경우처럼 극단적이진 않다. 더 많은 자손을 낳기 위해 더 오래 사는 생물도 있다.
DNA에 발생한 돌연변이 대부분은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거나, 혹은 그 어떤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 몸은 이러한 DNA 손상 중 일부를 스스로 복구할 능력을 갖췄으나, 이 능력 또한 나이가 들면서 약화한다. 왜냐하면 자연선택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노화와 죽음엔 2가지 방식이 있다.
자연 선택의 힘이 약해지며 해로운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는 방식과, 번식엔 유리할 수도 있으나 수명 연장엔 불리한 변이가 축적되는 방식이다.
2번째 방식의 예로는 'BRCA' 유전 변이를 들 수 있다. BRCA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률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한 여성의 생식 능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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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른 나이의 여성에겐 BRCA 유전자 변이가 생식 능력을 높여주는 이점이 되지만, 이후엔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성적 성숙 이후 약해지는 자연 선택 측면에서 높은 생식 능력이라는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생물학자인 케이틀린 맥휴 또한 "생식 나이 이후보다 이전 나이에 일어나는 일이 더 상관있다. 왜냐하면 생식 잠재력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 나이엔 장점이었다가 나중에 단점이 되는 것의 또 다른 예시로는 세포가 분열을 멈추는 '세포 노화'를 들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세포가 분열을 멈췄기에 DNA가 손상된 세포의 증식 또한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선 체내 조직에 노화된 세포가 축적돼 염증이나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노인성 질환의 조짐이기도 하다.
한편 비록 대부분 생명체가 노화를 겪지만 몇 가지 예외도 있다.
예를 들어 '무시할만한 노화' 즉, 마치 노쇠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이 많은데, 일부 식물 종은 수천 년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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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특히 흥미로운 예시로 미국 유타주 피쉬레이크 국립공원에 있는 사시나무 군락을 들 수 있다. 40만㎡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며 무게가 6613톤이나 나가는, '판도'라고도 불리는 이 군락의 나무 수만 그루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돼있다.
즉 원래 수컷 사시나무 한 그루가 증식한 개체이기에 모든 유전자가 완벽히 동일한 것이다. 1만 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히드라의 친척인 홍해파리는 수명을 유지하는 또 다른 기발한 방법을 지녔다. 홍해파리 성체는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데기 같은 모습으로 변하면서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맥휴는 "물론 어느 시점에서는 과연 이 홍해파리를 같은 개체로 봐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노화할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음의(negative) 노화'를 보이는 생물도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마클라코프 교수는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어떤 종의 생식 능력이 낮아지거나 젊은 시절에 전혀 생식할 수 없게 된다면 자연 선택의 작동 방식에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바다코끼리나 사슴 등 수컷 한 마리가 암컷 무리 전체를 거느리며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동물에게서 그 예시를 찾으려 들 수도 있다.
무리의 규모 즉, 이 수컷의 자손 수는 수컷의 나이와 크기에 따라 커질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수컷의 번식 성과는 계속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이가 들어도 번식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종들도 있지만, 마클라코프 교수는 이들이 '음의 노화'를 진정으로 뒷받침하는 예시는 아니며, 이러한 주장이 결코 완벽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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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수컷 바다코끼리도 암컷 무리를 언제까지나 통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관계는 우리의 노화에 흥미롭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메간 아놋과 로스 메이스의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맺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늦게 폐경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이를 상충하는 균형점의 예시로 보고 있다. 즉 임신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에너지를 배란으로 소모하는 것보단 신체 나머지 부분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한 동물계에선 임신 가능성이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많은 새끼를 낳는 박쥐는 그렇지 않은 박쥐보다 수명이 짧다. 이들은 번식할 기회가 있으면,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맥휴는 "이른 나이에 왕성하게 번식한 생물은 그 이후로는 그렇게까지 번식 활동에 나서지 않는 등 시기적으로 균형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히드라는 예외다. 히드라의 번식률은 평생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성별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지는 생물도 있다.
보통 개미, 벌, 흰개미 왕 혹은 여왕은 생식 능력이 없는 일반 개체에 비해 생식 능력도 있고 수명도 더 길다. 이러한 생물의 경우에선 왜 번식 능력이 수명 축소로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에 대해선 아마 이러한 생물종의 왕 혹은 여왕은 일반 개체들로부터 보호도 받으며 전혀 다른 생활 방식을 영위하기에, 노화 이론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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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번식이 수명에 그토록 강한 영향을 끼친다면, 왜 인간은 번식 능력이 멈춘 이후에도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일까.
'할머니 가설'에 따르면 자손 번식은 대가도 크고 위험하므로 나이 든 친지의 존재는 중요하다. 할머니는 손주들을 돌보면서 자기 유전자를 보존할 수 있기에 자연 선택의 관점에서도 장수가 이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쿤투리데스 또한 "할머니가 있는 가정에 아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면서 양육할 수 있기에 엄마들이 더 많은 자녀 출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손주들은 할머니와 유전자의 25%만을 공유하기 때문에 할머니 입장에선 유전적 유사성으로만 따졌을 때 조카와 같다.
마클라코프 교수는 "아니면 이전에는 여성들이 50세가 돼 출산까지 가지도 못할 정도로 수명이 짧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50세 여성의 번식에 대한 자연 선택이 매우 늦게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번식 후에는 자연 선택의 힘이 약해진다는 노화의 핵심 원리를 다시 짚었다.
노화로 겪는 많은 일들이 그리 유쾌 하지만을 않을 수 있으나, 진화적으로 그러한 일로부터 우리를 지킬 강력한 힘도 없다.













